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절엔 한 1년 쯤 전부터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된 고3 수험생들이 셋 있다. 학교에서 공부하느라 힘들고 답답할 때면 점심시간이고, 하교길이고, 쉬는 날이고 할 것 없이 절을 찾는다. 그저 조용한 절이 좋아 찾는 줄로만 알았었는데 얼마 전 부터는 새벽기도에도 곧잘 나오고, 평소에도 절에 와서 108배도 하고, 때로는 1080배도 하고 열심히 부처님 전을 찾는다.
이 아이들 부모님들이야 내심 걱정이 안 되겠느냐마는 도시 부모님들처럼 그렇게 유난을 떨지는 않아 보인다. 이 맘 때면 전국의 산사가 기도객들로 분주하다. 입시기도며 진급기도 등으로 수많은 기도객들이 정성스럽게 불전으로 나아가 향을 사르고 절을 하곤 한다. 어디 산사 뿐이겠는가. 교회고 성당 또한 마찬가지다. 매년 반복되는 이런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과연 이 사람들의 마음 속에 기도의 의미는 어떤 것일까 새삼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기도는 말 그대로 '비는 것'이다. 빈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루기를 원한다는 것이고, 원하는 바가 크고 강할수록 우리의 기도는 더욱 간절해진다. 그러나 다른 말로 기도가 간절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강하게 바란다는 말이며 그 이면에는 바라는 바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의 괴로움 또한 크게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연 기도의 의미가 무엇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데 있을까. 그렇지 않다. 수행자의 기도는 내가 바라는 결과를 얻고자 함이 아니고, 어떤 결과가 오더라도 그 결과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강인한 내적인 수행력을 쌓는데 있다. 기도를 하면 마음이 비워지고 마음이 비워지면 결과에 대한 애착과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며, 그랬을 때 결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 그것이 기도의 참 의미가 아닐까.
물론 그렇게 마음이 비워지고, 결과로부터 자유로와 질 정도가 되면 또 다른 차원에서의 기도 가피가 생겨난다. 기도를 통해 마음이 비워지니 집착 없는 순수한 선호로써 원력을 가지고 공부를 하게 되는 것이다. 즉 초조함과 집착심 없이 고요한 마음으로 바뀌기 때문에 자식도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힘이 생기고, 부모님 또한 과도한 집착을 부추기지 않고 편안하게 수험 뒷바라지를 하게 된다. 이런 부모 자식 간의 집착 없는 고요한 마음의 공명과 파장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또 다른 근원적 차원의 힘과 집중력, 혹은 양자도약의 가피가 일어나게 만들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기도를 하면서 과도한 집착심으로 기도한다면, 그건 벌써 어긋나기 시작한 것이다. 금강경에서도 말하듯 ‘집착하는 바 없이 마음을 내고 기도를 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불법의 가르침이다. 내가 며칠 동안 기도할 테니까 꼭 진급하게 해 주시고, 일 잘 풀리게 해 주시고, 대입 합격하게 해 주시고, 그러면서 부처님과 장사를 하려고 하는 마음을 갖다 붙인다면 거기에 무슨 공덕이 있을 것인가.
입시기도든, 진급기도든 그 기도의 목적은 합격이나 진급에 있지 않다. 다만 입시와 진급이라는 그 경계 앞에서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자유롭고 당당한 내 안의 중심을 잡는데 있다. 또한 집착을 내려놓고,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는 평화롭고 고요한 마음을 가짐으로써 자기 안에 있는 근원적인 힘과 지혜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에 있다. 인과를 믿는 불자라면 내 스스로 공부한 만큼, 노력한 만큼 온당한 결과를 받는 것이 당당한 노릇 아니겠나.
기도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기도를 하라. 다만 합격이나 진급을,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기도가 아니라 그 어떤 결과 앞에서라도 내 안의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도록, 당당해 질 수 있도록, 조급해지지 않을 수 있도록, 마음을 맑게 비우기 위한 기도를 하자.
BBS 불교방송 라디오 '법상스님의 목탁소리'(평일 07:50~08:00) 방송중에서
첫댓글 돌아보니 요즘 이리저리 마음이 날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음을 좀 고요히하고 집착하는 바 없이 마음을 내고 기도를 하도록 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心猿意馬 마음은 원숭이 처럼 촐랑거리고 말 처럼 날뛴다.
이런 마음의 움직을 조용히 관찰하는 것이 관이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