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하훈 기자, 『충무로, 새로운 물결』(푸른사상 예술총서 31). 한국영화운동사 제2권.
1980년대 후반 정치·사회적 억압에 맞서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사회변혁을 꿈꾸었던 영화인들을 조명하여, 영화운동의 흐름을 직접 취재하고 두 권의 책으로 정리했다. 2권에서는 당시 재야 영화로 불리던 지금의 독립영화인들이 충무로라는 제도권으로 옮겨와 기존 충무로 기득권 세력들과 대립하면서 한국영화의 주류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프로듀서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한 기획영화에서 독립영화의 역량을 하나로 모은 한국독립영화협회의 결성 과정까지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를 거쳐 2000년대에 다다르기까지 한국 영화운동사의 주요한 사건과 역사가 기록돼 있다. 2023년 9월 30일 간행.
■ 저자 소개
영화 저널리스트. 2000년 오마이뉴스가 창간한 직후부터 기고를 시작했다. 영화역사와 영화정책, 영화산업,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영화제 등에 대한 심층 기획기사를 주로 쓰고 있다. 지역신문, 간행물 등에 글을 보내기도 한다. 2018년 가톨릭영화제 심사위원, 2022년 5·18영화제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다.
■ 책머리에 중에서
2015년 한국 영화운동 취재에 들어간 계기는 단편적으로 알려진 한국 영화운동의 역사를 정리할 필요성을 느껴서였다. 개인적인 경험을 중심으로 파편화돼 전달되는 이야기를 체계적으로 다듬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에는, 그 시대 한구석에서 관객으로 바라봤던 경험이 작용했다. 지난 시간의 정리가 늦어질수록 정리하는 작업은 쉽지 않을 것이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옛말처럼 한국 영화운동에 대한 저술은 곳곳에 흩어져 있던 구슬을 수집하는 작업이기도 했다. (중략)
시기는 1980년 광주민중항쟁 전후부터 2000년 전후까지로 잡았다. 1980년 얄라셩 이후 1982년 서울영화집단, 1983년 서강대 영화공동체, 1984년 부산씨네클럽, 1985년 대학영화동아리 결성, 1986년 파랑새 사건 등으로 매해의 의미가 40년간 이어지고 있다.
■ 추천의 글
우리들이 경험한 영화의 시간이 기적이었음을 확인시켜주는 책
한국영화에는 몇 번의 탄생과 굴절이 있었다. 그 긴 흐름 가운데 1980년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한국영화는 특별한 발아와 생장과 꽃피움의 과정을 보여왔다, 고 생각해왔다. 주어는 “나”이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이는 나만이 아닐 것이다. 성하훈 기자는 그 과정을 대하드라마와도 같은 두 권의 책으로 그려냈다. 정치적 경제적 억압에 짓눌려 있던 영화라는 매체, 예술이 동토를 뚫고 여기저기서 솟아올라 꽃이 되고 나무가 되고 숲이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들이 경험한 영화의 시간이 일종의 기적이었음을 확인시켜주는 기록물이다. 역사와 현실로부터 영화를 격리시키려 하던 권력과 싸우던 영화청년들의 등장과 시대의 영화적 갈증을 증언과 기록으로 생생하게 살려냈는데, 놀랍다, 이건 참으로 세밀화로 이뤄진 대형 태피스트리이다.
― 안정숙(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한국영화계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읽어야 할 훌륭한 안내서
성하훈의 『한국영화운동사』는 그가 지난 20여 년 동안 만났던, 영화계 안팎의 수많은 이들의 기억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기억이란 개개인이 그저 간직하고 있을 때는 아름다운 추억이지만, 개인들의 기억을 모으고 맥락화하는 순간, 의미 있는 역사로 재탄생될 수 있다. 이 책은 성하훈 기자가 만나고 경청하고 때로 집요하게 파고들었던 구술의 시간들에, 꼼꼼한 팩트 체크와 사료 정리가 덧붙여져 통합적인 역사 서술로 완성되었다. 부산국제영화제 또한, 다각도에서 불처럼 뿜어져 나왔던 그 시절의 영화운동으로부터 시작된, 또 하나의 영화운동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상기한다. 『한국영화운동사』는 지금의 한국영화계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읽어야 할 훌륭한 안내서이다. ― 이용관(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영화운동에 대한 이해 없이는 한국영화의 역사를 논의할 수 없다
21세기 한국영화의 뿌리에는 20세기 후반 30여 년에 걸친 영화운동의 역사가 있다. 그러한 영화운동에 대한 이해 없이 한국영화의 역사를 제대로 논의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저널리스트의 집요함, 아키비스트의 꼼꼼함, 그리고 역사서술자의 사명감으로 무장한 성하훈 기자의 역저 『한국영화운동사』는 미래의 연구자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리라 믿는다.
― 김홍준(한국영상자료원장)
■ 책 속으로
영화운동은 한국영화의 중추적인 감독들을 키워낸 근원이자 발판이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시작된 한국영화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고, 2000년대 한류 확산에 크게 이바지하면서 한국영화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원동력이었다. 1980년대 전후 영화에 관심 있던 젊은이들이 프랑스문화원과 독일문화원에서 영화를 보고 대학에서 영화동아리를 만들었다면, 1990년대에 들어서는 대학 안에서의 창작 시도와 다양한 영화제, 시네마테크 활동 등이 곁들여지며 영화에 빠진 청년들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머릿속에서만 그리던 영화라는 ‘이상’을 ‘현실’로 만들어낼 수 있게 한 것이었다. (41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