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손님'만을 위한 SOQ기준...수도부문 기술자 96명 요구
수자원기술은 올해 한국수자원공사가 발주한 7개 권역의 수도 및 댐ㆍ보시설 점검정비용역을 모두 수주했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는 수자원기술 외에는 참여가 불가능하게 만든 기술자평가(SOQ) 기준과 ‘짜고친’ 정황이 분명해 보이는 입찰집행상황을 살펴보면 이해가 간다.
◇만리장성보다 높은 SOQ 기준
“수도 및 댐·보 부문의 경력평가는 협회가 발행한 경력증명 중 사업명, 직무분야, 전문분야, 담당업무가 명확히 기재된 경우에만 인정하며(중략) 참여기술자의 경력평가는 해당분야의 참여기간만을 인정한다.”
수자원공사가 발주하는 점검정비용역은 물량가뭄에 시달리는 업계에서 보면 알토란 같은 사업이다. 2006년만 해도 계약기간이 3년이었지만(2008년 수주업체에 계약이 자동 갱신됐다) 2010년부터는 계약기간이 1년으로 바뀌었다. 즉 매년 500억~600억원대의 사업이 꾸준히 발주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입찰에 참여하는 회사는 ‘단골손님’들뿐이다.
이유는 만리장성보다 높고 촘촘한 SOQ(기술자평가)기준 때문이다.
우선 사업수행능력 평가 세부기준에서 원하는 참여기술자는 상하수도(대략 98%)의 비중이 가장 높다. 이들 기술자는 상하수도의 유지관리, 시험, 검사, 안전점검, 정밀안전진단 업무 분야에서 15년 이상 일을 했어야 만점을 받는다.
예로 일부 사업에서 제시된 참여기술자 규모를 보면 수도 부문에서만 소요 기술자가 총 96명이다. 일반 다른 용역사업이 요구하는 기술자가 평균 4~20명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규모가 상당히 큰 셈이다. 게다가 이들 분야는 기술자와 숙련기술자로 나뉘는데 숙련기술자 수요만 77명에 달한다.
수도와 댐, 보 분야에 대한 정비점검 사업이 2001년 민영화된 점을 감안하면 과거 수자원공사 출신 인사를 대거 보유하지 않은 업체의 해당 공사 입찰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장비 보유 기준도 걸림돌이다.
수자원공사는 입찰 참여 업체에 일정 수준의 장비 보유를 요구한다. 그런데 한 사업에서 요구하는 장비만 161대다. 관리단별, 권역별로 1t 더블캡 16대, 5t 크레인카 1대, 관로탐지기 5대 등으로 총 35개 항목에 달하는 161개 장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만약 5개 권역에 중복으로 참여하는 회사는 권역별로 1대인 5t 크레인카를 5대 갖고 있어야 한다. 사업 규모에 따라 구체적인 장비 수량은 달라져도 요구사항은 모두 비슷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설비점검에 참여하는 용역업체 대부분이 고만고만한 중소기업들인데 한 사업에서 고정 인력 100여명에 장비보유까지 요구하는 사업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겠느냐”며 “과거 수자원공사에서 일을 하며 보유한 인력과 장비를 갖고 민영화한 회사가 아니면 사업참여는 꿈도 못 꾼다”고 토로했다.
최지희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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