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 수봉배달메, 김상철
온종일 밭에서 풀매고
초저녁잠에 떨어진 나에게
몇 시이던가
누군가가 슬며시 들어왔었지
그리고는
내 몸을 은근히 더듬기 시작했었어
그간 1년여 독수공방한 나는
그게 그리 싫지는 않더군
잠은 눈치빠른 생쥐처럼 도망갔고,
내 몸은 이내 뜨거워져
난 그가 시키는 대로 다 응했지
한참동안 그 일을 한 후
실오라기 하나 없는 내 몸은
온통 땀으로 멱 감았고,
여전히 뜨겁게 대드는 그에게
난 그 일 끝내고는, "이젠 가라"
말할 용기가 도저히 없었지
그래서
내가 먼저 그 자릴 피해 마당의 우물가로 갔고,
주위를 한번 빼앵 살펴본 나는
연거푸 두레박으로 우물물을 퍼
1시간여 하얀 알몸에 쏟아 부었지
그러는 사이
그는 어느새 말없이 떠났더군.
2007. 7,29
위에서,
누군가가: 무더위(열대야).
그가(그는, 그에게): 무더위(열대야)
*감쪽같이 속으셨나요? 아니,
재미있었나요?
그거하는 장면을 묘사한 줄로 생각하신 걸
보니 샘도 응큼꾼 ? ㅎ
이미 짐작한 분은 짐작하셨겠지만, 위의
내용은 그게 아니고
더위 때문에 잠을 깬 어느 여인이 더운 몸을
식히려 더위가 시키는 대로 여러 노력 즉,
부채질, 등목, 찬물에 발 담그기 등 을
해보다가 결국엔 마당 우물에 나가
우물물을 몸에 한 시간여 퍼붓고 나서야
더위가 떠나게 됐다는 내용이랍니다.
지금도 여기 시골에서는 그런 가정이 가끔
있습니다만, 사실 옛날 저 어린시절
우리 농촌에서는 선풍기조차 거의 없었기에
당시 여름밤이면 비료푸대 부채(비닐로 된
비료 푸대를 뜯어 접어서 묶어 만든 부채)로
부채질을 하는 등,
더위를 쫓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했었지요.
그러나 별 신통력을 못 본 그분들은 결국에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한 심야를 이용해
마당의 차디찬 우물물로 샤워를 하였는데,
그러고나면 더위는 어느새 감쪽같이
사라졌답니다.
그러니, 이 여름에 열대야를 물리치며
밤잠을 잘 주무시려면 우물이 있는 시골로
가셔서 여름을 지내보십시요.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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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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