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재테크를 비웃다.
전 국민이 온라인 통해 '로보어드바이저' 이용가능 해야.
제로(0)금리 시대 투자컨설팅은 선택이 아닌 필수.
(관련내용)(매일경제 2016.06.01)누구나 돈 버는 길을 찾는다. 어렵고 복잡한 길이다. 펀드·파생상품 이름만 봐도 짜증이 난다. 암호 같다. 은행·증권 프라이빗 뱅커(PB)에게 묻고 싶지만 아무나 고객 대접을 해주지 않는다. 1억원 정도는 있어야 눈길을 준다. 돈 없는 서러움에 투덜거려 본들 소용없다. 유쾌하지 않은 현실이다.
미국에선 인터넷과 로봇이 이런 상황을 바꿔놓고 있다.
1995년 그즈음부터 온라인으로 재테크 자문·상담이 이뤄진다. 언제 어디서나 검색하고 채팅하며 도움을 받는다. 2008년부터는 `로보어드바이저`가 등장했다. 금액, 목표수익, 위험감수성향 등을 입력하면 그다음부턴 로봇이 알고리즘에 따라 자동으로 투자를 자문하고 대행한다. 예금·펀드·파생상품·부동산을 가리지 않는다. 100만원이라고 홀대하고 1억원이라고 더 상냥하게 대하지도 않는다. 펀드·파생상품 이름이 아무리 어려워도 개의치 않는다. 그러고도 수수료는 절반 아래로 확 낮춰 준다.
`재테크 내비게이션` 등장이라 할 만하다. 지난달 매경 머니쇼에서 관람객에게 물어보니 52%는 자신의 돈을 로보어드바이저에 맡길 용의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 뭐하나. 로보어드바이저가 국내에선 거의 작동 불능 상태다. 2중, 3중 규제에 묶여 있는 탓이다.(중략)
(이길영의 분석코멘트)
요즘 우리나라 금융권에서 가장 핫한 이슈 중 하나가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문제일 것입니다. 로봇이 금융컨설팅을 한다는 다소 생소한 영역이지만 실제로 미국에서는 지난 2008년부터 도입되어 상용화 단계에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법적으로 2중, 3중 규제에 묶여 있어 논의는 무성하나 제대로 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불가능 하다는 분석입니다. 최근 매일경제 보도(2016.6.1)에 의하면 지난 4월(2016)에야 비로소 온라인에서 투자자문 계약을 할 수 있도록 허용됐는데 이번에는 ‘자본시장법 98조’ 규정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투자권유자문인력 또는 투자운용인력이 아닌 자는 투자자문업이나 투자일임업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회사에서는 그래도 우리는 ‘로보어드바이저’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내용인즉 우선 은행창구 및 증권사 창구에 로봇을 비치하고, 고객이 방문하면 창구 직원이 상담을 통해 고객의 컨디션을 체크한 후 결과 값을 로봇에 입력하면 로봇이 다양한 알고리즘을 통해 정해진 답을 알려주는 서비스라고 합니다. 이것도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로보어드바이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누구나가 공감할 수 있는 객관적인 답이 나오기보다 해당 금융회사의 펀드 포트폴리오 중에서 답이 나올 수박에 없다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제도권 금융회사에서는 1500개 이상의 펀드 상품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가장 많은 펀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는 곳은 ‘펀드온라인 코리아’의 ‘펀드슈퍼마켓’으로 1300여개의 펀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펀드슈퍼마켓’은 1300여개의 펀드 포트폴리오와 기존 금융권 대비 1/3 밖에 안 되는 수수료 구조 등 ‘로보어드바이저’의 강점을 갖고 있으나 ‘자본시장법 98조’ 규정에 사실상 발목을 잡혀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금융회사에서는 금융상품 중 예·적금 등 원금보장형 상품을 제외하면 투자형 펀드 상품은 100여개를 넘지 않는 현실입니다. 결국 해당 금융회사에 소속 된 로봇을 통해 100여개의 펀드 상품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입력할 수밖에 없으며, 그 중에서 고객 추천 펀드가 선택되는 것입니다. 전체 펀드 상품 중에서 1/10도 안 되는 펀드 포트폴리오에서 선택되는 펀드는 객관성을 갖기 힘듭니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산업 구조조정과 맞물려 막대한 유동성이 금융시장에 더해질 것입니다. 초저금리 환경은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고용이라는 불가침의 화두를 건드리기 쉽지 않을 전망이며, 재벌들은 고용을 볼모로 본인들의 경영실패를 국민들의 세금으로 메꿔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입니다. 산업 구조조정이 미국처럼 일시에 이루어지지 않고 다양한 이해관계에 얽혀 지리 하게 10년 이상 지속될 시 일본식 산업 구조조정 모델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일본은 1990년 이후 20년간 진행된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유동성을 시장에 쏟아 부었습니다. 일정부분 고용유지 효과는 있었으나 금리는 제로(0)금리를 지나 마이너스(-)금리까지 진행되는 등 금융투자 환경은 최악의 상황에 노출되고 말았습니다. 이 같은 일본의 제로(0)금리 환경과 마이너스(-)금리 환경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맞이해야 할 금융투자 환경의 미래일 수도 있습니다.
종합해보면 제로(0)금리 시대에는 필연적으로 재테크를 해야 합니다. 특히 금융회사들의 마케팅이 VIP마케팅에 집중되는 환경에서 대부분의 국민들은 은행이나 증권사의 컨설팅 대상에서 철저히 외면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1500여개의 펀드 상품에 대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온라인을 통해 손쉽게 받을 수 있는 투자환경이 절실해 지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에서도 시스템이 불안하다거나, 해킹의 염려 때문에 바로 도입하기가 어렵다는 구실을 대기 보다는 국민 모두가 저렴하고 손쉽게 투자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로보어드바이저’ 환경을 신속히 조성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2016.6.8 글. 이길영/전 한국경제TV 앵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