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수(封水)트랩
5월 31일 日
나는 다른 사람에 비해 후각이 예민하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화장실 악취에는 되게 민감했다. 혹시 화장실 하수구에 무슨 문제가 없는지 구글에 들어가 검색을 해봤다. 하수구 덮개를 들어내면 소주술잔 크기만한 봉수트랩이라는 것이 있다. 두겹으로 되었는데 물이 항상 차있게 과학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이 봉수트랩은 하수구에서 올라오는 악취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나는 즉시 화장실로 가서 하수구 덮개를 들어 올리고 봉수트랩이 있는지를 확인 했다. 봉수트랩이 없었다. 그러니 아래의 악취가 거침없이 있는대로 다 올라 왔던 것이다.
오후 두시에 나는 봉수트랩을 사려고 걸어서 이마트 옆에 있는 다이소에 갔다. 다이소에는 별게 다 있지만 봉수트랩만은 없었다.
봉수트랩은 보통 철물점에서 취급한다고 한다.
나는 오는 길에 봉명역 인근에 있는 철물점을 찾았다. 철물점은 두곳 있었지만 모두 영업을 하지
않았다. 무슨 일을 할때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과없이 집에 오려니 속상했다. 날씨도 덥고 무리하게 걸어서 다리도 아팠다.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나는 중앙시장에 기려고 11번 버스를 탔다. 지친 몸으로 버스의자에 앉으니 그렇게 시원하고 편했다. 마침 시장입구 맞은편에 철물점이 있어서 거기 가서 물어 봤다. 나보다 키가 큰 남자였는데 되게 무뚝뚝 했다.
다행히 내가 찾는 봉수트랩이 있었지만 덮개와 연결 된 세트였다. 나는 만원을 주고 사서 다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다. 나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회장실로 가 봉수트랩세트를 안착해 봤다. 그러나 사이즈가 커서 안착할 수 없었다. 너무 지쳐서 좀 쉬고 싶었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970번 버스를 타고 다시 시장에 가는 중이었다. 내가 벨을 좀 늦게 눌러서 버스가 중앙시장을 그대로 지나쳐 버렸다. 할 수없이 다음 역인 온양나드리까지 가서 되돌아 왔다.
철물점에 가니 이번에는 70대 여자주인이었는데 남자와는 달리 아주 친절했다. 내가 사연을 얘기하고 갖고온 하수구 덮개에 맞는 것으로 교환해 달라고 했다. 그녀는 안으로 들어가서 남편을 불러 왔다. 남자는 맞지않을 수 없는데 하면서 심드렁한 표정으로 찾아 봤다. 마침 내가 갖고온 것과 사이즈가 똑 같은 것이 있었다. 얼마나 기쁜지 몰랐다. 그녀도 나보다 못지 않게 기뻐하며 헛걸음을 안했다고 축하했다. 나는 그길로 집에 와서 안착해 보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맞지 않았다. 세면대를 교체했던 기사가 덮개 주변을 백시멘트로 발라놨기 때문이었다. 나는 봉수트랩 세트를 분리하려 했으나 잘되지 않았다. 어렵사리 봉수트랩 덮개를 분리하는데 성공 했다. 봉수트랩을 하수구에 넣으니 딱 맞았다. 보기에는 보잘 것 없는 미물이었지만 그것이 아래서 올라오는 악취를 막아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벽시계를 보니 5시 반이었다.
봉수트랩 때문에 한나절이나 동분서주하며 쌓인 피로가 싹 풀렸다.
아주 쉬운 일도 업자를 부르면 5만원이 기본이란다. 언제 가서 화장실 하수구를 확인 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