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균展
일시/2022년12월20(화)~29일(일)
장소/대백프라자 갤러리 A관
전시장
“모든 것 내려놓고 흥에 취한 사람들” 김하균 작가 개인전
이연정 기자 lyj@imaeil.com
20일부터 25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 A관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이 캔버스를 가득 채운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한껏 흥에 취한 사람들은 얼굴과 눈, 코, 입이 다소 과장된 모습이다.
김하균 작가는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이웃들을 소재로 인간의 희노애락을 담아낸다. 그가 주목한 것은 인간의 본질. 화려하고 찬란한 조명을 받는 스타가 아닌, 삼류 가수들의 삶이나 고단한 하루를 흥으로 토해내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다.
작가는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 이성과 도덕을 벗어난 또다른 환희의 세계가 있음을 알게 된다.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노래와 춤을 통해 사회의 룰에서 벗어나, 인간 본래의 모습으로 자유롭고 무의식적일 때 본질적 아름다움이 발현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러한 모습들을 보면서 감동과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즉, 작품 대부분의 제목인 '취몽'은 현대인의 자화상에 대한 은유인 셈이다. 작가가 그림을 통해 얘기하고 싶은 지점은 취한 사람들의 표면이 아닌 이면에 있다는 것.
전시평론을 쓴 서영옥 미술학 박사는 "술에 취한 일시적인 취함 현상일지언정 그 순간만은 감정의 페르소나를 벗어놓게 된다. 술에서 깨고 나면 다시 가면 속에 자신을 숨기고 연극을 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태도를 품고 있는 중의적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어 "술에 취한 사람들이 거짓 표정을 벗고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듯, 작가도 자신이 체감한 삶의 서사를 사람 풍경 속에 거침없이 풀어놓는다"고 덧붙였다.
영남대 회화과와 동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오랜기간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아온 그의 7번째 개인전은 10년 만에 대백프라자갤러리 A관에서 열린다.
전시는 20일부터 25일까지. 053-420-8015, 6.
취몽 노래2 (120×72)
- 김하균 작가 노트
가까운 지인의 죽음으로 화장터를 따라간 순간 나는 막연히 생각했던 그 두려움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깨달았다. 모든 것은 매뉴얼이 정해져 있고 형식과 절차와 시간만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고 있었다. 그러면서 외로웠다. 물밑 듯이 밀려오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소중함, 그날 홀로 산 위에 올라가 하루 종일 앉아 멍 때리고 있을 뿐이다.
하늘이었다. 저 멀리 화장장에서는 한 줌의 재가 되기 위해 태워 굴뚝 위로 날아다니는 연기 그 아래에서는 그 속에서 숨을 쉰다. 하늘은 언젠가 올라가야 할 세계였음에도 지금 나는 서글픔으로 가득 담긴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이편과 저편, 이승과 저승, 삶과 죽음, 안과 밖....나는 순간 자리를 털고 일어나 돌아가고 싶었다.
나에게 그림 작업은 스스로 캔바스에 마음껏 쏟아내는 잔소리이다.
소심한 성격이라 시작전에는 망설이고 주저하지만 한번 시작하게 되면 싫어하기나 말거나 마음껏 퍼부어 버린다. 무당이 신기가 오르면 작두위에 춤을 추듯이 캔바스화면 위에서는 나의 감성이 마구 흔들어 본다. 나중에는 내가 어떻게 그렸는지도 모를 정도로 나를 잊어버린다. 정신을 차려 잘 그려야 되겠다는 욕심이 들어서면 오히려 이상하게 표현된다. 그림에 욕심이 뚝뚝 묻어 난다. 차라리 자유스러운 감성으로 한번 흔들어 보자.
