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 소설(SF)에는 광선 검에서부터 빛을 이용한 순간 이동, 광자 로켓(photon-drive rockets)에 이르기까지 빛과 물질이 강하게 상호 작용하는 기발한 장치들이 등장한다.
최근 몇 년 동안 과학은 이런 공상과학에 근접하기 시작했다. 일부 연구 결과는 원자 규모에서 빛과 물질 사이의 흥미로운 실제 상호 작용을 암시하고 있고, 과학기술자들은 광학 트랙터 빔, 광학 핀셋 및 광학 와류 빔 등을 발생하는 장치를 선보였다.
최근 미국 매서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은 그런 이색적인 장치 개발을 뛰어넘어 분자나 박테리아 크기의 입자가 빛 줄기에 의해 조작될 수 있는 시스템을 처음으로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특히 다른 시스템들에서 사용하는 값비싼 특수 광원이 아닌 보통의 빛을 사용한다는 장점이 있다.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30일자에 발표된 이번 연구에는 MIT 박사후 과정 연구원인 오그넨 일리치(Ognjen Ilic), 이도 캐미너(Ido Kaminer), 보 젠(Bo Zhen) 박사와, 시니어 저자인 마린 솔랴지치(Marin Soljacic) 물리학과 교수 외 두 명의 연구자가 참여했다.
미국 MIT 연구원들은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값 비싼 특수 광원이 아닌 일반 광선으로 입자를 조작할 수 있는 시스템을 처음으로 개발했다. Image: Christine Daniloff/MIT
기존 연구와 달리 단순한 빛으로 입자의 역동성 발생
개별 원자나 작은 입자를 밀어내거나 끌어당기고 돌리는 등 빛으로 물질을 조작해 보려는 대부분의 연구는 정교한 레이저 빔이나 특수장비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를 적용하는데 제한이 있었다. 일리치 박사는 “우리는 모든 흥미로운 기계적 효과들이 매우 단순한 빛으로 조작이 가능한가에 관심을 두었다”고 말했다.
이들 연구팀은 입자에 광선을 비추기보다 입자들을 조작해 특별한 방법으로 일반 빛에 반응하도록 했다. 연구팀은 초기 테스트에서 사람 머리카락 너비의 100분의 1인 지름 1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한 야누스(양면) 입자라고 불리는 시뮬레이션된 비대칭 입자를 만들었다. 이 작은 구체는 측면에 얇은 금을 입힌 실리카 코어로 구성됐다.
광선에 노출되자 이 입자들의 양면 배열은 빛 줄기 방향에 대해 대칭 축을 이동시키는 상호작용을 일으켰다. 동시에 이 상호작용은 입자들이 균일하게 회전하도록 하는 힘을 발생시켰다. 여러 개의 입자는 모두 동일한 광선에 의해 동시에 영향을 받을 수 있고, 빛의 색깔을 바꾸면 회전속도가 변화됐다.
연구팀은 이같은 종류의 시스템이 입자의 위치를 이동시키는 것과 같은 다양한 종류의 조작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이 새로운 원리는 빛을 사용하여 위치 및 활동을 제어함으로써 인체 내부에 미세입자를 넣어 치료하는 새로운 의술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광학 기반의 나노기구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캐미너 박사는 빛과 대상 물질과의 상호작용을 제어하는 방법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데 대해 “무기고에 새로운 무기가 도입된 것처럼 연구에 매우 중요한 도구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구성된 MIT 빛 관련 상호작용 연구 모임에서 연구진과 함께. 이번 연구에 참석한 연구원 중 앞 줄 왼쪽은 이도 캐미너 박사, 세 번째가 보 젠 박사, 뒷줄 오른쪽이 마린 솔랴지치 교수. Credit : MIT News
“입자의 위상 현상 연구 기회 엄청나게 넓어”
일리치 박사는 이번 연구가 “기존의 광선을 조작해 비추는 방법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역동성을 가능하게 했다”며, 현재로선 예측하기 힘든 광범위한 응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를 들면 생물학적 용도와 같은 많은 잠재적인 응용분야에서 나노입자들은 매우 복잡하고, 다른 종류의 입자 조작에 필요한 빛을 왜곡하고 분산시키는 환경에서 움직인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조건들은 이번에 만들어낸 비대칭 입자를 활성화시키는데 팔요한 단순한 빛과는 별 상관이 없다는 것.
일리치 박사는 “우리 접근방식은 빛 필드 형성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단일 빛 줄기가 많은 수의 입자를 동시에 작동시킬 수 있다”며, “이 방식은 나노입자와 분자기구의 광학적 조작을 연구하는 과학기술자들에게 상당한 관심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캐미너 박사는 “한 번에 수많은 입자를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솔랴지치 교수는 이 연구가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을 배출한 급성장 영역인 위상물리학 분야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그런 작업들은 주기적인 매개체로 불리는 어떤 이색적인 재료에 존재할 수 있는 매우 전문화된 조건에 집중돼 있다며, “그와 대조적으로 우리 연구는 입자들에서의 위상 현상을 연구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시작에 불과하며 이 초기 시뮬레이션 세트는 매우 단순한 양면 입자를 이용한 효과를 처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캐미너 박사는 “우리가 가장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은 여기에 엄청난 연구 기회가 있다는 것”이라며, “복잡한 역동성을 가진 단순한 입자를 대상으로 탐구할 수 있는 입자 자체와 입자의 모양 및 구조의 범위가 실로 광대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