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줌의 흙이 되다
땅에 묻었습니다.
내 인생도 송두리채 묻혔습니다
캄캄했습니다
십자가에 매달려
내려오지 못한 그 여섯 시간
정말 암흑이었습니다
‘내 영혼을 받으소서’
‘다 끝났다’
바닥 위에 우뚝 솟아난 큰 바위가 있었습니다
그 바위가 우리에게로 왔습니다
그것은 아직까지 없었던
수 없는 나그네의 안식처였습니다
거기서 우리는 온갖 일들을 벌려 놓고
먹고 놀고 울고 웃고 싸우고,.... 벼라별 사건을 일으켰습니다
사,오십 여년을 그렇게 온갖 풍상의 세월을 지탱하다 보니
그 언덕 같은 큰 바위도
부서지고 깨지고 흐트러지고
패여져서 무척이나 보기 싫은
흉상으로 일그러져 버렸습니다.
산짐승도, 들짐승도, 날짐승도,
너구리의 굴마저도 파괴되어
그 누구도 가까이
그 어디도 쉴 거처가
그 어떤 곳도 기댈 풀언덕이.....
흑암이고 절망이었습니다.
그 얼마 후
땅이 진동했습니다.
바위가 터졌습니다.
지반이 흔들리고
천지가 갈라졌습니다.
터져라
솟아라
올라라
퍼져라
깊은 곳 용암이
분수처럼 솟아올랐습니다.
근원, 원형, 생명, 존재, 위치, .....
구속이 밀물처럼 몰려왔습니다
새 사람이 점등되었습니다
옛것이 가고 새것이 왔습니다.
옛 판이 깨지고
새판의 문이 열렸습니다.
옛 복음이 사라지고
새 복음의 휘장이 활짝 열렸습니다.
십자가에서 내려오지 못한
그 사람이 우뚝 섰습니다.
오늘 비로소 잃어버린 내 인생이
별빛처럼 밀려왔습니다.
예수 구속
인격 회복
운명적 위치
존재적 연합
아! 다 이루었구나
피조물의 영광이
형상과 모양의 연합이
존재와 실재의 표현이 다 완성되었구나
예수 사람
나 사람
우리 사람
다 한 사람
그 사람이 나고 또 너구나
영원한 나로구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로구나
하나님의 목적 안에 있는 바로
그 사람이로구나!
아! 이 사람이
그 바위가 깨지고
그 삶이 산산히 조각나고
태산이 평지가 되었구나
새 바위가 솟아 오른다
오늘 이 밤에
그 무덤이 나에게로
거침 없이 그침 없이
오고 또 오는 도다!
2024. 09.12 이민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