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한글 내비게이션은 아쉽다. 별도의 리모컨을 써야하는 까닭이다. 한참을 애꿎은 모니터만 꾹꾹 누르다 나중에서야 리모컨을 발견했다. 리모컨의 유저 인터페이스는 현저히 떨어진다. 논리적이지 못한 스위치 배열 때문에 한 번 목적지를 세팅하기 위해 수없이 에러를 내야했다. 내비게이션 화면도 확대해서 보는 듯 선명도가 떨어져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또 하나의 아쉬움은 블루투스 기능. 이틀 동안 설정을 시도하다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아마도 시스템 버전에 차이가 있는 듯하다. 하지만 나머지 기능은 만족스럽다. 각종 스위치는 손닿는 곳에 가지런히 배열됐다. 특히 시트와 윈도, 미러 스위치가 잘 정돈되어 있는 운전석 도어는 인간공학적인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시트는 벤츠답게 딱딱한 편이다. 시트는 부드러운 쿠션보다 체형에 맞는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벤츠는 늘 말한다. 다소 딱딱한 듯한 시트가 장거리 운전 때는 더욱 편안한 게 사실이다. 뒷좌석 역시 단단한 편인데, 전혀 불편함을 느낄 수 없었다. 인테리어의 감성품질은 획기적으로 좋아졌지만, 아직 아우디·폭스바겐을 넘어서진 못했다.
특히 도어의 조립성이나 대시보드에 씌운 플라스틱의 질감은 개선할 점이 남아있다. 돈을 많이 들인 건 분명해 보이는데, 결과적으로 그만큼의 고급스러움을 살리지 못했다. 나아가 내구성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플라스틱이 전반적으로 굉장히 딱딱한 편이다. 보닛 안쪽의 엔진룸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트렁크 역시 깔끔하기도 하거니와 실용성도 뛰어나다.
시승차의 엔진은 직렬 4기통 1.8ℓ 수퍼차저. 가속 때 초기 반응이 다소 느린 듯하지만, 일단 회전수가 치솟으면 제법 파워를 쏟아낸다. 서스펜션은 이전보다 안정적이고 스포티해서 빠른 속도로 코너를 감아 돌 때도 불안하지 않다. 변속기의 수동 기능을 쓸 때 좌우대신 앞뒤 방향으로 움직이거나, 스티어링 휠에 패들 시프트를 달았더라면 더욱 즐거울 것 같다.
신형 C-클래스는 전문 디자이너인 필자가 봤을 때도 굉장히 매력적인 디자인이다. 세련되면서 성숙한 느낌을 풍긴다. 여기에 준수한 성능을 내는 파워트레인과 탄탄한 서스펜션이 어우러져 운전의 즐거움도 아쉽지 않게 느낄 수 있다. 나아가 실내 공간과 시트 안락성이 뛰어나다. 게다가 값까지 착하다니, 국내에서 인기몰이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