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도구가 아닌 사람으로 살 수 있는 세상 열어야"
▷ 윤석열 정부 들어서서 노동이 뜨거운 감자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노동시간과 임금체계 개편부터 집회·시위법 개정까지 노동계와 정부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는데요. 최저임금위원회 회의도 제대로 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해법은 없는지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김심훈 위원장님 모시고 말씀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신부님. 윤석열 정부 들어서 노동개혁을 천명하고 여러 가지 안을 제시를 하면서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습니다. 윤정부 노동정책 1년 평가를 좀 해 주신다면?
▶ 예, 윤석열 정부는 자유시장경제를 추구합니다. 그렇게 얘기하면서도 친기업적인 성향이 강하죠. 한때 기업이 잘 돼야 나라가 잘 산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뭐 그렇게 기업을 열심히 일한 사람 덕분에 지금 우리가 잘 사는 건 사실이고요. 하지만 더 이상 이제 그렇게 발전되는 사회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계에 힘 있는 사람들 아직도 기업이 잘 돼야 나라가 잘 산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사회는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일하는 사회입니다. 모든 것이 다 연결되어 있고 서로에게 영향을 줍니다. 그런데 노동시장 유연화라든지 근무시간 69시간제, 당장 좋은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오히려 일자리, 이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질 위험이 있다는 것, 그것도 간과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기술 발전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면 안 된다. 사람이 우선이다"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능력 있는 사람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일해야 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노동 개혁이라고 하지만 과연 누구를 위한 노동 개혁인지 다시 한번 살펴봤으면 좋겠습니다. 노동 현장에서 계속되는 사고와 나아지지 않는 노동 환경 정말로 무엇이 문제인지 다시 짚어보고 좀 더 포괄적이면서도 근본적인 해결을 할 수 있는 그런 정책을 정부에 기대해 봅니다. 경제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입니다.
▷ 네, 결국에 중심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는 이야기 해 주셨는데 노동계와 사용자뿐만이 아니라 지금 정부와의 갈등도 꽤 심각해 보이거든요. 최근에 야간옥회집회금지 또 진압 시에 경찰의 면책 사유를 강화하겠다, 이런 이야기도 나오고 있고 집시법에 대해서 국민 참여 토론 게시판을 통해서 의견 받겠다, 이런 내용도 내놨어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 정부가 내세우는 것이 바로 법치주의입니다. 그런데 정말로 헌법에 집회, 결사,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습니다. 또한 근로기준법 역시 있지만 아직도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부당한 처지에 대해 권리를 내세움에도 불구하고 지켜지지 않아 시민들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 집회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그런 상황을 잘 모르기에 그런 상황을 더욱더 알리기 위해 밖에서 나와서 외치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대부분 낮에 일하기에 야간에 집회를 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집회가 문제가 아니라 진정 무엇이 문제인지 자세히 들여다보면 좋겠습니다. 우리 나라처럼 오히려 집회를 평화적으로 하는 것도 흔치 않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언론에 보도되는 것이 별로 없고 정확한 내용도 보도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 가지로 예로 지난달 1일 양회동 미카엘 형제가 검찰의 건설노조 탄압에 의해 분신한 사건이 있습니다. 건설사들이 그를 고소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건설사들은 그의 활동이 정당하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그를 벼랑 끝으로 몰아붙여 그러한 일이 일어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난 31일에 혼자 고공농성을 하던 한국노총 간부가 머리를 크게 다치면서 잡혔습니다. 공권력에 반대하면 그렇게 해도 되는 것처럼 지금 정부는 오히려 사람들이 그런 시위를 하지 못하도록 더욱더 꽁꽁 묶어두는 것 같습니다.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노동자, 사용자가 함께 노력해 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는 오히려 돈이 더 들기 때문에 노동자 임금을 줄이면서 우리 환경 개선을 위한 투자는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사용자가 노동자를 한 사람으로 인격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대체 가능한 수단으로 자꾸 보고 있는 것입니다. 정말 다 같이 행복한 사회인지 우리 모두에게 물어야 합니다. 지금은 나와 상관없으니 힘들게 일하는 노동자가 내가 아니면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결국 사용자가 아닌 이상 우리도 언제 그렇게 내몰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더 늦기 전에 사람이 도구가 아니라 사람으로 살 수 있는 세상을 같이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고 그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우리의 귀를 열고 그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 네, 그렇다면 지금 이렇게 좀 얽히고 설킨 노동 문제 어떻게 풀어가면 좋을지도 여쭤보겠고요. 그리고 지금도 좀 고되게 일하고 계신 노동자 여러분들께 마지막으로 한마디 좀 짧게 들어보고 싶습니다.
▶ 우리는 코로나를 통해 깨달은 것입니다.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거 그리고 필수 노동자 덕분에 사회가 돌아가는 것들을 알았고 정말 우리 사회가 여전히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 덕분에 우리가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거 말씀드리고 정말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 덕분에 많은 이들이 편하게 지내고 있다라는 거 정말 그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들을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거 관심 갖고 같이 함께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거 말씀드리고. 정말 같이 살아가는 세상 나 혼자가 아니라 같이 살아가는 그런 세상을 함께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 네, '때문에'가 아니라 '덕분에' 우리가 항상 기억해야 될 한마디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까지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김시몬 위원장님과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3-06-16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