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달다. 그러나 그 뒷맛은 쓰다.
돈은 원래 통치권력(Sovereign Authority)이 만들어 공급하는 달콤한 꿀이다. 힘든 노동의 댓가로 받는 돈은 더없이 달콤하다. 그러나, 통치권력은 이 달콤한 돈이 넉넉하게 풀리는 것을 꺼리어 세금으로 도로 거둬들이고, 부족하다고 아우성치는 백성에겐 은행에서 빌리도록 하고 이자까지 부담시켜, '돈 가뭄 현상'이 돈의 본질적 속성이라고 모두가 믿게 되었다. 더군다나 통치권력(멍청한 왕과 바보같은 현대 정치권력)은 은행을 통하여 돈을 빌려쓰게 하면서 그 은행이 10배, 20배 뻥튀겨 빌려주는 것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도리어 정부 자신도 은행에게 이자주면서 돈 빌리는 바보 짓을 계속하여 왔기 때문에, 이제는 돈을 맡아 운용하는 금융기관들이 통치권력의 최고 실권자가 되었다. 그 결과 지금 시중에 풀려있는 돈은 93% 이상이 은행들이 만들어 빌려 준 돈이고, 국가권력이 만든 것은 7%도 안된다(Bank Money vs. Sovereign Money, M2 vs. 본원통화 ).
받을 때의 돈 맛이 달콤한 만큼, 그 돈을 자신과 가족을 위해 쓰는 맛도 달다. 그러나 남에게내어 줄 때의 돈 맛은 어떠한가? 대부분은 어쩔 수 없이 줘야하니까 주는 쓰디쓴 맛일 거다.
돈 주(갚)겠다는 약속과 돈 받을 권리의 무게
돈을 준다는, 혹은 갚는다는 약속(IOU)은 약속한 사람과 그 상대방의 사회적 세력 차이에 따라 그 등급이 매겨지고 가치가 달라진다. 은행을 통하지 않은 사적인 금전거래가 탈세와 폭력의 온상이라는 사회적 비판으로 대부분 사라진 지금, 은행들은 예금주에게 돌려줄 책임에 비해 빌려준 돈 돌려받을 권리는 엄청 무겁게 취급한다. 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들은 특히 돈 많은 상대방에겐 매우 선량하고, 돈 없는 사람에겐 아주 엄하고 강압적이다.
또, 이 약속(권리)은 그것이 표시되는 방식에 따라 법적인 증거능력이나, 집행력에 차이가 있다. 말로만 한 약속은 어느 한 쪽이 부인하면 입증할 방법이 없어 무용지물이 된다.
약속의 형태별 효력 차이를 간단히 서술하면, 언약 < 대출계약서 < 약속어음 < 가계수표 혹은 당좌수표 의 순서로 효력이 강하다. 그래서 금액단위가 큰, 기업간 혹은 금융기관과의 거래에는 계약서외에 담보역할을 하는 약속어음이나 백지수표를 추가로 작성·제공하기도 하며, 증권시장을 통한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자금거래가 끊임없이 일어난다.
돈과 금융상품의 혼돈을 정돈해야 한다
지불수단으로서의 돈은 "받는 사람이 그것으로 '청산(clearance)'되었음을 인정하고 더이상 법적 다툼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것"이 핵심이기에 법정지불수단(Legal Tender)이 아닌 유사·대용화폐가 실제로 상당량 사용된다.
'품앗이'와 같이 장부상의 어떤 기록도 없지만 가치와 노동이 맞교환되며, 양도성예금증서(CD)와 은행 자기앞수표처럼 현찰대용으로 널리 사용되는 유사화폐도 있다.
현찰과 유사화폐의 근본적인 차이는 현찰은 금융기관에게 이전되면 입금자 명의 혹은 그가 넘겨준 기관명의의 디지털현금과 '시재금'으로 변질되지만 유사화폐는 일단 금융기관으로 넘어가면 발행기관 앞으로 당일로 집중되어 소각된다.
또, 현찰은 그 액면에 표시된 금액과 발행기관 이름이 중요하지 발행일과 만기일의 표시가 없는데 비해, 유사화폐는 발행일, 만기일, 발행기관, 액면금액 모두가 중요하고, 필요하다.
특히 수표는 그 일람출금성(수표법제28조)에 의해 발행일을 장래의 특정일로 기재한 경우(선일자수표 post-dated check)라도 지급제시되면 즉시 지급해야하고, 발행일로 부터 10일, 20일 혹은 70일의 지급제시 기한과, 지급제시기일로부터 6개월의 소멸시효를 수표법이 명시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자신이 발행한 자기앞수표에 대해서는 최대한 현찰과 같이 취급하려는 일관된 노력으로 이 법조항들을 무시하고 있다. (2022년 자기앞수표 사용량은 하루평균 15만건에 9,610억원이 결제·처리되었는데 예금은행의 별단예금 평균잔액은 24.8조원, 즉 평균 26일동안은 시중에 현찰처럼 돌아다니다가 은행으로 돌아온다고 볼 수 있다. 단, 별단예금잔액은 자기앞수표발행액이 전부라고 봐서인데 제가 잘못 알고 있다면 제발 그 현황 좀 알려주세요.)
