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1주일 남았다. 올해 설 연휴는 토·일요일을 합쳐 5일이나 된다. 오랜만에 부산을 찾은 친지들도 과거처럼 서둘러 부산을 떠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부산은 바다를 원 없이 바라볼 수 있는 갈맷길로 유명한 도시가 아니던가. 하지만 욕심을 좀 더 부려 바다와 도심 조망, 그리고 피톤치드 숲길까지 보장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큰 설 선물이 있을까? 부산사람이라면 한번쯤 걸어봤을, 그러나 외지인이라면 "부산에 이런 곳이 있었나"라고 감탄할 만한 '황령산·금련산 둘레길'을 설에 앞서 걸었다.
둘레길은 전포로∼금련암약수터∼물만골 입구∼우암사∼금련산청소년수련원∼안창약수터∼편백숲∼바람고개∼전포로 순의 총 길이 14.5㎞ 원점 회귀 코스로, 주변 조망을 실컷 즐기면서 천천히 걸어도 6시간이면 족하다. 물론 더 짧은 코스도 가능하다. 어디에서든 걷기를 중단하고 내려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탈출로가 곳곳에 열려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황령산·금련산 둘레길은 황령산(427m)과 금련산(412.1m)을 호두 알맹이처럼 한 덩어리로 묶은 해발 30∼250m 구간을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리며 4개 구 8개 동(부산진구 양정동과 전포동, 연제구 연산동, 수영구 망미동과 광안동, 남천동, 남구 대연동과 문현동)의 도심 풍광을 즐길 수 있는 도심 속 명품 걷기 코스다. 그러나 전체 구간이 아직 다 정비되지 않아 도중에 도로를 건너거나 불명확한 이정표를 만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은 옥에 티로 남는다. 또 각 지자체 관할 구간마다 둘레길 이름을 달리 표기한 경우(본보 2012년 10월 15일자 6면 참조)가 여전히 많아 혼란도 적지 않았음을 밝혀둔다.
4개 구 8개 동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려
도심 속 오지 '물만골' 생태마을로 명성
편백나무 빽빽한 '치유의 길' 명상에 최적
금련산수련원 인근 가파른 계단 최대 난코스
정비 완료 안 돼 불명확한 이정표 '옥에 티'
■76㏊ 드넓은 편백숲의 피톤치드 향
들머리는 문현공동묘지의 오른쪽 길로 잡았다. 남구 10번 마을버스의 진남로 정류장에서 100m 거리에 있는데, 황령산터널 위라고 보면 위치를 확인하기가 쉽다. 혹, 도시철도를 이용하면 2호선 '국제금융센터·부산은행역' 4번 출구로 나오는 것이 편하다. 도시철도 출구에서 문전교차로와 동성고를 거쳐 진남로(전포 고개)까지 올라오면 폐기물 집화장을 찾을 수 있고, 여기서 길 건너 산길로 접어들면 '황령산둘레길' 이정표를 확인할 수 있다.산길 초입은 험하지 않다. 다만, 갈림길이 많아 헷갈리는 구간이 있을 수 있으니 이정표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둘레길에 오른 지 10분쯤 지나면 편백숲이 나타난다. 황령산 편백숲은 190만 그루, 76㏊에 달할 정도로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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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은 지자체에 따라 이름이 다르게 표현된다. 부산진구는 관할 구간을 '황령산 나들숲길'로 이름을 붙였다. |
오른쪽으로 울긋불긋한 지붕이 자주 보이면 물만골 입구다. 아무리 겨울이지만 늦은 아침인데도 이곳은 햇빛이 강하지 않다. 아침 해를 등진 북서 사면이라서 그런 것 같다. 물만골은 도심 속 오지다. 지금은 생태마을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지만 오랫동안 도시 철거민들의 이주촌으로 불렸다.물만골 입구에서 20분 정도 걸으면 '치유의 길' 이정표가 나타난다. 이름에 걸맞게 길 주변은 편백나무로 빽빽하다. 잡념을 정리하기에 좋은 곳이다. 하지만 흙길은 주의해야 한다. 특히 요즘처럼 날씨가 좋아 땅이 녹을 때라면 질퍽질퍽한 구간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장승 옆을 지나는데 발걸음에 놀란 까마귀 떼가 날아 올라 덩달아 놀랐다. |
금련산청소년수련원 전망대에 서면 광안리해수욕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맑은 날 망원경을 사용하면 대마도까지도 볼 수 있다. |
■홍매화가 벌써 꽃망울… 봄 오려나!사방시설 옆에서 딱따구리 소리가 들렸다. 오랜만에 듣는 자연 소리다. 한창 나무에 구멍을 내고 있는지 '따다닥'거리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진다. 그러나 잠시 여유를 갖고 주변을 둘러보자. 오리나무와 아카시아나무, 벚나무가 지천에 서 있다. 동행자가 "빨리 자라는 나무들"이라며 "오래 전 녹화사업의 하나로 심은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자신이 어릴 때 녹화사업이 많았는데, 종종 송충이 잡이에도 동원됐다고 그는 과거를 추억했다.둘레길 이정표는 지자체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그중 연제구 관할의 길 표시가 비교적 무난하다. 우암사 주변도 길 표시가 잘 돼 있다. 그런데 그곳에서 산악자전거와 부딪힐 뻔했다. 길이 넓지 않은데 속도를 내며 달려왔기 때문이었다.추모비를 지나면 편백숲이 다시 나타난다. 여기서 길은 동수영중학교 쪽으로 잠시 내려섰다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다. 도시고속도로가 횡으로 달린다. 이 무렵 산새 소리 대신 자동차 달리는 소음이 이어진다. 그런데 길가의 홍매화가 벌써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곧 봄소식을 접하려나! |
부산 남구 진남로 전포고개의 문현공동묘지 오른쪽 옆 산길로 접어들면 곧바로 '황령산둘레길'이정표가 나온다. |
