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의 큰 일꾼 봉고Ⅲ가 마침내 중환자실에 입원을 하고 말았다. 나의 지리산 목회의 산 증인으로서 내가 가는 곳마다 함께 했던 봉고Ⅲ는 열다섯 명이 탈 수 있는 승합차였기 때문에 우리 시골 교회에서는 꽤 쓸모가 있는 자동차였다. 내가 2003년 1월에 칠정교회에 부임을 해서 지금까지 우리 산청군 단성면의 서부지역 아이들을 아침마다 학교에 태워주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봉고Ⅲ의 진가는 이미 정평이 나 있었다. 처음에는 12인승 승합차로 봉사를 했었는데, 그만 사고로 차가 폐차가 되는 바람에 2004년 5월에 지금의 봉고Ⅲ 15인승 승합차를 구입하게 되면서 지금까지 묵묵히 자기 역할을 잘 감당해 오고 있었다.
사실 2004년에 차를 바꿀 때에는 25인승 버스를 사고 싶었다. 왜냐하면 우리 동네에서는 거의 50리나 떨어진 학교에 통학을 해야 하는 아이들이 20여명이나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나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만 믿고서 거금 100만원씩이나 들여서 대형면허까지 취득해 놓았었다. 그러나 25인승은커녕 15인승 승합차를 사는 것도 우리 시골교회로서는 역부족이었다. 다행히 김포에 계시는 어느 권사님께서 3년 동안 차량할부 금액을 한 달도 거르시지 않고 보내주신 덕분으로 2004년 5월부터 지금까지 나는 마음 놓고서 열심히 차량 봉사를 할 수가 있었다. 그동안 여러 번 교육청에 도움을 요청해 보기도 했지만, 한 번도 관계자들의 성의 있는 대답을 들어보지 못했다. 지난달에는 동네에서 학부형 다섯 사람이 찾아와서 고맙다며 5만원을 주고 갔다. 차량봉사 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기분이 참 묘했다. 이 동네 사람들은 무척 가난한 사람들인 것 같다. 특별히 마음이 참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6년 반이 흐르는 동안 우리 교회 봉고Ⅲ 승합차는 어느덧 주행거리가 369,000km나 되고 말았다. 웬만한 차 같으면 벌써 폐차를 했어도 두 번은 폐차를 했을 만큼 많이도 뛰었다. 얼마나 많이 뛰었는지 바퀴는 해마다 한 번씩 바꿔도 여전히 닳고 닳아서 앞뒤로 바꿔 끼우고 뒤집어 끼우고 해도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주행거리가 37만에 이르게 되고 보니 연비도 뚝 떨어져서 도저히 차량 연료비를 감당할 수가 없게 되었다. 당장이라도 봉고Ⅲ를 처분하고 12인승 승합차를 새로 사고 싶었다. 그러나 중고차 매매상은 우리 차를 보고서 혀를 내두르더니 얼마를 주겠다는 소리도 없이 그냥 가버리고 말았다.
결국 차를 수리해서 더 쓰는 수 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더구나 지금은 15인승 승합차가 생산이 중단되었기 때문에 아침마다 아이들을 수송해야 하는 나로서는 더 큰 차를 구입하지는 못할망정 15인승을 12인승으로 줄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수리비였다. 평소에 단골로 다니던 카센터에 차를 맡겨서 견적을 내 보았다. 그동안 얼마나 고생을 많이 시켰던지 차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라디에이터 속에 오일이 스며드는 것도 모르고 차를 몰고 다녔던 것이었다. 타임벨트도 갈아야 하고, 바퀴 네 짝 교환하고 휠 얼라이먼트도 보아야 하니 그 비용만 해도 금방 100만원이 훌쩍 넘어버렸다. 이왕에 이렇게 된 거 제대로 손을 봐야겠다 싶어서 문제가 되는 곳은 전부 손을 보라고 했다. 하루만에는 도저히 안 된다고 해서 해 질 무렵에 봉고Ⅲ를 중환자실에 눕혀놓고서 무거운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제 몸 하나조차 돌보지 않고 충성을 다하다가 그만 중병을 얻어 몸져 누워있는 봉고Ⅲ가 너무나 불쌍했고, 수술비도 마련 못하는 쩔쩔매는 초라한 내 보습은 더 불쌍해 보였다.
일단 카드로 끊고 모자라는 돈은 외상으로 해서 몇 달이 걸리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돈이 생기는 대로 분납을 해야겠다는 것이 알량한 내 생각이다. ‘누가 25인승차를 사 주면 참 좋을 텐데…, 아니면 매달 기름 값이라도 보내주는 사람이 있으면 참 좋을텐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면서 교회로 돌아왔다. 세상은 참 이상하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봉사하고자 하는 마인드가 없고, 나처럼 봉사하고 싶어서 미친 사람들은 돈이 없어서 이 고생이고…. 너무 속상해서 어디로 도망이라도 가고 싶었지만 뛰어야 벼룩이지 목사 주제에 가봐야 어딜 가겠는가? 다음 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나흘 동안 모처럼 금식기도나 하러 갈 생각이다. 10년 전 김포에서 개척교회를 할 때 40일 금식 기도를 했었는데, 이제는 그렇게까지는 못 할 것 같고, 한 나흘만이라도 하나님께 매달려서 부르짖으며 기도를 해야겠다. 제발 나 좀 도와달라고.
하이얀 고무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