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원사업이던 옥상 방수를 하는 날이다.
하도를 바르기 시작한 시각이 10시 50분경
하도를 다 바르고 나니 1시가 조금 넘었다.
햇살은 좋으나 불어오는 바람이 훈풍이 아니고 조금 차다.
그렇지만 괜찮을 거야.
지금은 문화원 원장이지만 왕년에 노가다 왕초에게 물어봤더니
이런 날씨에도 까딱없다고 했으니 만일 터지거나 갈라지면 그 부자네 집으로 가
물어내라고 드러누우면 되겠지.
경 선생이 3시가 거의 되어 도착 했으니 시간이 딱 좋다.
마지막 붓질 후 최소 2시간 말린 후 상도를 발라야 한다고 했으니 말이다.
상도를 중화제와 2:1 비율로 섞어 두 사람은 로울러를 상도에 담갔다 밀고 나는 붓으로
빈틈을 메우고 벽체 같은 곳에 수평을 맞추면서 나아갔다.
오후가 되면서 바람은 좀 더 차지만 짧은 햇살을 세 사람이 잡아서 늘인다.
세 사람이 일사분란하게 일을 마치고 난 시각이 4시경이다.
상도를 바르는데 약 1시간 가량 소요했다는 이야기다.
야아---대한독립 만세, 대한 국민 만세, 파란 하늘과 좋은 햇살이여 만세!
꺼져가는 가을 들판에 반들거리게 윤이 나는 진초록이 황홀하다.
아뿔싸! 해가 넘어갈텐데 옷들이 얇다. 집으로는 들어가질 못하니
향적사 위에 손두부집으로 가자.
초록색 점박이들이 경선생 차를 타고 손두부 집으로 들어간다.
막걸리와 김치 그리고 김이 무럭무럭 나는 손두부다.
내 일찌기 막걸리가 이렇게 맛이 좋은 줄이야!
그동안 업자들에게 견적을 받아보면 한결같이 삼백만원이었다.
상, 중, 하도를 모두 양심껏 발라준다면 재료비가 60만원가량에
최소한 세 사람이 매달려야 하는 것이니 인건비 빼고 약 200만 원을 남기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깟 붓질이 그렇게 힘들줄이야. 난 지금 걷기도 힘들다.
그깟 붓질 여자가 해도 충분한 거야! 하고 진시인을 부른 게 너무 미안하다.
대접이야 한다고 했으나 그도 부실하고 몸살은 안났는지, 미안하기 짝이 없다.
세 사람은 막걸리 한 병과 손두부 한 모를 더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숙원사업을 끝낸 파티를 걸판지게 했다.
포천의 대표 주자 두 사람이 합류했다.
바로 전에 세계적인 낙농국, 덴마크 답사를 마치고 돌아온
젖소부인과 마당발을 불러 밤이 새도록 파티를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는 삼인조 방수단을 결성하고 일반업자들 보다는
시공비를
조금 올려받기로 했다.
트리오 시인 방수단 시공비--오백만원.
그것은 재료가 일반 업자들과는 틀리기 때문이다.
하도 중도 상도와 함께 같이 들어가는 재료로는
먼지 서너 움큼
가랑잎 열 댓장
낙엽송 바늘잎 한 됫박
거미 다리 열댓쌍
방아개비 한 마리
박제 잠자리 서너쌍
자빠져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다릿짓하는 노린제 열댓마리
호랑 무당벌레 한 홉 가량!
벌 열댓마리
마지막으로 길이가 5-6센티는 되는 황 지네 새끼 한 마리다.
소멸을 유보하기 위해 사력을 다해 달려들었던 열정들을 방수액으로 박제시키고
먼 훗날 누군가 와서 2008년 11월의 연대기를 들여다보고
그날의 희생제를 지냈던 자들을 가려낼 때 완벽한 알리바이를 위해
공범들은 다투어 밀대로 발자국을 지우며 검은 새벽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얏호!--다음날 말간 태양이 뜨자 배후만이 오리무중인체
밀대로 밀었던 발자국들은 다시 선명하게 살아
완전범죄란 없음을 웅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서윤)
첫댓글 트리오 시인 방수단 결성을 축하드립니다 ~~...시공비는 더 올려받으셔도 될것 같습니다 ~~새론 한주 상큼하게 잘 보내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