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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지음
문학동네
김훈(金薰, 1948년 5월 5일 - )
대한민국의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이며 한때 기자를 지낸 자전거 레이서이다. 본관은 김해(金海)이다.
수상
2001년 - 장편 『칼의 노래』로 제32회 동인문학상 수상
2002년 - 제18회 서울 언론인클럽 언론상 기획취재상
수상
2004년 - 단편 『화장』으로 제28회 이상문학상 수상
2005년 - 단편 『언니의 폐경』으로 제5회 황순원문학상
수상
2007년 - 장편 『남한산성』으로 제15회 대산문학상 수상
저서
단편
* 『화장』(2004)
* 『언니의 폐경』
(2005)
단편집
* 『강산무진
(2006)
장편
*
『빗살무늬토기의 추억』 (1994)
*
『칼의 노래』 (2001)
*
『현의 노래』 (2004)
*
『개』 (2005)
*
『남한산성』 (2007)
*
『공무도하』 (2009)
*
『내 젊은 날의 숲』 (2010)
*
『흑산』 (2011)
에세이
*
『선택과 옹호』(1991)
*
『풍경과 상처』 (1994)
*
『내가 읽은 책과 세상』 (1996)
*
『자전거 여행』 (2000)
*
『원형의 섬 진도』(2001)
*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2002)
*
『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2002)
*
『밥벌이의 지겨움』 (2003)
*
『자전거 여행2』 (2004)
*
『바다의 기별』 (2008)
*
『라면을 끓이며』 (2015)
-
연필은 내 밥벌이 도구다.
-
사랑의 찬가 /
안형수
…
자라의 눈은 바늘구멍처럼 작은데 그 구멍으로 날카로운 빛을 쏘아낸다. 자라들은 그 눈으로 공원 너머의 내 작은 작업실 쪽 빌딩들을 바라보고 있다. 나는 자라의 눈을 들여다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자라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자라의 마음에 관해서 인간은 무엇을 아는가. 자라는 인간의 언어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 인간이 자라를 설명할 수 있겠는가. 자라와 내가 동일한 대상을 바라보고 있을 때, 자라의 눈에 보이는 것과 내 눈에 보이는 것은 같은가 다른가, 자라의 눈에는 내가 자라로 보이는가…
이래서, 나는 자라의 눈을 오랫동안 들여다 보지 못한다.
…
호수공원의 산신령.
19p
…
여러 빈소에서 여러 죽음을 조문하면서 나는 죽음의 실체를 깨닫지 못한다. 죽음은 경험되지 않고 전수 되지 않는다. .아직 죽지 않은 자들은 죽은 자들의 죽음에 개입할 수 없고, 죽은 자들은 죽지 않은 자들에게 죽음을 설명해 줄 수 없다. 나는 모든 죽은 자들이 남처럼 느껴진다.
…
중략
…
자의식이 물러서야 세상이 보이는데,
이때 보이는 것은 처음 보는 새로운 것들이 아니라 늘 보던
것들의 새로움이다. 너무 늦었기 때문에 .더욱 선명하다. 이것은 ‘본다'가 아니라 ‘보인다'의 세계이다.
…
놀기와 죽기.
71-74p
…
이 보고서의 특징은 정보가 유통되는 단계정보에서마다 정보의 발송, 도착, 제2 발송,정보에 따른 판단, 판단에 따른 조치의 내용을 확연히 명기 했다는 점이다. 자신이 전해들은 상황과 자기 자신의 판단과 조치를 이순신은
뒤썩지 않았다.
…
중략
…
이순신의 지도자 된 덕성은 많은 다양성을 내포한다. 그는 신중한가 하면 과감했고, 자비와 무자비를 일체 떠난 엄중한 냉철함으로 부하들을
대했으며, 어머니와 아들의 죽음에 통곡했지만 부인의 일은 일기에
기록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복합적인 리더십의 중층 구조 속에서 가장 빛나는
대목은 죽음에서 삶으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헐벗은 부대를 이끌어나가고, 또 실제로 이 같은 원칙으로 전투를 수행해낸 능력에 있을
것이다. 이 점은 그가 끝끝내 탈정치적이었고, 자신의 공적에 대해서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았던 보상 없는
생애의 모습과 연관이 있다 할 것이다.
