여의도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지독하게 길었던 코스피 박스권이 끝난다는 기대감이 증권가에 만연하다. 주식 거래량은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하듯 늘어나고 불황 속에 구조조정에 나섰던 증권사들은 뒤늦게 일손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모두 지수를 쳐다보고 있지만 "시장을 바라보지 말고 좋은 기업을 찾으라"는 투자자가 있다. 코스피가 1800일 때나 2100일 때나 한국 기업은 여전히 경쟁력 있고 투자할 만하다는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한국명 . 이정복.57)의 이야기다. 1990년대 미국에서 "코리아펀드(The Korea Fund)'로 한국 투자의 역사를 새로 쓴 리 대표는 지난해 메리츠자산운용의 수장을 맡아 업계 꼴찌 회사를 1년 만에 시장의 리딩컴퍼니로 올려놓았다. 그에게 봄바람을 맞은 한국 증시의 앞날을 물었다. "한국은 이제 매출 성장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시가총액 중심의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종전에 시장을 지배해오던 소품종 대량생산의 공룡이 경쟁력을 잃고 미국 구글처럼 혁신하는 기업이 시장을 이끌어갈 것이다"
대기업 재벌 중심의 경제성장은 한계에 다다랐다는 설명이다. 과거에는 기업 매출이 늘어나면 실적도 같이 늘어나면서 성장했지만 이제는 산업형태가 바뀌어 미국과 같이 부가가치가 높은 지식 기반산업이 그 자리를 대체한다는 것.
더불어 리 대표는 기업의 가치가 소비자 중심에서 주주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전에는 소비자를 감동시켜 물건을 많이 파는 기업이 각광을 받았지만 지금은 주주를 감동시키지 않고서는 주가가 오르기 어렵다"며 주주총회를 주총데이에 몰아서 하고 주주의 권리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기업은 수익을 올린 그이지만 이제는 단 한 주도 펀드레 담지 않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