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사설 5개로☕세상읽기
권민철 기자
2024-9-5
1️⃣21대 국회안 내차더니… ‘갈등 불씨투성이’ 정부 연금개혁안
보건복지부가 내는 돈(보험료율)을 소득의 9%에서 13%로, 노후에 받는 돈(소득대체율)은 40%에서 42%로 인상하는 내용의 연금개혁안을 확정. 세대별로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차등화하고 경제 상황에 따라 지급액을 조정하는 방안도 담겨. ‘13%, 42%’라는 모수 조정안을 낸 것은 지난해 숫자가 빠진 맹탕 개혁안을 낸 후 제기된 비판을 의식한 것. 이대로면 기금 고갈 시점은 2072년으로 16년 연장된다고 함
정부와 여당은 21대 국회 막바지에 여당 안인 ‘13%, 44%’로 합의 직전에 이른 상황에서 “고갈 시점을 7, 8년 늦추는 게 무슨 큰 의미가 있느냐”며 합의안 처리를 돌연 무산시켰음. 그래 놓고 기금 소진 시점을 16년 늦추는, 그것도 기금 장기 수익률을 4.5%에서 5.5%로 끌어올려야 가능한 정부 안을 내놓은 것. 보험료율 인상 속도 차등화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데다 세대 간 견해차가 커 합의가 어려워. 청년층보다 적게 버는 중장년층이 적지 않은 현실에서 능력이 아닌 나이에 따라 부담을 달리하는 것은 사회보험 원칙에 어긋나
정부는 연금개혁을 22대 국회로 미루면서 “모수 조정만 하는 미봉책 말고 구조개혁과 함께 하자”고 했었음. 구조개혁이란 국민연금, 기초연금, 공무원연금 같은 직역연금을 연계해 조정하는 것. 그러나 어제 내놓은 정부안엔 기초연금 인상과 사적연금인 퇴직연금 의무화 추진안만 담겨 있을 뿐 다른 공적연금에 대한 언급은 빠져. 구조개혁을 이유로 21대 국회안을 걷어차더니 구조개혁엔 손도 대지 못하고 효과가 미미한 모수 조정안만 내놓았은 것. 그마저도 사회적 합의가 어려운 장치들을 추가해 모수 조정마저 될까 우려(동아일보)
2️⃣긴축재정 하겠다면서 권력기관 특활비는 왜 늘리나
윤석열 정부가 내년 정부 예산안에서 특수활동비(특활비) 지출을 크게 늘렸음. 명목상 특활비는 1207억원으로 올해보다 1.8% 줄었으나 용처를 알기 어렵고 증빙 의무가 약해 특활비나 다름없는 정보보안비 예산이 1594억원으로 11% 넘게 증가. 국정원의 안보비 예산도 9310억원으로 4.4% 증가. 이들 3개를 합친 금액은 1조2110억원으로 올해보다 4.5%(527억원) 증가. 내년 예산안의 정부 재량지출 증가율(0.8%)은 물론이고 총지출 증가율(3.2%)을 웃돈 것
특활비는 검찰이나 경찰, 국가정보원 등이 수사나 정보 수집에 쓰는 돈. 예산도 총액 단위로 편성되고 배분과 집행은 부처 재량. 그러다보니 기관장 쌈짓돈이나 술자리 회식비 등으로 써도 확인 불가. 오죽하면 “검찰 윗선에서 예뻐하는 검사, 원하는 수사를 하는 검사들에게 주는 당근”이라는 폭로(임은정 검사)까지 나왔겠나
내수 침체와 소득 양극화로 민생이 도탄에 빠져 재정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특활비를 감액해도 부족할 판에 도리어 확대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어. ‘건전 재정’을 외치며 국민의 허리띠는 졸라매 놓고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는 것은 아닌가. 국회가 철저히 심사해야(경향신문)
3️⃣폭스바겐의 첫 자국 공장 폐쇄, 한국도 반면교사 삼길
87년 역사의 세계 2위 자동차 회사 독일 폭스바겐이 경영 악화로 독일 공장 폐쇄를 추진중. 직원의 1/5인 2만명 감원도 예고. 폭스바겐은 유럽의회가 2035년부터 내연차를 팔 수 없게 하는 법안을 지난해 통과시키자 뒤늦게 전기차 전환에 나서. 여기에 전기차 캐즘(일시 수요 정체)과 중국산 공세로 구석에 몰려. 반면 세계 1위 도요타와 3위 현대기아차가 전기차 시장 부진에 하이브리드차로 수익을 극대화시켰음
