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대부분 행운의 숫자 7을 좋아한다. 나의 이름에도 일곱 칠 자가 들어간다. 올해 들어서는 4자를 좋아하게 되었다. 어느 기념일이나 생일처럼 매월 또는 매년 반복되면 어느 순간 다 같은 날이지만, 반갑거나 축하하거나 아쉽고 고통을 서로 나누는 날로 기억하게 된다. 이 글을 쓰면서 필자가 동양철학이나 타로를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짧은 기간에 목표를 정해 은근과 끈기로 이를 달성해 가고 있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누구나 살아오면서 꿈을 잘 살펴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를 이루어가겠지만, 그렇게 녹록하지 않아 여러 이유로 중도에 포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가, 가족, 군대, 입학, 건강, 취업, 승진, 정년, 퇴직 등과 관련해서는 자신의 부단한 노력과 결기가 있어야 한다. 더군다나 주변의 가족이나 동료와의 일치된 의견과 도움이 필요하기도 하다.
지난 2월 5일부터 시작된 나의 체중 줄이기 목표를 달성하는 기준이 되는 날이 매월 4일이다. 그럭저럭 9월 4일이 지났으니 7개월이 흘렀다. 3월 4일부터 8월 4일까지는 매월 1kg 중씩 감소하여 6kg 중이 줄었지만, 9월 4일까지는 2kg 중이었으니 지금까지 7개월 동안 8kg 중이 감소하여 목표를 초과한 셈이다. 엊그제 건강검진 의사께서 그동안 노력에 대단함을 표하고 너무 무리하지 말라며 10kg 중까지만 줄이라고 했다. 앞으로 2kg 중 남았으니까 넉넉하게 11월 4일까지 2달밖에 남지 않았다. 이젠 샤워할 때면 나의 어머니와의 한 몸이었던 예쁜 배꼽을 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훨씬 몸이 가볍고 새벽녘 보는 소변의 색깔도 같다. 호흡도 편해서 무호흡증이 사라졌다.
매년 반복되는 건강검진이지만 올해는 유독 빨리 시작했다. 2월 10일이 설날이니까 2월 6일을 검진일로 잡았었다. 2월 4일 입춘 지난 2월 5일부터 금연, 금주를 시작하게 되었다. 검진 결과는 나이와 비례했다. 혈압, 당뇨, 지방간, 체중에서 경고등이 켜졌다. 벌써 환갑 진갑마저 지난 나이에 웬만하면 이런 진찰 결과를 받는 게 당연하다는 친구들의 중론이다. 그나마 지금껏 따로 약을 처방받지 않고 건강을 유지해 온 것이 오히려 다행이란다.
이것이 정문일침(頂門一針)이거나 화룡점정(畵龍點睛)이 된 셈이다.
이 순간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곧 목표를 향한 땀과 노력이 은근과 끈기로 이어져야만 했다. 그래서 정한 일이 수십 년간 이어온 끽연과 음주를 중단한다는 것이 그리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행히 끽연하려는 금단증상이 재발하지 않은 것은 동시에 진행한 점이 주효한 셈인 것 같다. 금연과 금주를 하면 체중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문제에 대해 단백질 등 기본 영양을 섭취하면서 체중 감량을 위한 꾸준한 근력운동이 필요했다. 퇴직 이후 부부가 걷기운동을 지속해 왔으나, 목표를 정하거나 일일이 체크를 하지 않았으니 어떤 것도 기대할 수 없었다. 즉, 궁즉통의 역설인 셈이다.
이번만큼은 확실하게 달랐다. 가장 중요한 게 매월 1kg 중씩 체중을 줄이는 목표를 정했다. 달력에는 일일이 일자의 위와 아래에 운동 후 식전과 식후 체중을 기록해 왔다. 2월 5일부터 오늘 아침까지 이어져 왔으니 그 어떤 것보다 착실하게 적혀 있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일기를 매일 쓰고 있다. 크게 적을 것은 없어도 매일 밥 먹고 텃밭에 간다. 연구실을 들락거리고 운동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기록하고 안 하는 차이는 엄청나다. 사실 이 나이엔 몇 시간 전의 일도 깜박하고 잊어버리기 일쑤다. 그렇지만 그때마다 기록을 해두면 내 인생의 삶의 역사가 되고 보람이다.
운동은 45분 정도 걸린다. 먼저 편도를 가볍게 빠른 걸음으로 걷는 중간에 팔굽혀펴기 52회를 흉내 내듯이 하고 마지막 3회만 정식으로 한 뒤에 윗몸일으키기 33회를 깊숙이 한다. 돌아오는 편도는 가볍게 달리기다. 그러면 심장박동이 빨라지면서 온몸이 땀범벅이 된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칭으로 허리돌리기와 걷기 체육시설을 이용한 후 국민체조로 마무리한다. 그리고 걷다가 마지막 돌아오는 아파트 입구까지 가볍게 뛴다. 온몸의 땀구멍을 통해 흥건하게 옷이 젖는다. 샤워 후에 체중계에 오를 때의 기쁨은 기대 반 설렘 반이다.
아침엔 EBS 영어 공부를 1시간 한 뒤인 7시에 나가면 햇볕이 있고 조용한 편이다. 저녁은 8시에 나가면 운동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이런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가 저무니 이 얼마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인가. 무엇보다 가장 고마운 사람은 때마다 영양과 건강식을 챙겨주는 아내야말로 나의 구세주요 불보살이다. [시인 / 행정학박사 이성칠]
(20240909 선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