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 (왜 불러)
뒤뜰에 뛰어놀던 병아리 한 쌍을 보았소 (보았지)
어쨌소 (이몸이 늙어서 몸보신하려고 먹었지)
잘했군 (잘했어)
잘했군 잘했군 잘했어
그러게 내 영감이라지
마누라 (왜 그래요)
외양간 매어놓은 얼룩이 한 마리 보았나 (보았죠)
어쨌소 (친정집 오라비 장가들 밑천해 주었지)
잘했군 (잘했어)
잘했군 잘했군 잘했어
그러게 내 마누라지
영감 (왜 불러)
사랑채 비워주고 십만 원 전세를 받았소 (받았지)
어쨌소 (서양춤 출려고 쌍나팔 전축을 사왔지)
잘했군 (잘했어)
잘했군 잘했군 잘했어
그러게 내 영감이라지
마누라 (왜 그래요)
딱정댁 마나님이 술값의 독촉을 왔었나 (왔었죠)
어쨌소 (술병을 고치려고 지리산 약 캐러 갔다했지)
잘했군 (잘했어)
잘했군 잘했군 잘했어
그러게 내 마누라지
식사 한 끼에 보통 한 시간이 걸린다. 오만 가지 테크닉이 필요하다.
오늘 아침은 식사를 하면서 이 노래를 불렀다.
가사는 4절까지 있지만 앞의 1~2절만 조금 불렀는데...
뜻밖에 가사가 변경되었다.
영감 (왜 불러)
뒤뜰에 뛰어놀던 병아리 한 쌍을 보았소 (보았지)
어쨌소 (이몸이 늙어서 몸보신하려고 먹었지)
안 돼, 그럼 안 돼
노래 중단. 한 바탕 웃고 2절,
마누라 (왜 그래요)
외양간 매어놓은 얼룩이 한 마리 보았나 (못 봤는데)
그럼 노래가 안 되지 ㅉㅉ
깔 깔 깔
더 이상 노래가 이어지지 않았다. 아주 많이 웃었다.
자기 힘으로 식사를 못하고 떠먹여 줘야 하는 사람인데
가끔은 원활하게 삼키지를 못해 입에 물고 있다가 뱉어야 하는 사람인데
어떻게 재치 있는 가사 변경을 하는 건지 신기하다.
노래를 하는 도중에 노래 가사라는 걸 잊은 것일까?
보이는 대로만 말하는 진실성, 그것도 병이렷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