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내용은 보도된 뉴스를 바탕으로 각색된 추리소설입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7월의 어느 날 밤, 서울의 한 비밀 안가. 한국 경제의 명줄을 쥐고 흔드는 네 명의 남녀가 둥근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었다.
테이블 한가운데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비선 보고서' 한 권이 놓여 있었다. 제목은 [차기 정부 이관 과제: 외환 및 에너지 안보의 뇌관].
사건의 서막은 그 보고서가 열리며 시작되었다.
"이건 단순한 순위 하락이 아닙니다. '도난'당한 겁니다."
국제금융 범죄 및 외환시장 분석 전문가인 강민우 박사가 안경테를 치켜올리며 보고서를 가리켰다. 화면에는 한국의 외환보유액 추이 그래프가 피를 흘리듯 붉은색 선으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원·달러 환율이라는 괴물을 잡겠다고 외환당국이 시장에 쏟아부은 달러가 수십억 장입니다. 그런데 보십시오. 정신을 차려보니 우리 외환보유액 순위가 싱가포르 뒤로 밀려나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도시국가입니다. 우리의 거대한 경제 규모를 지탱할 방파제에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는 뜻입니다."
반대편에 앉은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가 마른침을 삼켰다.
"시장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환율은 진작에 폭등했을 겁니다. 이건 불가피한 방어였습니다."
"아니요, 범인은 따로 있습니다." 민우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우리 체력의 한계를 정확히 읽고, 외환당국이 달러를 쓸 수밖에 없도록 시장을 교란한 거대한 세력이 있습니다. 현 정부 임기 내에 이 구멍을 메우지 못하면, 다음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외환위기'라는 설계된 함정에 빠지게 됩니다. 누군가 다음 정부의 목을 죄기 위해 의도적으로 방파제를 허물고 있는 겁니다."
같은 시각, 테이블의 다른 한편에서는 산업 스파이 및 안보 전문가인 이진서 팀장이 또 다른 증거품을 제시했다. 용인과 호남에 들어설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설계도였다.
"반도체 공장은 1초만 전력이 끊겨도 수천억 원어치의 웨이퍼를 버려야 하는 정밀한 생명체입니다. 그런데 이 거대한 공장들을 돌릴 '불(전력)'이 사라졌습니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가 있지 않습니까?" 정부 측 인사가 반박했다.
진서는 냉소적인 미소를 지었다. "날씨가 흐려지면 멈추는 바람과 햇빛으로 반도체 라인을 돌린다? 그건 자살행위입니다. 범인은 정책의 '모순' 뒤에 숨어 있습니다. 지난 정부부터 이어온 '탈원전' 기조 때문에 원전 건설은 멈췄고, 이제 와서 반도체를 살리겠다고 급하게 원전 확대를 검토하고 있죠. 정책의 일관성이 깨진 틈을 타, 누군가 한국 반도체 공급망을 마비시키려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겁니다. 처음부터 원전이라는 정답을 숨긴 자, 그 자가 이 혼란을 만든 진범입니다."
진서가 설계도를 한 장 더 넘기자, 호남 지역의 수자원 지도가 나타났다. 파란색 물길 위로 붉은색 엑스(X) 표시가 빽빽하게 쳐져 있었다.
"마지막 수수께끼는 '물'입니다. 호남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세우려면 매일 수십만 톤의 초순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곳은 매년 가뭄으로 농민들이 피눈물을 흘리는 지역입니다."
정부 관계자가 다급하게 해명했다. "물길을 새로 조정하고, 생활하수를 재활용하는 정화 공법을 도입하면 농민들과의 상생이 가능합니다! 주민들을 설득할 계획도..."
"그 '상생'이라는 단어가 바로 가장 치명적인 트릭입니다." 진서가 말을 잘랐다. "지역 주민들의 생존권인 농업용수를 빼앗아 대기업 공장에 채우는 순간, 지역사회는 폭발합니다. 산업과 농업, 환경이 정면으로 충돌하도록 판을 짜놓은 자가 있습니다. 농민들의 분노를 유도해 국가 첨단 산업의 발목을 잡으려는 배후가 있다는 말입니다."
네 명의 인물 사이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외환보유액 고갈, 통제 불능의 환율, 원전 공백으로 인한 전력난, 그리고 지역사회의 분노를 유발하는 물 부족 문제까지. 이 모든 사건은 개별적인 사고가 아니었다. 한국 경제라는 거대한 거인을 쓰러뜨리기 위해 정밀하게 설계된 '연쇄 안보 테러'에 가까웠다.
"현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이 고차방정식을 풀 수 있을까요?" 정부 관계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강민우 박사는 테이블 위의 보고서를 덮으며 차갑게 말했다.
"단언컨대, 불가능합니다. 트릭이 너무 고단수예요. 현 정부는 덫을 치우느라 진을 다 뺄 것이고, 결국 이 무거운 짐과 폭탄의 스위치는 다음 정부의 책상 위로 고스란히 넘어갈 겁니다. 범인은 지금 다음 정부의 출범 날짜만 기다리며 웃고 있겠지요."
창밖의 천둥소리가 안가를 뒤흔들었다. 한국 경제는 지금 거대한 전환점이자, 설계된 범죄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탐정들이 찾아야 할 답은 명확했다. 문제를 다음으로 미루며 도망칠 것인가, 아니면 목을 죄어오는 덫을 향해 정면으로 마주하는 용기를 낼 것인가.
시한폭탄의 타이머는 지금 이 순간에도 멈추지 않고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