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집을 떠난 지 26일만에 돌아왔다.
'여수'에서 '임진각 망배단'까지 국토순례 600K를 완주했다.
우리는 '임진각'으로 고생한 딸을 위해 마중 나갔다.
그야말로 '시커먼스'가 되어 있었다.
유난히 이빨만 하얗게 빛났다.
친구들과 헤어지면서 많이도 울었다.
근 한 달 동안 무수한 땀과 고행 속에서 동료들과 정이 많이 든 모양이었다.
어찌 아니 그렇겠는가.
집에 와서 드디어 양말을 벗었다.
양쪽 발을 살펴보았다.
"오오 주여"
실로 가관이었다.
생 발톱이 3개나 빠져 있었고 여기저기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없었던 굳은살도 새로 생겼다.
내 마음이 저릿하게 아려왔다.
초 장거리 행군의 고통과 아픔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환하게 웃고 있는 녀석에게 나는 유구무언이었다.
측량할 수 없는 고마움과 대견함이 밀려 들었다.
수고했다며 꼬옥 안아주었다.
자녀가 사랑스럽다면 더 멀리, 더 자주 떠날 수 있도록 인도해야 한다.
더 큰 배낭과 더 튼튼한 신발을 사줘야 한다.
스스로의 힘으로 세상과 당당하게 부딪히며
하나 하나 잘 배우고 익혀 나가기를 기도할 뿐이다.
훗날,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는
작은 밀알이 되어 주기를 기도하고 있다.
성숙함이 묻어나는 딸에게 진심어린 사랑과 감사를 전한다.
벌써 주말이다.
날씨는 몹시 무덥고 힘겹지만 이런 때일수록 더 환하게 웃으며 살았으면 좋겠다.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파이팅.
2010년 8월 6일.
일기
카페 게시글
아픈 손가락
26일만의 귀가
현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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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9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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