CD와 은행 자기앞수표를 통합단일 화폐관리시스템에 수용하여 반영하는 방안
이들 유사화폐가 현찰과 혼돈되는 현실을 정돈하기 위해서는 화폐관리시스템에서 현찰에 대해 적용하는 회계기준을 이들 유사화폐에도 적용하면 된다.
즉, 고객이 현찰로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와 같이 CD나 자기앞수표로 변환되는 고객계좌, 혹은 은행 자기계좌의 잔액을 차감하고 차감한 금액과 같은 액수를 대기성 임시계좌인 별단예금잔액에 +시켜 관리하면 된다. 발행과 관련된 할인액이나 수수료는 액면금액과 별도의 계정과목으로 회계처리할 일인 것이다. 이 별단예금 역시 시재금과 마찬가지로 은행의 자산도 부채도 아닌 참고 계정과목으로 취급하면 될 것이다.
이것은 결국 CD나 자기앞수표 발행잔액도 디지털화폐량과 대체(supplant)관계이므로, [화폐발행액 총액 = 실물화폐발행액(시스템 밖으로 풀린 현찰) + 디지털화폐발행액(시스템의 플러스잔액 합계) + CD 및 자기앞수표발행잔액]이 되는 것이다.
만약에 고객이 현찰을 1천만원을 들고와서 91물 CD로 바꿔달라면 은행은 우선 그 현찰을 은행명의 계좌에 입금(디지털화폐량에 +1000만원 & 시재금에 + 1000만원)하고, 1000만원 짜리 5월 20일 만기의 CD 한장과 오늘 자 CD 금리 3.69% 91일분 91,997원의 할인이자 바우쳐를 준비하는데, 분리과세 이자소득세 15.4%를 원천징수 해야하므로 실제 회계처리는 무척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은행 관계자가 자세한 내용을 설명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추가로 화폐관리시스템에 포함여부가 고려될 수 있는 대용화폐들
MMF와 CMA, 각종 FinTech기업이 제공하는 Payment service가 통합단일 화폐관리시스템에 수용될 수 있을 것인지는 1차적으로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지금의 금융공동망 참가기관에 요구되는 여러 적격요건 중에 필수적인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는 내부 시스템을 갖추었는가가 주요 포인트가 될 것이다.
비록 한은금융망에 직접 참가할 규모는 아니라서 참가기관에의 Master Account를 통하여 시스템에 간접참가하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라도 그 내부 클라우드를 구성하여 운영하는 방식이 적격 참가기관의 고객계좌 관리운영방식과 유사해서 개별고객 명의의 계좌에 대한 Ownership 존중의 정도, 고객계좌의 잔액합계와 별도로 자기계좌잔액 유지관리능력 여하에 따라, 그리고 시스템 운영의 최종 결과반영에 소요되는 시간차이가 기존 시스템 가입기관들과 어느 정도의 차이가 나는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될 문제이다.
아무튼 이 문제는 일단 통합단일 시스템을 차질없이 출범시켜 시스템 안정성이 확인된 다음에 확장성 차원에서 검토할 과제일 것이다. 이미 오픈뱅킹시스템에 정식으로 참가하고 있는 서비스이면 출범단계에서 통합단일시스템의 참가기관으로 함께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63일물 국채인 재정증권과 91일물 통안증권의 현금성 기능
이들 단기채권은 CD와 마찬가지로 할인발행되지만 CD와 달리 증서가 없고 예탁결제원에 등록되어 디지털로 관리된다.
국가와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채권은 부도날 염려가 전혀없는 최우량 안전자산이며, 금융당국은 이들 국공채의 담보가치를 액면가의 100% 이상 인정해 주고 있다.(차액결제용 기관당좌 차월한도에 대한 담보제공비율이 현재 80%이며, 금년 8월1일부터 90%, 내년 8월부터 100%로 상향한다고 발표)
또한 이들 국공채는 기관간, 기관과 한은간의 거액결제에서 환매채(RP)거래에 연속적으로 사용됨으로써 사실상 결제수단으로, 돈의 역할을 하고 있는 샘이다.
2월1일부터 매주 1조5천억원씩 발행되는 재정증권은 현재 할인율이 3.6%인데 63일에 대한 이자 93.2억원에는 세금문제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3월31일이 되면 2월1일 발행분에 대한 만기지급 1조5천억원이 신규발행 1조5천억원의 납입대금으로 사용될 것인데 정부는 그 날의 시장금리가 지금과 같다면 93.2억원의 할인이자를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통합단일 시스템에서는 국공채 거래에서 채권액면이 아니라 실제로 입출금된 현금액을 기록하여 지속적인 입출금차액은 정부 혹은 한국은행 계좌잔액에 합의된 마이너스 한도범위 안에서 관리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