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정진영(40)의 올해 가을걷이는 코믹사극 영화 ‘황산벌’(이준익 감독·씨네월드 제작)이다. ‘달마야 놀자’(2001년) 이후 다시 코미디를 택했다.
‘황산벌’은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백제 계백(박중훈)과 신라 김유신(정진영)이 전투를 벌이는 비극의 역사현장 속에서 당시 거친 사투리를 썼을 거라는 상상력이 버무려진 작품이다. 부리부리한 그의 눈매에서 튀어나오는 하이톤의 경상도 사투리를 상상해보라. 그의 코믹연기는 17일 영화 개봉을 앞두고 ‘인기 폭발’을 예고하고 있다.
사투리 연기가 처음은 아니다. 학창 시절 연극반(서울대 총연극회)에서 전라도 사투리를 쓴 적이 있다. 서울 출신인 그는 영화사에서 준비해준 CD를 들으며 경상도 사투리를 익혔다. 그것도 모자라 스태프 중에서 고향이 경상도인 촬영 조사를 찾아 사투리를 배웠다. 방언을 습득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보다는 역사학습에 치중했다. 삼국시대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오국사기’ 3권을 통독했다. “사투리도 연기에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역사의 흐름을 꿰뚫는 것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겉으로는 코미디사극을 표방하지만 그가 내린 이 작품의 해석은 색달랐다. “황산벌은 풍자비극이에요. 당시 신라와 백제 사이에는 지역감정의 골이 깊었습니다. 결국 서로 감정의 틈새를 좁히지 못하고 전쟁의 비극을 맞죠. 백제군이 5000명 이상 죽었다면 신라군은 2만여명의 사상자를 낸 거나 다름없어요. 황산벌은 죽음의 참상을 전달하죠. 마지막 장면에서는 코끝이 찡할 겁니다.”
영화처럼 김유신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그는 이 세상에 환생이 존재한다고 믿는다고 했다. “15㎏의 갑옷을 입고 칼을 든 무사는 나의 강인한 남성 이미지와 무척 잘 어울리죠. 아마도 전생에 장군이었나 봅니다.” 배우로서 환생을 믿는다면 개인적으로는 인연을 가슴속에 담아둔다. 그는 97년 부인 이성은씨(33)와 만나 두달 만에 결혼했다. 그는 또 황산벌에 나오는 대사처럼 ‘전쟁은 미친 짓이다’라고 외치는 반전주의자. 지난 8일 청와대 앞에서 이라크 파병반대 1인시위를 벌였다. “명분없는 전쟁은 절대 반대죠. 약소국이라는 이유로 처하는 불합리한 현실은 더 이상 존재해선 안됩니다.” 그의 목소리에서 강인한 힘이 느껴졌다.
연기인생 16년째(연극배우 포함)에 접어드는 정진영. 그의 삶의 목표가 궁금했다. “돈도 명예도 아니죠. 늘 겸손해야 한다는 거죠. 가끔 정상궤도에서 벗어날 때는 ‘이러면 안되지’라며 마음을 다잡죠”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