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 날만 하재 / 윤경자
오늘 밤으로 수필을 써서 내야 한다. 제목은 짜증. 오! 말만 들어도 짜증 난다. 짜증난 일을 생각해 봤다. 이제는 모두 잊어버리기로 하고 살아서인지 아님 감각이 무뎌서인지 크게 생각나는 일이 없었다. 오늘은 못자리도 하고 마늘쫑도 뽑고 논둑도 베었다. 아침일찍부터 못자리에 사용할 의자며 다라이 바가지, 칼,가위 등을 챙겨 논으로 갔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와서 같이하니 훨씬 수월하다. 바람이 불면 먼지도 날리고 물도 튕기는데 다행히 날씨가 좋아서 못자리는 대만족이었다.
오늘은 짜증에 대한 글을 쓰려고 생각해보니 30 – 40대에 짜증나는 일이 많았던 것 같다. 예전 가계ㅇ부에 귀퉁이나 수첩에 적어놓은 듯 해서 오늘은 큰방 작은방 거실 창고방 이층방 이잡듯이 꼼꼼하게 뒤졌다. 어떤 해는 일기를 꾸준히 쓴 해가 있고 띄엄뛰엄 쓰기도 했다. 가계부는 1992년도부터 지금까지 쓰고 있다. 그랬더니 짜증나는 일이 여기저기 많이 적혀 있었다. 그 중에서도 오늘은 남편이 이장하던 때의 일을 쓰려고 한다.
내가 사는 면은 2년에 한번씩 면민의 날 행사를 한다. 서부, 동부, 중부, 만호, 용마, 어란... 4개 마을이 한 팀이 되어 11개 팀이 된다. 행사는 줄넘기, 승부차기, 축구, 이어달리기와 노래자랑까지 하며 유명 가수들도 초청하는 행사다. 저녁까지 불꽃쇼를 하기도 한다. 각 마을에서는 점심을 싸오거나 식당에서 먹기도 하는데 우리마을은 개발위원 회의를 했다. 이장이 주도하에 부녀회장 노인회장 새마을지도자 총무 개발위원장이 모여 면민의 날 음식을 어떻게 할 것인지 회의를 했다. 부녀회장은 직장을 다녀서 못 한다고 하고 마을 사람들도 직장에 다녀서 많이 빠진다고 했다. 회의 끝에 과일이나 떡 음료수만 준비하고 점심은 식당에 예약하기로 했다. 모든 회의가 끝난 상태인데 부녀회장이랑 노인회장이 다른 사람들은 먹고 있는데 우리 동네는 음식을 장만 안 했다고 못 간다고 했다. 나도 출근해야 해서 도와주지 못하니 할말은 없었다.
우리마을은 식당에 상을 40명 예약 해놨었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이 오지 않았다. 부녀회장이 정말 미웠다. 그 날은 날씨도 춥고 운동장은 어르신들이 앉아서 식사하기도 불편했는데 회의 끝에 그렇게 했는데 안 온 것이다. 남편은 생전 화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데 정말 어마어마한 충격이었다. 음식값은 다 지불하고 이장을 당장 그만둔다고 난리다. 나는 순간을 참으면 백년의 근심이 없어진다고 임기는 채우라고 했다. 나는 그냥 꾹 참아버리는 성격이다. 한 세 번까지는 참는데 그 후로는 못 참는다. 그리고 나이가 60이 되니 이제는 참을 일도 많이 없어지고 그냥 말로 해서 풀기도 하고 그냥 세게 나간다. 그러면 더는 말을 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시골에서는 말을 잘하고 또 어르신들은 귀가 잘 안 들리니 오해하는 일이 많다. 마을 회관에 틈나는 대로 자주 가는데 갈 때마다 잘못 듣고 누군가를 모함하거나 짐작으로 하는 말이 진실인 것 처럼 말할 때는 다시 얘기해준다. 그래야 오해도 없고 싸움도 없을 것 같다.
어른들은 나더러 성격이 좋다고 애기 하지만 30여년을 마을에서 살다보니 어른들의 성격을 파악하고 슬기롭게 대처한다.
그리고 남편이 워낙 조용하고 성품이 좋으니 악역은 내가 다 한다. 그래도 지금까지 잘 버티며 살고 있다.
첫댓글 시골 살다보면 그러려니 해야 할 것 같아요. 어르신 비위 맟추기가 힘들잖아요. 선생님이 잘 하고 계십니다.
첫 줄에서 빵 터졌습니다. 선생님 글도 말투도 재미있어요. 지난 토요일에 직접 뜯은 쑥으로 떡을 해오신 정성에 감동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친하게 지내요. 마을에서도 분명 잘하실 것 같습니다.
저도 친하게 지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