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사 "거위벌레" 집짖기 -해바라기농장-
점심을 때우고 저희 사과과수원으로 일하러 가다가 밤나무 그늘에서
더위를 식히며 쉬고있는데 이 신비로운 녀석들을 만나서
집짓는 모습을 담아보았읍니다.
아래 해설출처 / http://www.anakii.net
재단사 거위벌레
녹음이 그 푸르름을 점점 더해가는 초여름의 숲은,
곤충들에게 있어서도 활동이 가장 활발한
멋진 무대이기도 하다.
산길을 가노라면 참나무잎이나 밤나무잎의 끝에
꼭 원통형의 잎이 말려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이것이 거위벌레가 만든 주택이다.
우리나라에는 약 30여종의 거위벌레가 서식하고 있다.
종류에 따라 잎을 마는 식물이 정해져있으며,
잎을 말아 올리는 방법도 각각 다르다.
갑충인 거위벌레는 바구미의 일종이며, 수컷의 머리가 암컷보다 가늘고 길다.
거위벌레는 산란할 때가 되면 잎을 자르고 말아 올려 집을 만들며,
이렇게 만든 집을 요람이라 부른다.
요람이라 부르는 이유는 알, 애벌레, 번데기가 이 속에서 자라기 때문이다.
잎을 자르는 방법은 한쪽 방향의 모서리에서 반대쪽을 향해 절단하는 것,
엽맥의 좌우에서 절단하는 것, 거기에 말아올리는 요람의 잎의 끝부분에
매단 채로 그대로 두는 종류도 있고, 요람을 땅에 떨어뜨려 버리는 종류도 있다.
먼저 거위벌레 중에서 우리 주변에 가장 쉽게 눈에 띄는
북방거위벌레의 집짓기에 관해 알아보기로 하자.
북방거위벌레의 암컷은 앞의 위쪽부분 가장자리에 입을 대고,
가운데 엽맥을 향해 직각이 되도록 자르기 시작한다.
가운데 엽맥까지 자르면 이번에는 반대쪽에서 같은 방법으로 잘라 들어온다.
그래서 가운데 엽맥만을 남기고 잎의 윗부분은 정확히 일직선으로 절단된다.
그 다음에는 남은 가운데 엽맥의 윗부분을 입으로 조금 상처를 내어
잎이 밑으로 축 처지게 만든다.
암컷은 처진 잎 뒤쪽으로 이동해서 가운데 엽맥위에 앉아서 양쪽 발로 잎을 강하게 누른다.
이런 동작을 잎의 위 아래로 이동하며 몇차례 반복한다.
그러면 잎은 가운데 엽맥을 중심으로 반으로 접혀지게 되는 것이다.
잎이 반으로 접혀지면, 암컷은 이의 아래쪽 끝으로 내려와 잎을 위로 말아 올린다.
약2번 정도 말아 올리고 나서 가운데 엽맥 가까이에 입으로 구멍을 낸 후,
이 구멍 속에다 산란을 한다. 알을 산란한 후, 다시 두어 번 잎을 말아 올리면,
훌륭한 원통형의 요람 모양의 집이 완성된다.
이렇게 북방거위벌레의 암컷은 알에서 깨어날 애벌레를 위해
안전한 주택과 식량을 준비해 두는 것이 되는 셈이다.
애벌레는 5일정도 지나면 알에서 깨어나고, 깨어난 애벌레는 어미가 말아올린 잎,
즉 집 내부를 먹고 자라며 약2주일정도가 지나면 번데기가 된다.
그리고 번데기는 일주일 후에는 성충이 되어 출현한다.
이처럼 애벌레는 원통형의 주택 속에 있기 때문에 밖에서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주택 속은 적절한 습기를 가진 먹이, 즉 잎이 있기 때문에 외적으로부터 보호되고
먹이도 찾아 다닐 필요가 없다.
잎으로 원통형의 주택을 만드는데는 약40분 정도 걸린다. 몸의 길이가
1㎝도 안되는 북방거위벌레가 설계도면도 보지 않고 계획한 대로
잎을 정확히 재단하고 말아올려 훌륭한 주택을 완성하는 것이다.
'본능'이라는 설계도에 따라 계획적이고 정확히 잎을 마는 것을 보노라면,
파브르가 아니더라도 그 본능에 감탄하고 만다.
첫댓글 거위벌레의 집짓기 능력은 우리 인간보다 탁월하군요. 자연도 훼손하지 않고 간단하게 참한 집을 짓다니... 감탄^^
일전에 TV에서 자세히 본 적이 있는데 거위벌레가 잎을 잘라 집을 짓는 걸 보니 정말 신기하더군요. 신비로워요.
재미있는 자료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