폭스바겐 몰락은 반도체 제국으로 불리던 미국 인텔의 추락과 유사. 일텔은 컴퓨터용 중앙처리장치(CPU)에 안주하다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 경쟁서 밀리면서 파운드리(위탁 생산) 공장 매각, 유럽 투자 중단, 직원 1만5000명 감원을 추진 중. 세계적 기업도 한순간 훅 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임
두 회사의 위기는 한국에 반사이익이 될 수 있지만 시장 선점과 변화 없이는 도태되기 십상. 메모리반도체 1위 삼성전자가 2010년대 이후 파운드리와 AI반도체 시장에서 대만의 TSMC 및 SK하이닉스와 힘든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 기업의 분투도 요구되지만 정부와 국민도 힘을 보태야(국민일보)
4️⃣“제가 해리스 외교안보 참모 많이 가르쳐야”…도 넘은 김태효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세종연구소 포럼에서 미국 대선 평가와 전망을 내놓았음. 현직 당국자가 타국 대선을 공개 언급한 것은 이례적. 더욱이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의 외교안보 참모들이 “얼마나 카리스마를 발휘할 수 있을지 염려된다”고 함부로 품평하면서 “제가 이분들을 상대했을 때 많이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기도
이어 “이분들이 업무를 익히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베테랑들을 밖에서 수혈해 중량감 있는 멤버들이 결합되면 우리도 동맹을 상대하기 편해지겠다”며 도를 넘는 발언도 이어 갔음. 또 트럼프 집권 시 “분쟁지역에 대한 안보 불안으로 우리의 방산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음. 천박한 발언인데다 “현대사에서 전쟁을 시작하지 않은 첫 대통령”이라고 자랑했던 트럼프가 들었다면 화를 낼 발언
미묘한 시기에 섣부른 평가와 정제되지 않은 표현은 외교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음. 현 정부 뿐 아니라 미래의 우리 정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 과거 미 정부가 당국자의 발언을 진위 파악을 한 사례가 없지 않아.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 등 거듭 논란을 빚고 있는 이유에 대해 김 차장은 일국의 외교안보를 책임진 공직자 자질을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한국일보·경향신문)
5️⃣삼성전자 ‘탈중국’, 반칙왕 中 대체할 ‘스윙 컨트리’ 개척하라
국내 기업들의 탈(脫)중국이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까지 중국법인 감원 절차에 착수. TV·스마트폰 등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급락하면서 ‘중국 위기론’이 커지고 있기 때문. 앞서 현대차·LG디스플레이·롯데백화점 등도 현지 공장 및 점포를 매각하거나 사업을 대폭 축소.
글로벌 기업들도 속속 중국을 이탈중. 최근 미국 IBM이 연구개발(R&D) 부서를 없앴음. 마이크로소프트(MS)도 7월부터 오프라인 매장을 전면 폐쇄. 외국 업체들이 줄줄이 중국을 등지는 주된 이유는 중국 경제 침체 장기화에 있지만 중국 정부의 불공정 행위 때문. 중국 정부는 자국 업체에는 막대한 보조금을 뿌리고 애국 소비를 조장하면서 외국 기업에는 반간첩법 등으로 압박하고 기술을 훔치고 있음
최근 국내 조선 업계의 액화천연가스(LNG)선 개발·제작 기술이 중국에 유출된 정황도 포착되기도.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는 반도체·자동차·디스플레이 등 한국 주력 산업 전반에서 노골화하고 있음. 대응을 위해서는 인도·베트남을 비롯한 ‘스윙 컨트리’를 적극 개척하는 등 수출 시장 다변화에 속도를 내야(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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