내가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해왔던 작업은 인간의 본질에 대한 것이었다. 대상은 유명연예인이 아니라 힘들게 살아가는 평범한 이웃들이었다. 그들이 팍팍한 삶 속에서 사회의 룰에 벗어난 벗어나 인간 본래의 모습으로 스스로 자유스러워 지고 자신의 마음과 몸을 독립적인 모습으로 자아를 찾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무차별로 쏟아지는 오색찬란한 조명, 귀를 찢어 놓을 듯한 음악에 묻히거나 노래를 부를 때 누구나 흥에 겨워지면 고래고래 소리를 내고 몸을 흔들게 된다. 화가 나게 되어도 분풀이로 상대방에게 큰소리로 소리를 내지 않고 가만히 참으면 그것이 화가 되어 도리어 자신에게 병이 된다. 인간은 풀어야 한다. 물이 오랫동안 고이면 썩듯이 살아가면서 무엇인가 우리는 풀어야 한다. 그것의 가장 쉬운 방법은 노래와 춤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니면 상대방에게 잔소리를 하면 듣는 사람은 괴롭지만 본인은 응어리진 마음이 풀어지기도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성과 규율에 억매여져 살아가고 있다. 예술 작품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인것 같다. 한번 쯤이라도 벗어나 탈선하는 자유, 때론 살아가면서 인간이 가장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취몽 댄스 (116×90)
취몽 (53×33)
취몽 (120×72)
-김하균 개인전 소개의 글-
인간 존재의 가치를 탐색하는 화가
『취몽시리즈』로 시작되는 그의 작업이 10년 만에 대백프라자a 갤러리에서 (2022년 12월 20일-25일까지) 전시되고 있다. 인간의 모습들을 좀 더 구체화하여 『메아리』외 회화 작품 30여점들이 전시 되고 있는데 그의 작품 속에 대상은 누구나 함께 부딪치고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이웃들의 모습을 소재로 하여 이번 작업에는 흐느끼는 인체의 모습으로, 노래와 춤을 통해 시각적으로 재해석하여 우리가 같이 공유하고 할 수 있도록 새로운 사실을 발견해 나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가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해왔던 작업은 “인간의 본질”에 대한 것이었다. 대상은 유명연예인이 아니라 힘들게 살아가는 평범한 이웃들이었다. 노래 춤을 실제 실행하면 이성과 도덕을 벗어난 또 다른 환희의 세계가 있다. 그것을 통해 사회의 룰에 벗어난 벗어나 인간 본래의 모습으로 스스로 자유스러워 지고 자신의 자아를 찾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하균은 이러한 과정을 밟아가면서 작업의 정직한 진행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드러내 보이고 있다. 그의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직설적이고 단순하다. 심하게 잔소리하는 여성의 모습도 우스쾅 스럽지만 그림이 직설적이라 이해하기 쉽고 관람자들은 작품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며 즐거워 하기도 한다. 바로 이 순간이 작가는 그간 존재하는 현시대의 우리의 상황을 같이 공유하며 존재가치를 인정하고 탐색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김하균의 작품이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서는 이유는 평면이 주는 지적인 모색과 그가 갖고 있는 그림에 대한 믿음, 그림에 무엇을 담을 것 인가라는 작가의 문제의식, 그리고 작품과 작가 곧 삶과 현실, 접경의 점이지대에서 벌어지는 고통스러운 자기 성찰의 순간순간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알려지고 보는 것이 전체가 아닌 그 안의 뭔가를 끄집어내고 만나는데 의미를 살아가는 것과 그림이 일치될 때 비로소 존재와 작업이 갖는 의미를 느끼고 흥분과 쾌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작가에게 “그림 작업은 스스로 캔바스에 마음껏 쏟아내는 잔소리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소심한 성격이라 시작 전에는 망설이고 주저하지만 한번 시작하게 되면 싫어하기나 말거나 마음껏 퍼부어 버린다. 무당이 신기가 오르면 작두 위에 춤을 추듯이 캔바스 화면 위에서는 감성을 마구 흔들어 본다. 나중에는 어떻게 그렸는지도 모를 정도로 스스로를 잊어버린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성과 규율에 억매여져 살아가고 있다. 예술 작품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인것 같다. 한번 쯤이라도 벗어나 탈선하는 자유, 때론 살아가면서 인간이 가장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22년 10월 한국화가 박형석
취몽1 (90x65)
취몽1 (117×91)
취몽2 (53×33)
취몽2 (65×90)
취몽관전 (73×116)
취몽노래 (90×65)
취몽노래 (120×72) (2)
취몽댄스2 (90×65)
흥22 (65×90)
김하균의 사람풍경 - 취몽醉夢
인간은 직립보행하는 호모사피엔스, 또는 음절의 언어를 사용하는 고등동물이라고 한다. 사회를 이루고 환경에 영향을 받는 인간은 사고와 사유를 하며 다양한 감정을 표출할 줄 안다. 인간은 작은 심리작용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불완전한 삶에 대한 불안을 절대자에게 기대곤 한다. 삶의 기준점을 현실에만 두기도 하고 고양된 정신성만을 추구하는 삶도 낯설지 않은 인간생활상이다. 많은 철학자들은 이러한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데 몰두한다.
