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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반도체 산업에 대해 이만한 상식을 소유하며 논리 정연하게 설명을 할수있는분이 몇분이 있을까요. 본인이 말한되로
“먼저 분명히 해두자.
이 글은 '호남을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 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균형발전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의 문제도 아니다.”
훌륭한 글입니다.(김광일 동기께서 단톡방에 올리신글)
(선물상자)半導體産業의理解
[서울시립대채수조교수
(고에너지이론물리전공)]
반도체 팹(Fabrication)은 <標>가 아니라, 전압·주파수·유량·압력·순도·온도·진동·장비 대응 시간 같은 <物理量>으로 돌아간다.
['공모 점수'와 'RE100 구호'로는 반도체 팹이 돌아가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비판에 직접 반박했다.
요지는 이렇다. 2023년 윤석열 정부 때 호남의 반도체 입지가 이미 공식적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광주·전남이 국가첨단전략산업 공모 과정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는 기사를 근거로 들었고, 장성호·담양호 등 산업용수원, 호남권 태양광·풍력 인프라, 그리고 RE100 실현 가능성까지 묶어 "호남이 반도체 입지로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나는 이 주장이 현실을 모른 채 아직도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본다.
먼저 분명히 해두자.
이 글은 '호남을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 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균형발전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의 문제도 아니다.
문제는 반도체 전공정 팹이라는 극도로 정밀한 산업 시스템을, 정치 구호와 공모 점수로 설명하려 한다는 데 있다.
반도체 팹은 오직 전압·주파수·유량·압력·순도·온도·진동·장비 대응 시간 같은 물리량, 그리고 그것을 통제하는 숙련 엔지니어의 노력으로 돌아간다.
반도체 칩 안의 전자는 정치인의 표를 보고 움직이지 않는다. 게이트에 걸린 전압을 따라 흐른다. 공정은 지역 안배를 봐주지 않고 오직 화학 반응 조건에만 좌우된다. 수율은 정치 구호에 되지 않고 현장 전문가의 오랜 노하우로 0.1%씩 올라갈 뿐이다.
이번 반박은 네 가지 축에서 다시 따져봐야 한다. 전력, 용수, 인력, 그리고 배후 생태계. 여기에 하나를 더한다. 지난 대선 토론에서 불거졌던 RE100 착각이다.
1. "윤 정부 때 확인됐다"는 말의 함정
대통령은 2023년에 이미 호남 입지가 공식 확인됐다고 했다. 그러나 그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의 최종 결과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반도체 분야 최종 지정지는 경기 용인·평택과 경북 구미였다.
용인·평택은 삼성전자가 용인 국가산단에 2042년까지 300조 원을 투자해 첨단 팹 5기를 짓기로 한, 세계 최대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의 거점으로 지정됐다. 여기에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용인 일반산단(원삼)까지 더해진다. 구미는 SK실트론 등이 투자하는 웨이퍼·기판 등 핵심 원재료 공급기지로 특화됐다. (참고로 같은 해 디스플레이 분야 특화단지로는 천안·아산이 지정됐다. 뒤에서 다시 짚는다.)
광주·전남은 반도체 분야 최종 지정지에 들어가지 못했다.
핵심은 "기업이 선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공모 과정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과, 국가 반도체 전공정 클러스터의 최종 입지로 선택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시험 문제 몇 개를 잘 풀었다고 실제 공장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보고서 점수와 산업 물리량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특화단지 평가표가 답하지 못하는 질문은 따로 있다.
- 10GW급 부하를 24시간 감당할 수 있는가?
- 하루 100만 톤이 넘는 공업용수와 초순수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가?
- 수천 명의 숙련 공정 엔지니어를 정착시킬 수 있는가?
- 수백 개 소부장 기업과 글로벌 장비사의 실시간 대응망을 만들 수 있는가?
"최우수 등급"은 정치적으로는 쓸 만한 문장이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에서는 충분조건이 아니다.
2. 전력: "재생에너지가 많다"와 "팹을 돌릴 수 있다"는 다른 말이다
호남에 태양광·풍력 설비가 많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첨단 반도체 전공정 팹의 장점이 된다는 건 완전히 틀린 이야기다.
팹이 필요로 하는 것은 연평균 발전량이 아니라, 24시간 365일 변함없이 들어오는 고품질 전력이다.
전압과 주파수가 흔들리면 안 된다. 우리 전력망은 60Hz, 즉 1초에 60번 진동하는 교류로 돌아간다. 안정된 전력이란 그 진동의 진폭(V₀)과 주파수가 매 순간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 파형이 수십 밀리초만 꺼지거나 출렁여도 라인 위의 웨이퍼 한 배치가 통째로 불량이 된다는 데 있다. 그래서 반도체 팹은 이중 송전선로, AVR(자동전압조정), UPS(무정전전원)를 겹겹이 깔고, 국제 반도체 표준(SEMI F47)에 맞춰 순간 전압강하 내성까지 설계한다.
사람이 "연평균 혈압만 정상이면 된다"고 말하지 않듯, 반도체 팹도 연평균 전력이 아니라 매 순간의 전력이 정상이어야 한다.