금련산 수련원이 보이는 곳에 도착하자 가파른 계단이 위압적으로 나타났다. 둘레길 중 최고의 난코스다. 땀을 비질비질 흘리며 계단을 다 오르자 관리사무실 건물이 나타났다. 그대로 수련원의 천문대와 정문을 지나면 바람고개에 이른다. 바람고개 주변으로 편백숲길이 다시 이어졌다. 숲길 끝자락에서 고개를 들면 부산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된 문현금융단지의 부산국제금융센터(BIFC)가 바라다보인다. 이 건물이 보이면 둘레길 탐방도 거의 끝났다는 뜻이다. 길을 따라 그대로 내려서면 진남로에 이른다. 친지와 함께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혼자서, 혹은 둘이서 호젓하게 숲길을 거닐다 보면 봄이 오는 소리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산행 문의: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위크앤조이팀 051-461-4095. 글·사진=박나리 기자 nari@busan.com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http://youtu.be/ud7LrYf6k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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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령산·금련산 둘레길 고도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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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령산·금련산 둘레길 구글 어스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산&산] <491> 황령산·금련산 둘레길 산행지도 (1/30)
| ▲ 부산 남구 진남로 전포고개의 문현공동묘지 오른쪽 옆 산길로 접어들면 곧바로 '황령산둘레길' 이정표가 나온다. 사진은 황령산둘레길 이정표가 서 있는 들머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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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들머리를 출발한 지 10분쯤 지난 지점에서 하늘 높이 치솟은 편백 숲을 만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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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둘레길은 지자체에 따라 이름이 다르게 표현된다. 부산진구는 관할 구간을 '황령산 나들숲'로 이름을 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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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령산둘레길에서는 도심을 바라보며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구간이 많다. 곳곳에 벤치도 있어 아픈 다리를 쉴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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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 안내가 잘 된 연제구 구간의 황령산둘레길 이정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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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망미동 쌈지 체육공원 앞에서는 편백 숲 사이로 난 나무계단을 만난다. 계단을 쉬엄쉬엄 오르면서 편백의 피톤치드 향을 맡아 볼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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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련산청소년수련원 전망대에 서면 광안리해수욕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맑은 날 망원경을 사용하면 대마도까지도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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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련산청소년수련원에서부터 임도를 따라 바람고개 방향으로 걸어가면 편백 숲을 다시 만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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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고개∼문현동 구간은 임도로 연결돼 있다. 저 멀리 부산국제금융센터가 흐릿하게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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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국제금융센터가 보이면 원점으로 거의 회귀했다고 봐도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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