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나이는 52살이었다.
키도 커고 시원시원한 얼굴에 성격도 밝고
웃는 소리도 거침이 없었다.
무엇보다 얼굴이 밝았다.
단, 하나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인중에 약간의 주름이
하나는 사선으로, 하나는 가로로, 새겨져 있었고
그냥 있을 땐 눈에 띄지 않았지만
웃을 땐 명확하게 그 주름이 드러나 그녀의 남편 복이 좋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사주가 그렇듯,
관상도 꼭 맞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그녀는 밝고 명랑했으니까.
통상, 남편복 없이 저 나이에 저렇게 밝을 수는 없는 것이니까...
그녀를 데려온
건설회사를 하는 고향 후배가 그녀에게
이 분이 사주를 잘 본다며 한번 보라고 넌지시 던졌다.
그녀는 내 얼굴에서 어떤 이미지를 보았는지
나를 볼 때마다 까르르 웃었다.
그녀가 재밌다며 자신의 사주를 불렀다.
나는 그녀의 사주를 보고
아무말도 할 수 없이 그저 입맛만 쩝쩝 다셨다.
그녀의 남편은 어마어마한 바람둥이였다.
내가 본 사주 중이 최고의 바람둥이였다.
어떻게 이런 남편복을 받게 되었을까.....
그 바람이 너무나 커
그녀 인생 전체를 덮고 있었다.
이런 팔자를 가지로 아직 살아 있다는 건 기적이었다.
그녀는 사주풀이를 해달라고 재촉했지만
나는 본인의 생년월일과 시간이 정확하냐고 다시 물었다.
틀림이 없단다.
그러며 그녀는 다시 재촉한다.
나는 몹시 특이한 사주라서 그렇다고 얼버무리며
다음에 혼자 조용히 오면 얘기해 주겠다고 덮었다.
그러나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
괜찮으니 그냥 얘기해 달란다.
나는 후배의 눈치를 슬쩍 한번 보고는
특별한 것은 아니다.
또 사주라는 게 100% 맞는 것은 아니므로 틀릴 수도 있다.
그렇게 한참을 얼버무려 놓은 뒤
당신은 남편운이 너무나 좋지 않다.
한마디로 어마어마한 바람둥이다.
그런데 당신의 얼굴은 이렇게 밝으니
아마 꼭 그렇게 되지는 않았을 지도 모른다......
혹시 아니다면 기분나쁘게 듣지 마라.....
그러나 더 길게 이야기 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명랑하던 그녀의 눈이 금방 붉어졌다.
그러면서 그녀는 괜찮다며,
1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녀의 눈믈은 애써 막아놓은 봇물처럼 눈물샘 앞에 준비되어 있었다.
남편의 잘못이지, 자신은 아무 잘못도 없다며
이제는 괜찮다며, 고개를 숙였다.
순식간에 국립묘지 참배온 자리처럼
숙연해지고 썰렁해졌다.
아,,,, 참....
틀리기를 내심 바랬는데......
역시, 웬만해선 사주의 공식을 피해가기 어렵다.
참, 위대한 학문이 아닐 수 없다.
자, 그런데, 그게 맞다면,
죽어도 몇 번을 죽었어야 하는 팔자인데
어떻게 그녀는 저렇게 얼굴이 밝을 수 있을까?
나는 꿋꿋하게 이겨내고 아직도 명랑한 그녀가 대견해
당신은 따듯한 물이 좋으니
매일 따듯한 온천에 목욕하면 좋다는 충고를 해줬다.
그랬더니, 그녀는 그렇지 않아도 몇 년 전부터 매일 목욕을 하고 있다며,
인근에 온천이 없었으면 자신은 벌써 몇 번 죽었을 거란다.
그러나 아무리 괴로운 일이 있어도
따듯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모든 시름을 달랠 수 있었단다.
그랬다.
그녀를 그렇게 밝은 피부와 건강과 괴로움의 고통을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목욕에 있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용신을 찾아가
용신의 보호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드디어 그녀의 1년 앞에 엄청난 대운이 열리고 있었다.
고진감래. 고생 끝에 오는 낙.
그러나 그녀는 과연 저 엄청난 대운을 제대로 받아 먹을 수 있을까?
대운이 왔다고 하여 모든 사람들의 팔자가 대박이 나는 건 아니다.
한마디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30년 악운 끝에 오는 대운은
30년 악운 속에서 얼마나 자신의 약점을 잘 치유했는지,
악운의 고통 속에서 얼마나 인간적으로 성숙했는지에 달려 있다.
그 속에서 인간의 성품을 갖추지 못하면
대운이 와도 도로아미 타불이다.
이게 내가 배운 사주의, 우주의 원리다.
"이제 더 이상 남편을 원망하지 말아야 합니다.
남편의 잘못이 아닙니다."
"예? 그 나쁜 놈을 원망하지는 않지만은
그 놈이 좋은 놈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녀의 눈에 파르르 떨렸다.
"자, 나는 당신의 남편을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당신도 오늘 저와 처음 만났습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의 팔자를 보고 당신 남편을 추측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내 팔자, 내 잘못이라는 것입니다.
지금의 남편이 아니라도 당신은 그런 남자를 만났을 것입니다.
지금의 남편이 그 역할을 했을 뿐입니다.
이 차이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물론, 그녀는 내말을 이해하지도,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 말은 그녀가 죽을 때까지 그녀의 화두로 남을 것이다.
사실, 모든 사람은 주어진 천명이 있다.
이것이 소위 지천명이다.
명리학 공부에서 좋은 게 바로 천명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천명이 바로 지금 이 생에 자신이 태어난 이유이고
그 천명을 알고, 하늘의 숙제를 완수하는 것이 인생의 가장 궁극의 목적이다.
그것을 모르고 사는 세월은
아무리 많은 돈과 명성을 쌓아도 부질없는
허송세월이다.
그녀가 대견하고 안스러워 안해도 될 말을 그녀에게 해주고 말았다.
그녀가 내 말을 잘 곧이 듣는다면
그녀는 1년 뒤에 오는 큰 대운에 대박이 날 것이다.
하기야 대박이 나든, 안나든, 큰 의미는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