…
내 마음의 이순신 2.
120-136pp
…
거리에서 키스하는 젊은이들을 볼 때,
로댕의 <키스>와 프라하 카렐 다리 위의 <키스>를 볼 때, 존 레넌의 <Love>를 들을 때, 나는 살아서 작동하는 몸을 생각한다. 나는 호랑이 , 사자, 말의 빛나는 몸들과 살아 있는 인간의 몸의 리듬, 몸에 포개지는 마음, 마음을 담아내는 몸을 생각한다. 나는 삶에 직접 부딪치는 몸을 생각한다.
사람들은 나이를 먹으면 좀처럼 키스를 하지 않는데, 나는 젊은이들이 프라하 카렐 다리 위의 <키스> 처럼 늙어서도 키스를 하기를 바란다. 젊은이들의 연애와 키스 속에는 헬 조선을 쳐부술 만한
에너지가 들끓고 있다. 생활 속의 키스는 들판에 들꽃이 피듯이 자연발화 自然發花 한다. Love is touch! Love is real!.
…
. Love is touch! Love is real!.
153p
…
라이더유니온의 오픈카톡방에 한 라이더가 글을 올렸다.
-
청년들이여,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개보다 못한 인간들이 내 머리
위에 군림한다고 세동대왕님,
이순심 장군님이 말씀하셨습니다.
-
그의 어조는 거칠지만,
그가 말하려 하는 바는 거칠지 않다. 도시의 네거리 신호대기선에서, 오토바이들은 홀로 서있다.
…
아,
100원.
173p
…
‘시간’의 섬세하고 전능한 손길일 것이다. 시간은 우주의 운행과 역사의 흥망성쇠, 중생의 생로병사, 별들의 생성과 소멸뿐 아니라 김칫독, 된장독, 고추장독, 젓갈독 안의 비밀까지도 두로 관장하면서 ‘있음 being’에서 ‘됨 becoming’으로 사물을 전환시키는데, 그 신적 神的인 작용이 가장 선명하고 육감적으로 드러나는 곳은 단연코 오이지 항아리
안이다. 오이지 항아리 속 전환의 진행방향은 그 놀라운 단순성인데, 오이지는 단순성을 완성해가면서 기어지고 깊어져서 선명해진다.
…
오이지를 먹으며.
222p
…
이등중사 박재권의 유해를 수습하던 날 문재인 대통령은 SNS에 올린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신문기사를 옮긴다.
이제야 그의 머리맡에 소주 한잔이라도 올릴 수 있게 됐습니다. 다시는 이 땅에 전사자가 생기는 일도,
65년이 지나서야 유해를 찾아나서는 이도 없어야 합니다.
대통령의 어조는 차분했고 어휘 선택은 신중했다. 이 소주 한잔이,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흘리신 피처럼 민족의 죄악을 씻어주는
보혈寶血이 되기를 바란다.
…
이등중사 박재권의 구멍 뚫린 수통. 291p
Mischa Maisky
/ Rachmaninoff - Vocalise
…
인류문화의 가장 아름답고 신뢰할 만한 부분은 말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리고
말은 인간이 저지른 대부분의 죄악에 개입했거나, 그 죄악 자체다.
이제,
말은
소통에 기여하기보다는 인간 사이의 단절을 완성시키고 있다. 말은 말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
…
말의 더러움.
338p
…
땅과 몸이 끝없이 교섭함으로써 몸은 달리고 돌고 치솟고 다시 땅바닥에 닿는다. 이 저항은 육체를 관통한다. 공차기는 몸과 땅의 교감이다 .
…
공차기의 행복.
364p
…
7천 년 전의 고래, 백만 년 전의 고래들이 일출의 동해로 다가오고 있다. 일산의 누항에서, 나는 고래를 기다리고 있다. 고래들이 울산, 원산 청진, 나진, 두만강 하구로, 우리나라 모든 청년들의 마음속을 돌아오기를 나는 기다리고 있다.
…
고래를 기다리며.
452p
STÉPHANE GRAPPELLI QUARTET – As
Time Goes By (1987, HD)
-
이 큰 강은 말을 걸 수 없는 적막 속을 흐른다.
국토가 찢어진 틈새로 강은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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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는 글 46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