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0일 제3자인 문화관광부의 중재로 선수협 사태가 해결됨에 따라 올시즌 프로야구는 정상적으로 열리게 됐습니다. 7개구단들은 이미 1월15일 일찌감치 전지훈련을 떠난 삼성을 따라 잡기 위해 부랴부랴 해외전지훈련 일정을 잡고 본격적인 시즌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선수들이 그 동안의 마음 고생을 훌훌 털고 자신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줬던 팬들을 위해 열심히 땀흘리고 돌아오기를 기대합니다.
그런데 결혼한 선수들은 사실 전지훈련 가는 것을 마음 속으로는 달가워 하지 않습니다. 40일 이상을 여우 같은 아내,토끼 같은 자식들과 생이별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몇몇 선수도 있습니다. 바로 嚴妻侍下,무서운 아내의 감시에서 벗어나 異國의 정취를 마음껏 즐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랴.
대표적인 선수가 두산의 정수근입니다. 97년 10월 친구의 소개로 만난 두 살 연상의 서정은씨와 99년11월부터 한 이불을 덮고 사는 정수근은 결혼 전에 이미 꽉 쥐어 있었습니다.
그 빼도 박도 할 수 없는 증거.
99년 11월 일본에서 열렸던 한일 슈퍼게임 마지막 4차전이 끝난 뒤 필자와 정수근, 이승엽이 도쿄 아카사카의 한 술집에서 결산을 빙자한 쫑파티를 했었습니다. 술자리가 늘 그렇듯 날짜가 바뀌고 시간은 0시 10분 쯤,정신 없이 놀던 정수근이 갑자기 당황하면서 '정확히 자정에 한국의 약혼녀와 전화 통화를 하기로 했는데 늦었다'며 호들갑을 떠는 것이었습니다.
'10분 밖에 안 지났는데 무슨 걱정인가?'했더니 '경을 칠 것'이라며 필자에게 '해명 전화를 해달라'고 통사정을 해 하는 수 없이 '10분 지연된 것은 나 때문이니 너그럽게(?)이해해 달라'고 대신 전화를 해서 정수근의 위기 탈출을 도와줬습니다.
무사히 귀국한 정수근은 곧바로 결혼식을 올리고 지금은 떡두꺼비 같은 아들 낳고 잘살고 있습니다.여전히 무서운 부인님 모시고.
2년 연속 구원왕에 오른 진필중도 소문난 공처가입니다.
진필중보다 한 살 아래 부인 손지현씨는 아예 남편을 초등학생 취급합니다. 기상부터 취침까지 진필중의 스케줄과 외출시 의상,헤어스타일 등등 이 모든 것은 손지현씨의 작품입니다.
그래도 천성이 착한 진필중은 군소리 하나 없이,아니 못하고 그대로 따릅니다. 99년 한일 슈퍼게임 후 예의 그 술자리에 진필중은 끼고 싶어도 못끼었습니다. 이유는 물으나마나 부인이 일본까지 동행했으니까요.
이런 여러가지 증거와 정황에도 불구하고 정수근이나 진필중 그 누구도 자신은 애처가이지 공처가는 절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家和萬事成!
정수근, 진필중, 두 공처가가 3년 연속 도루왕과 2년 연속 구원왕 타이틀을 거머쥐며 그라운드에서 펄펄 날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만고불변의 진리를 일찌감치 깨달았기 때문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