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지킴이 괭이갈매기
한국의 카프리섬 ‘울릉도’.
깎아 지른 해안 절벽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이 닮았기 때문이다. 울릉도는 분명 수백만 년 전 자연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꿈의 여행지이다. 하지만 후포에서 세 시간 이상 뱃길을 통해 가야 하는 곳으로 찾아오는 뱃길이 결코 수월치 않다. 대한민국 영토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섬을 여행한다는 설렘과 절대적인 경이감 같은 것이 있는 곳이다. 섬 전체를 일주할 수 있는 도로가 연결되어 있고, 그 길을 따라 달리는 자동차가 휘어진 길을 돌 때마다 외마디 탄성이 저절로 나오는 풍경이 나타난다. 참으로 한 번은 가보고 싶지만 멀게만 느껴지던 ‘동쪽 섬 심해선 밖의 한 점 섬’인 울릉도 부속 섬인 독도는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아침을 맞이하는 섬이다. 하늘이 열어 주어야 밟을 수 있는 땅으로, 하나의 커다란 봉우리로 되어 있는 바위섬 자체가 천연기념물로 대한민국의 상징이 되는 곳이다.
아름다운 신비의 섬 울릉도에서 ‘동남쪽 뱃길 따라 200리’에 위치한, 이름 자체가 ‘외딴 섬’인 독도를 만나러 가기 위해 새벽부터 부산스럽다. 숙소 근처 식당에서 엉겅퀴 해장국으로 속을 든든히 하고 배에 올랐다. 무슨 애국 결사대를 조직하고 적진으로 뛰어드는 비장함 마저 느껴진다. 항해 중 이따금 나오는 안내방송에서 독도 접안 여부는 기상 상태와 여건에 따라서 수시로 달라진다고 한다. 선착장이 제대로 갖춰진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파도가 높아 접안이 불가능할 때는 독도를 한 바퀴 선회하고 돌아오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래서 독도 접안은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가는 도중 바다에는 괭이갈매기가 떼지어 날고, 수면 위로 돌고래들이 튀어 올라왔다 사라지는 장관이 연출되었다. 푸른 빛에 투명한 바다가 아름다운 관음도에서 날라 온 괭이갈매기들이 독도를 지키는 경비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우리처럼 독도를 찾아가는 괭이갈매기들의 무리가 반가웠다.
드디어 독도 동도 선착장에 배가 접안하고, 벅찬 마음으로 발을 내디뎠다. 제일 먼저 나를 반겨준 것은 괭이갈매기들이었다. 이 새의 울음소리를 들어보면, 마치 고양이의 날카로운 울음소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노란 부리 끝에 검은색과 빨간색 띠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괭이갈매기들의 열렬한 환영과 사열을 받으며, 태극기를 들고 독도를 품에 안을 수 있는 감격을 맛보았다. 동해의 거센 바람을 조그만 얼굴로 맞아들이며 외롭게 서 있는 작은 섬이 주는 그 무엇이 나의 마음을 이처럼 울컥하게 만드는가. ‘독도를 보아야 대한민국을 본 것입니다’라는 말처럼 대한민국의 자존심이고 품격이다. 바다는 에메랄드빛 호수처럼 잔잔했고, 너무나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그저 놀랍고, 멋지고 자랑스럽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함께 부르는 노래는 제2 애국가라고 말해도 손색없는 노래이다.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독도는 우리 땅’.
작년 겨울, 머나먼 땅 이집트에서 살고 있는 아들 가족을 응원하기 위해 석 달 정도 체류한 적이 있었다. 연말을 맞아 카이로 한인교회에서 주최하는 성탄 축하 한인 음악회에 참석했을 때, 악기 연주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짜였는데, 그중 유독 참석한 한인들의 마음을 울리는 노래가 있었다. 모두의 마음을 연대감이라는 끈으로 묶어 꾹꾹 눌러 두었던 뜨거운 기운 하나 가슴을 타고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코끝이 시큰하더니 급기야는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게 한 노래 ‘홀로 아리랑’이었다.
그 어떤 유명한 오페라 아리아보다도 훨씬 더 음악회에 참석한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이어주던 노래는 삭막한 사막의 먼지로부터 그네들을 보호하고 지켜 주는 것 같았다. 이 시대 애국심은 먼 나라에서 노래 가사 하나만으로 도 충분함을 확인할 수 있는 감격스러운 현장이었다.
카이로 한인 음악회에서 ’홀로 아리랑’을 들으며 울컥했던 뜨거운 그 무엇이 독도 땅을 밟으며 괭이갈매기 울음소리를 듣는 지금, 이 순간에도 느껴졌다. 독도를 지키는 경비대원들의 늠름한 어깨 위로 괭이갈매기가 힘차게 비상하고, 푸른 하늘과 흰 구름 아래 독도 앞바다는 더없이 푸르렀다. 독도를 지키는 일이 곧 나라를 지키는 일임을 깨닫게 해 준 이번 독도 여행은 내겐 바로 조국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애국 여행이었다. 사랑하는 대상이 단순히 핏줄인 가족과 이웃의 경계를 넘어 국가로 승화되는 순간을 맛보게 해 준 뭉클하고 뿌듯한 귀중한 시간이었다.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외롭게 독도를 지키는 경비대원들에게 줄 간식을 손에 들고 배에서 내리는 사람들의 마음에서도, 벅찬 마음을 안고 독도를 배경으로 연실 셔터를 누르는 사람들의 마음에서도 감격의 정도는 다 같았으리라.
’부우웅!‘ 뱃고동이 길게 정적을 울린다. 이제 독도 땅에 발을 디딘 감격에서 안녕을 고할 시간이다. 나를 따라오던 괭이갈매기 한 마리가 난간에 앉아서 빤히 쳐다본다. 저 동해의 외로운 작은 섬 독도가 이제는 외롭지 않게 지킬 테니까 안심하고 돌아가라고 내게 말해주려는 몸짓 같았다. 나도 두 손을 들어 괭이갈매기에게 흔들어주었다. 새들의 고향인 독도가 영원히 너희들 천국이 되도록 지켜 줄 테니까 독도를 부탁할게. 괭이갈매기가 독도 경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순간이었다. 보고 있어도 또 보고 싶은 풍경이 내 눈에서 서서히 사라진다. 나직이 소리 내어 불러본다.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독도는 우리 땅‘ 인 것을.
첫댓글 명작 감상 잘 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