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Bojangles/Nitty Gritty Dirt Band
세월은 역시 빠르다.
엊그제 겨울이고 또 엊그제 봄이었는데..
산중은 이제 한창 여름 준비에 바쁘다.
나뭇잎 짓푸르러지고 벌레들은 노래할
목청을 가다듬는다. 이제 곧 새들과 그들의
합창 공연이 산중을 울릴 것이다.
오늘은 한여름을 방불케하는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산중 초입에서부터 온몸이
땀에 젖었다.
"맛 좀 보시죠 허허..맛뵈기 더위니까요.."
땀으로 뒤벙벅이 되어 핵핵거리며 산을
오르는 내게 여름이 다가와 씨익 한마디
하고 간다. 아이...욕 나올라카네...
중턱을 넘어서자 나뭇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아이고 고마워라...산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나 당신 때문에 산에
오른다오..
"형님!!!"
에구 깜짝이야 ....
저놈의 까마귀...
대붕이다 어느새 왔는지 소나무 가지사이를
톡톡 뛰어다니며 소리를 지른다.
"돌아가신 줄 알았슈...어디 갔다 오신게요?
형님 나이 또래에는 한 일주일만 안보이면
돌아가신게라...안그래요?"
아이, 짜식 멀쩡하게 살아 있는 사람을 가지고
재수없게스리...
"손님이 와가 있어서 그랬다. 임마, 내가 죽긴
왜 죽냐...통일도 안 되얐는데...."
"하이고 웬 통일..그냥 가시지요..."
가긴 어디로 가라는 거냐... 그냥 죽으라고?
분위기는 금밤이라도 통일이 될 것 같은데..
그게 아닌감?
"다..때가 되면 저절로 이루어질끼니께...
서두른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그건 그렇고 형님, 팔자가 어떤게 좋은 건지
참 알다가도 모를일이요..."
"뭣 때문에 그런다냐?"
"아 글쎄 얼마 전에 한때 잘 나가던 정치인이
자살했잖아요....인물 좋지 재능 좋지 머리 좋지
...뭐 때문에 그랬대유 글쎄...이 삼복더위에
그냥 길가 콘그리트 바닥에 누워자는 사람도
있는데....그런 노숙자들보다 뭐가 그렇게
한스러윘을까요이ㅡ"
"대통령했던 사람도 죽었잖니..."
"이런 걸 보고 신은 공평하다고 할 수 있나요?"
아야...그런 우울한 이야기는 치우자.
.
.
.
며칠 전이다.
울산 무거동 울산과학대 앞 맛있는 고깃집...
의리다 지성이다 친애의 숭문이다...
숭문의 고교동문들이 또 다시 뭉쳤다.
총 6명이다.
고교시절...
인생에 있어서 가장 많은 것들이 성숙되고
모든 것들이 아름답고 온 세상이 순백으로만
보였던 시절이다. 여름과 같은 때라고 해야
할까... 우리는 만나면 쉽게 아주 쉽게 그 시절로
돌아간다. 거기에는 빼 놓을 수 없는 촉진제가
있다. 선생님들의 이야기...
"형, 형 때는 누가 체육 선생님이었어요?"
25기... 울산대 섬유과 교수이다.
해병장교 줄신답게 호기가 철철 넘친다.
"깡패."
"아...우리도 그랬는데...음악 선생님은요?"
"스네이크 헤드."
"히히히 우리도요..영어는요?"
"빠셔였지."
"네... 우리는 미친개였는데...한문선생님은
대추씨...하하하...
형 우리 이쯤에서 술한잔 하지요. 형이 건배사를
한번 멋지게 해봐요.."
건배사를 제안 받은 또 다른 형도 울산대 교수다.
"그려...건배사는 간단하게 우리 학교의 교훈으로
할께...교훈 첫 번째가 의리니까 내가 의~ 하면
리~하면 돼. 자...의!!!"
"리!!!"
우리는 식당이 떠나가라 외쳤다.
맛있게 잘 비벼진 소맥이 꿀꺽 꿀꺽 잘 넘어간다.
막내인 촘무의 손이 바쁘다.
"아줌마.여기 맥주 세병에 소주 하나요..."
"네에ㅡㅡㅇ"
아줌마는 신난다.
그렇게해서 다음 교훈인 "지성" 과 "친얘"도
건배사로 제창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8월 16일에 다시 모이기로
하고 식당을 나섰다.
막내의 제청으로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교가를 힘차게 불렀다.
노인 고교생들의 교가다.
"삼각산에 한줄기 힘차게 뻗어
배드는 삼갯물과 손을 잡은 곳
사랑으로 터를 삼고 진리의 기둥
이루었다 영원한 숭문의 큰집
의리다 지성이다 친애의 숭문이다
의리다 지성이다 친애의 숭문이다"
Yes Sir,
우리에게 학창시절은 참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제이야기로 지나간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잠시 아름다운
추억속으로 가 보셨으면 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ㅡ
대운산객 드림
첫댓글 체력이 대단하십니다. 금주 5년차인 비주류로서 넘 부럽습니다. 더운날씨 몸관리 잘 하시고 하기휴가도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