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2일 일요일(휴식, 186km)
정글 투어를 가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9시 10분에 호텔 로비에 모여 4륜 구동차 4대에
나누어 타고 정글투어를 나섰다. 사이판 정글투어란 아마존이나
아프리카의 정글이 아니고 그냥 명명한 이름에 불과하다는 것을
투어가 끝날 때쯤 알았다. 왜냐면 더 이상 기대하는 정글은 없었
으니까.........^^
정글투어에서 첫 번째로 간곳은 사이판에서 가장 높은 산인 타포치우
산 정상이다. 타포치우란 신의 축복을 의미한다고 한다. 산의 중간
쯤까지 도로가 포장이 되어 있고 그 이후는 비포장도로로서 승용차로
올라가기엔 조금 무리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로는 산 정상의 20미터 아래까지 나 있었다. 정상에 올라서니
사이판 섬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인근에 있는 티니안 섬도
보이고.... 티니안 섬은 미국이 일본의 히로시마로 핵폭탄을 날린
곳으로 유명하다.
산 정상에는 성모 마리아상이 서 있고 바로 옆 봉우리에는 2차
대전 때 미국이 공격했던 루트들이 사진과 함께 동판에 새겨져
그날의 비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산위에서 보는 사이판 섬의 모습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펼쳐보이
고 있었다. 해변에 줄지어 늘어선 건물들, 그리고 산 중턱에 자리 잡은
별장과 저택들. 또 원주민 밀집지역들도 보이고 산 정상 부근에서
여유로운 삶을 사는 사람들의 집들도 볼 수 있었다.
멀리 수평선, 사방이 다 수평선이다. 말을 좀 보태자면 지구의 반을
볼 수 있다는, 사이판에서 바라다 보이는 사방의 수평선, 그 수평선
에 시선을 멈추고 잠시 상념에 젖어본다.
다시 차를 타고 이번에는 원주민 농장으로 향했다. 촌락의 벤치에
앉아서 잠시 가이드의 이야기를 듣고 코코넛을 마시고 그리고 농장
을 산책하였다. 말로만 들었던 사탕수수, 한입 베어서 씹어보니 단
물이 물씬물씬 베어 나온다. 어렸을 때 먹었던 그 맛이 생각나
잠시 미소를 지어보았다.
농장에는 도마뱀도 있었고 닭들도 많이 있었다. 전형적인 사이판의
농촌 풍경인 듯하다.
다시 차를 타고 이번엔 진짜 정글 같은 숲이 우거진 진흙길을 한참
헤치고 달려, 그러나 불과 몇 분이다. 도착한 곳은 사이판의 동쪽
끝인 노인과 바다(Old man by the sea)로 갔다. 양쪽 절벽에
사람의 모습이 새겨져있는데 오른쪽은 고개를 숙인 서양 사람의 모습
이고 왼쪽은 고개를 들고 태평양을 바라보는 원주민의 모습이다.
어쩜 그렇게 조각을 한 것처럼 멋진 형상을 하고 있는지 신비스럽기
만하다. 사이판의 동쪽해안들은 대체적으로 절벽으로 되어 있고
수심이 깊다. 서쪽은 산호초가 방파제 역할을 하여 호수 같은 느낌이
드는데 동쪽은 진짜 바다의 거대한 파도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어 좋았다.
특히 우리가 찾아간 노인과 바다는 거대한 파도가 바로 10여 미터
앞에까지 왔다가 포말로 부서지는 광경은 이곳이 아니면 볼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참으로 멋진 광경이었다.
이렇게 해서 오전에 간단히 정글투어를 마치고 오후에는 수영복을
입고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도 하고 바로앞 바다에서 수영을 하기
도 했다. 또 치타님, 검프님과 해변 달리기 시합도 하고 해변에 늘
어선 야자나무에 올라가 코코넛도 따서 마시기도 했다.
정말 이런 걸 휴양이라고 하는 것 같다. 마음대로 먹고 자유스럽게
놀고 있으니. 이제 내일 출발을 해야 하기에 오후 늦은 시간에 잠깐
시간을 내어 쇼핑을 했다. 사고 싶은 물건이야 별로 없지만 그래도
시내를 둘러보는 것만으로 즐거운 일이니까.
저녁에는 해변 바비큐 파티가 있었다. 창환 형님이 특별이 준비한
파티이다. 창환 형님의 오랜 지기들인 일본인들과 미국인들이 많이
와 있었다. 음식도 많이 준비를 했다. 형수님과 친구 분은 쉬지
않고 고기를 굽고 묘숙씨와 한사장님, 그리고 한사장님 사모님이
우리를 위해 서빙을 하고 계셨다.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다.
석양의 노을이 드리워진 바다에는 은빛 물결이 일렁이고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를 감싸 안은 마라토너들은 함께 술잔을 높이 들고
천클~~ 천클~~힘을 외치면서 사이판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
했다.
모두가 즐거워했다. 한국인도 미국인도 일본인도 서로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눈빛으로 하나가 되었고 마음으로 서로를
부둥켜 않았다. 일본인 친구들에게 감사의 꽃다발을 받고
감사의 말씀을 일본어로 능수능란하게 하시는 창환 형님의
얼굴에는 아름다운 미소가 가득 찼고 정말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8시쯤 되어 우리식구들만 남은 해변은 더욱더 즐겁고 흥겨운
분위기가 연출되었고 그래서 모두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향유
하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아쉬움이라면 이제 내일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파티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대충 짐을 정리하고 마지막 시간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가라판 시내를 산책했다. 한참동안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다가 찾아간 곳이 P.C방 , 떠나기 싫지만 내일
이면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메일도 확인하고 업무 진행도
확인하고 또 마라톤 사이트도 확인하고 싶어서이다.
천클 게시판을 여니 알토님이 올려놓은 환영의 글귀가 눈에 들어
온다. 얼마나 반갑던지. 그래서 간략하게 사이판에서의 여행
내용을 적어서 등록 버튼을 눌렀건만 글은 올라가지 않고......
그래서 결국 포기를 하고 호텔로 돌아가야 했다.
11시 30분에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공항에 도착하여 입국 수속을
마치니 12시 20분, 그리고 두 시간 동안 기다려 한국행 아시아나
oz 255 항공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가 이륙하니 사이판 시내의 불빛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불빛들이 점점 약해지면서 어둠속으로 잠겨버린다.
그러나 그 어둠속에서 환하게 미소를 짓는 얼굴.......
사이판 장창환 형님~~감사한 마음에 우리는 그 미소를 담아
한국으로 그렇게 돌아가고 있었다.
4일 동안 정성으로 환대해주신 사이판 장창환 형님께 거듭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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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싸이판행님환대 또한번뇌리에스치는군요?
사이판 마라톤투어 후기 잘 읽었습네다. 나도 언제 사이판으로 신혼여행 한번 가야 될텐디....ㅎㅎㅎ
한편의 수필같은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꼭 가보고싶네요...2년전에 여권만들어놓고 한번도 써먹지 못하고...토정비결한번 봐야할까봐요 올해는 뱅기 탈 운이 있는지....천클회원님 그리고 장선생님과의 고운추억 오래오래 간직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