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에서 배운다.
손 원
나는 매월 1회 이발을 하러 동네 이발소에 간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로 이사 온지가 10년째니까 단골이 되었다. 가맹점 형태의 남성 컷트전문점 이어서 1~2명의 여자 이발사가 손님을 맞이하는데 그간 십여 명은 바뀐 듯하다. 안면을 익힌 종업원은 몇 안 된다. 과거의 이발소와는 다른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분위기마저 사뭇 다르다. 그래서 이발소 가기가 꺼려지고 어색하기 까지 하지만 월 1회는 어김없이 가야한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오후에 짬을 내어 잠깐 들렀다. 지금은 여자 이발사 한분으로 꽤 오래 손님을 맞이한다. 잠깐 TV에 눈을 돌리고 있는데 바로 순서가 되어 조발을 했다. 전동 컷트기와 가위로 금방 이발을 끝냈다. 머리를 감고 나오는데 까지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과거 2시간 걸리던 것에 비하면 초스피드로 끝난다.
20년 전의 이발 서비스와는 너무나 달라진 형태다. 요즘은 긴 머리만 정리하는 정도인데 그 때는 토탈서비스였다. 당시 이발소에는 종업원이 5명 정도는 되었다. 이발소에 들어서면 곧장 이발용 안락의자를 젖혀 눞힌다. 그리고 아가씨의 부드러운 손길로 얼굴에 로션을 바르고 따뜻한 타월로 얼굴을 덮어 주면 금방 스르르 눈이 감긴다. 조금 눈을 붙였나 싶으면 아가씨가 면도를 하고 있다. 부드러운 손끝으로 로션으로 비벼가며 얼굴 곳곳에 날카로운 면도칼이 미끄러지듯 하는 면도는 정말 기분이 좋았다.
면도가 끝나면 어깨며, 팔다리 등 안마를 받으면 시원하다기 보다 간지러움을 애써 참고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아가씨는 최선을 다해 안마에 열정을 쏟았다. 이렇게 한 시간 정도 지나면 남자 이발사가 조발을 하고 세면대로 자리를 옮기면 견습생이 머리를 감겨 준다. 다시 이발용 안락의자에 앉으면 이발사는 마지막 정리를 한다. 고대기로 머리를 말리고 모양을 가다듬고 얼굴에 스킨과 로션을 발라주면 마무리가 된다.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받았으니 비용도 꽤 나올 거라고 걱정을 하며 계산을 하면 그렇게 비싸지도 않았다. 서비스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다는 생각이 들어 괜히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두 시간의 풀 서비스의 대가로는 저렴했다. 뿐만 아니라 그 곳은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었다. 지금은 길어야 30분 정도로 초스피드로 끝난다.한마디 말도 없이 이발만 하고 나온다.
과거의 이발소와 현재의 이발소의 달라진 면모다.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어 보인다. 과거나 지금이나 이발은 중요한 근접서비스다. 이발을 하고 나서 불만을 갖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이발사는 손끝으로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서비스가 과하여 일부업소에서 퇴폐행위를 하여 물의를 일은 킨 적도 있었다.퇴폐행위는 용납될 수 없지만 대부분 이발업소에서 최선을 다했던 그들을 나무랄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들은 생계를 위하여 종일 고된 노동을 했고 그 대가를 받은 것이 전부였던 것이다.
얼마 전 이웃에 총각이 운영하는 남성 전용이용소가 생겨서 가보았다. 오래 전 부터 바로 앞 이발소에서 종업원으로 일했기에 그와 안면이 있었다. 나는 그를 격려했다. " 젊은 분이 이용업을 하기가 쉽지 않은데 앞으로 유망한 직종이 될 것 같으니 열심히 하시게, 그리고 단 한 푼도 불로소득이 아니고 일한 만큼 수입이 따르니 보람 있지 않은가?" 라고 말해주었다.
따지고 보면 세상의 모든 돈 벌이는 어느 정도의 불로소득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상인의 경우를 보더라도 적정이윤을 넘어서 폭리를 취하는 것, 상품의 질과 양을 속이는 행위, 직장인이 자신의 일을 태만히 하고 월급을 받는 행위 등은 불로소득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거기에 반해 이발소를 본다면 속일 것이 없으므로 불로소득은 아예 없다. 이발료는 협정가격으로 게시가 되어 있고 그때그때 해당요금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로소득이 없는 대표적인 업종으로 볼 수 있다.
이발사는 마음이 순박하다. 그래서 서비스 정신도 남다르다. 군복무시절 말단 군부대에는 별도의 이발사가 없다. 그래서 동료 중 누군가가 스스로 이발 기술을 터득해서 이발서비스를 했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이가 휴식시간 짬을 내어 서툰 솜씨로 이발을 해 주었다. 당연히 자신은 휴식을 가질 틈도 없었다.요양시설에 가보면 유독 이미용서비스가 많다. 필자가 어릴 적에는 마을에 한 분정도 이발사가 있었다. 그분은 농사일을 해가며 틈틈이 이발을 해 주었다. 가난한 농촌마을에는 현금을 주는 일이 없었다. 가을 추수 때 벼 몇 되가 1년치 이발료인 샘이다.
이발사는 남을 배려 할 줄 아는 사람이 갖는 직업이다. 전문 이발사라도 그들은 한 푼의 불로소득도 탐하지 않는다. 자신의 손끝으로 한푼 두푼 벌어 생계를 유지한다. 그래서 그들은 많은 돈을 벌수도 없다. 전문 이발사가 크게 성공한 경우를 본적이 없다. 그들은 불로소득이 없기 때문이고 노력한 대가만큼만 취하기 때문이다. (2019. 11. 13)
첫댓글 이발도 일종의 서비스 업이라 생각할때 그가 베푼 노력의 댓가 만큼 가져가니 불로소득이 아니란 말씀에 공감합니다.
한평생 남의 손에 맡겨야 하는 이발, 때로는 기분이 언짢은 경우도 있고 서비스를 받고나면 댓가를 지불해도 고마움을 느낄때도 있었습니다. 이발관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전 이발관은 동네 노인들이나 주민들의 놀이터였습니다. 거기서 모든 소식을 공유하였습니다. 일종의 쉬어가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요즈음 남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블루클럽 등은 일종의 머리 깍는 공장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가서 볼 수 없는 이발소를 선생님의 글로 간접경험을 합니다.
요사이는 남자분들이 미장원을 많이 이용하셔서 이발소가 고전을 하는가 봅니다.
이발 과정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미장원에서 이발을 합니다. 처음에는 어색하였으나 자주 가니 습관이 되었습니다. 그 예전에 이발소에 간 추억이 이 글을 보니 새삼스럽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이발관을 들어가 본 적이 있었을까? 기억이 까마득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 무렵부터 머리를 길게 길러 머리를 자를 일이 없었고 아이들이 어릴 때에는 이미 미용실에서 남자분 이발도 하던 시기였습니다. 이발소의 생소한 풍경을 선비님을 통해서 보게 됩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남자 이발사에게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 주시는 문우님의 마음이 그려집니다. 이발사는 정말 일한만큼 소득을 취하는 대표적 업종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분들은 정말 대단한 분들입니다. 정직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당연하겠지요. 여자들이 잘 모르는 이발소, 요즘 생겨난 남성전용 이용소의 모습을 글 속에서 엿보았습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