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전 날 동생네가족이 집으로 왔다.
누나네 들려 저녘먹고 울 집에서 술 한 잔 하고 자고서 낼 형네로 차례를 지내러 가기 위함이다.
2007년산 도라지담금주로 동생과 조카와 술을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 꽃을 피우고~~~~~~~~
"낼 문장대 가지유??????"
"문의 샘봉산두 좋은 디 ~~~~~거 기 오르면 신탄진과 대청댐의 경치가 엄청 좋아~~~~~~~"
" 기왕 가는 거 속리산으루 가지유????"
"낼 봐서 가지머~~~~"
이제 고삼이 되는 조카딸의 반응이 신통지 않다.
"낼 문장대 올라가면 오만 원 줄껴!!"
한 참 멋을 부릴 나이에 종아리 굵어진다고 심통이 났다.
술이 거내해 질 무렵 잠자리에 들었다.
이튼날,
형네서 차례를 지내고 서둘러 속리산으로 차를 몰았다.
오십 분 남짓 달리니 내속리면에 도착, 정이품송에서 사진 두어 방 찍고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트렁크에 있는 지팡이 모두 동원해서 나눠줬다.
천 고지가 넘는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변변한 등산 지팡이도 없이 등산화도 갖추지 않고 산행에 나선 것이다.
,윗쪽에는 눈이 있을 껀디 ?????????,
아이젠 챙겨온 사람은 나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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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만 해도 기온이 청주와 많이 다르다.
법주사로 향하는 길에도 잔설이 쌓여있다.
날씨는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하늘도 청명하고 바람 한 점 없다.
법주사쪽에서 문장대오르는 길의 특징은 포장도로를 지루하게 걸어야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간간이 차들이 분위기를 깨면서 지나가고~~~~~~
그래도 이런얘기 저런얘기 나누면서 배낭에 챙겨온 막걸리와 제수로 썼던 전과 곶감을 안주삼아 먹곤 하면 서 문장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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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멀리 산정상엔 하얗게 눈세계가 펼쳐져 있다.
"이 거 등산화도 변변치 않구 아이젠두 없이 올라갈라나 몰러~~~~~~~~"
"가다가 정 안되지 싶으면 내려오지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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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정을 지나고 복천암을 거쳐 돌계단으로 이어진 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전 번에 내린 비가 여기에는 눈으로 내렸나보다.
길과 산 기슭에는 온통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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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딸은 투덜투덜 하면서도 포기 하지 않구 뒤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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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을 많이 올라와 봤지만 겨울산은 첨인 거 같다.
평소의 이 길이면 등산객으로 개미 장서듯 했겠지만 가끔씩 마주치는 사람들 뿐 , 고요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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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대 상고대 하던 것을 오늘 제대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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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과 하얀 나뭇가지가 대비된 모습이 아름다움의 극을 이루고 있다.
'어느 꽃이 이처럼 아름다울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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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딸은 ,힘들다, 여전히 투덜거리고 지 아비는 열심히 잔소리 퍼붓고~~~~~~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따라오는 것이 대견하다.
점점 정상이 다가오구~~~~~~
설산의 아름다움도 극을 향해 치솟아오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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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다리는 힘이 들어도 눈 하나 만큼은 호강한다.
폐부로 스며드는 맑은 공기는 덤이구~~~~
드디어 전에 정상휴게소가 있던 문장대 바로 밑에 다다랐다.
소담스럽게 상고대를 이고 도열해 있는 전나무가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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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문장대 철사다리를 오를 때면 능선을 타고 부는 강풍에 몸을 가눌 수 없었는 데 오늘 만은 정말 바람 한 점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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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대에 올라 산릉을 굽어보니 장쾌한 암릉들이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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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올랐으니 정상주가 빠질 수 있나??????
막걸리 한 잔 씩하고 철계단을 내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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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내려올 때가 힘들다.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의욕만 넘쳐서 한 산행이니 ~~~~
아이젠은 조카딸 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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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 멘 조카는 내 조깅화를 줬더니 이 건 뭐 걷는 것이 아니라 눈썰매타는 포스다.
형두 안전화를 신고 오셨으니 내리막에 체중이 앞으로 쏠려서 발이 안 아플 수가 없다.
내려오다 나와 신발을 바꿔신고 오셨다.
못참으시겠는 가 보다.
그래도 올 해로 70의 연세에 뒤 쳐지지 않고 오르시는 모습을 보니 흐믓하다.
평소 열심히 몸관리를 하셨으니 가능하지 않을까?
이렇게 명절 산행을 끝내고 각자 집으로 향했다.
남의 가정은 어떻게 명절을 보내는 지 모르지만 이렇게 성묘 미리하고 식구들과 산행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쭉 ~~~이어가는 거야~~~~~~~~~
우리 가족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