작가 김하균은 취한 사람에게서 ‘인간의 본질’을 본다고 했다. 제목 ‘취몽’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취몽은 작가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자 답이다. 자문자답하며 잉태한 인물상은 모두 무언가에 취해있다. 여기서 견지망월(見指忘月)을 떠올리게 된다. 작가가 그림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지점은 취한 사람들의 표면이 아닌 이면일 것이라는 추측이 전제되었다. 김하균의 그림에서도 손가락이 아닌 달을 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는 말이다.
디오니소스 축제처럼 작가는 알코올에 취해 휘청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영혼의 결정체와 같은 인간의 꾸밈없는 감정을 본다고 하였다. “그것이야말로 인간의 본질과 맞닿는 지점이 아닐까” 하는 것이 작가 김하균의 고백이다. 술에 기댄 일시적인 취함 현상일지언정 그 순간만은 감정의 페르소나를 벗어놓게 된다. 술에서 깨고 나면 다시 가면 속에 자신을 숨기고 연극을 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태도를 품고 있는 중의적인 표현이다. 김하균의 취몽은 바로 우리의 자아상이자 현대인의 자화상에 대한 은유다.
작가는 그간 주어진 삶에 충실하면서도 현실에서 한발 벗어난 삶을 추구했던 것 같다. 그간의 작업과정을 살펴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 한국화를 전공했지만 장르에 얽매이지 않았다. 소재나 주제도 일관성이 없다. 카오스 속에서 코스모스를 도모한 김하균 작가의 자유분방한 삶의 행보가 그의 예술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나이 60이 넘어 그의 예술이 안착한 곳은 ‘취몽醉夢’이다.
현실은 쓸모 있는 것에 더 높은 가치를 매긴다. 선명하고 뚜렷한 것들의 효용성에 높은 점수를 주는 현실이지만 작가는 이러한 현실의 맹목적인 믿음에 질문을 던진다. 대신 김하균은 현실이 놓치고 있는 것에 다가간다. 실제와 멀어졌을 때 우리는 현실이 꿈인지 꿈이 현실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마치 장자의 ‘호접지몽胡蝶之夢’처럼 꿈을 꾸려면 꿈에서 벗어나야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내가 된 것인지를 질문할 수 있다.
음과 양, 기쁨과 슬픔, 밤과 낮, 삶과 죽음 등, 시작과 끝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어 있다. 쓸모없다고 여겼던 땅도 쓸모 있다고 여긴 땅을 받쳐준 또 하나의 진실임을 작가는 알고 있는 듯하다. 매끈하게 이어지는 알파와 오메가가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고 돌다 선택의 갈림길에 우리를 세워놓는다.
우리는 김하균의 거친 필선과 둔탁한 색감 속에 묻힌 파묵(破墨)법처럼 미처 자각 하지 못한 세상 속으로 서서히 스며든다. 김하균 작가가 휘갈기는 순간적인 붓질이 그것을 유도한다. 김하균의 붓질에는 거짓이나 꾸밈이 끼어들 틈이 없다. 술에 취한 사람들이 거짓표정을 벗고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듯 김하균 작가도 자신이 체감한 삶의 서사를 사람 풍경(취몽) 속에 거침없이 풀어놓는다. 혹자는 한국문화를 흥興의 문화에 비유한다. 흥과 술 취함은 분명히 다르다. 다만‘취몽’은 취한 듯 취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꿈꾸는 김하균 작가의 바람이 투영된 것이다.
2022. 12. 미술학 박사 서영옥
http://www.koreacol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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