규모를 보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하나에 필요한 전력은 최종적으로 10GW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건 수도권 최대 전력수요(약 40GW)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양이다.
- 10GW = 1GW급 대형 발전소 10기
- 하루 전력량: 10GW × 24h = 240GWh
- 1년: 약 87.6TWh
이 87.6TWh는 2024년 우리나라 총발전량(약 600TWh)의 약 15%에 맞먹는다. 클러스터 하나가 완전 가동되면, 나라 전체 전기의 7분의 1을 빨아들이는 셈이다. 작은 산업단지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력망의 뼈대를 새로 짜야 하는 규모다. 참고로 환경부는 용인 클러스터 완공 시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3,377만 톤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호남 반도체론은 자꾸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든다. 태양광 10GW가 깔려 있다고 해서, 팹에 10GW가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 태양광은 밤에 0이다.
- 구름이 끼면 급락한다.
- 풍력은 바람이 멈추면 사라진다.
- 계통이 못 받으면 출력제어로 버린다.
(한마디로 날건달 전기다)
전기가 생산될 가능성과 전기가 공장에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것은 전혀 다른 물리량이다. 전력망은 평균값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매 순간 발전과 소비가 정확히 맞아야 한다.
게다가 호남은 이미 "전기가 남아서 버리는" 지역이다. 한전은 2024년 5월 광주·전남 103곳, 전북 61곳의 변전소를 계통관리변전소로 지정하고, 이 지역 신규 발전설비의 계통 접속을 사실상 2032년 이후로 미뤘다. 송전망이 포화돼, 이미 깔아놓은 태양광·풍력조차 출력제어로 버리고 있는 곳이다. 광주·전남은 전국에서 출력제어가 가장 잦은 지역에 속한다. 전기가 남아 신규 접속까지 막아둔 지역과, 팹이 요구하는 24시간 고품질 전력을 흔들림 없이 공급할 수 있는 지역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출력이 들쭉날쭉한 잉여 전력이 넘쳐나는 것과, 산업용 고품질 전력이 충분한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여기에 이번 구상에는 AI 데이터센터까지 들어간다고 한다. AI 데이터센터는 전기를 더 잡아먹는 괴물이다. 팹도 전기 괴물인데 그 위에 데이터센터를 얹으면, 그 지역은 발전소와 송전망을 통째로 새로 설계해야 한다.
3. RE100: 빅테크는 이미 그다음 단계로 갔다
이번 논의에서 가장 시대착오적인 대목이 RE100이다.
"호남은 태양광·풍력이 많으니 RE100 달성이 쉽고, 그러니 글로벌 빅테크의 필수 요건을 맞출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RE100은 국제 조약도 규제도 아니다. 민간 단체가 주관하는 자발적 캠페인이다.
게다가 RE100의 회계 방식 자체에 근본적 한계가 있다. 연간 총량 맞추기다. 어떤 기업이 1년 동안 100만MWh를 썼다면, 같은 양의 재생에너지 인증서(REC)나 전력구매계약(PPA)을 확보해 "장부상 100% 재생에너지"를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전력망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낮에 태양광이 쏟아졌다고 해서, 밤에 돌아가는 EUV 노광 장비가 그 태양광 전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여름 낮의 남는 태양광 인증서를 샀다고 해서, 겨울 밤의 데이터센터가 무탄소 전력으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전력은 시간의 함수다. 전기는 저장하지 않으면 그 순간 사라진다. 전력망에서는 발전과 소비가 매 순간 약간의 여유가 있을 정도로 일치해야 한다. "연간 총량이 맞는다"는 건 장부상의 회계 논리일 뿐, 전력 물리의 논리가 아니다.
빅테크는 이미 이 한계를 알고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구글은 2017년부터 연간 전력 사용량을 재생에너지 구매로 100% 맞춰 왔다. 그러나 그것을 최종 해법으로 보지 않았다. 그래서 2030년까지 자사가 운영하는 모든 전력망에서 24시간, 7일, 365일 무탄소 전력(24/7 CFE)으로 돌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CF100에 가까운 방향이다.
핵심은 "연간으로 맞췄느냐"가 아니라 "그 시간, 그 장소에서 실제로 무탄소 전력이 공급되느냐"다.
그리고 실제 조달 전략은 이미 재생에너지를 넘어 원전으로 움직이고 있다.
- 마이크로소프트는 스리마일섬 원전 1호기(크레인 클린에너지센터) 재가동을 전제로 약 835MW 규모의 20년 장기 PPA를 맺었다.
- 메타는 일리노이 클린턴 원전과 20년 계약을 맺어 약 1,100MW를 확보했다. AI·데이터센터 수요 대응이다.
- 아마존은 X-energy와 함께 SMR(소형모듈원전)을 개발해 2039년까지 5GW 이상의 신규 원전 용량을 추진한다. "원전은 24시간 돌아가는 안정적 무탄소 전원"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다.
- 구글 역시 카이로스파워와 약 500MW 규모의 차세대 원전 계약을 맺었다.
겉으로는 RE100·재생에너지·넷제로를 말하지만, AI 인프라의 실제 전력 전략은 원전·지열·수력·장주기 저장·24/7 무탄소 전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팹은 밤에도, 비 오는 날에도, 바람 없는 날에도, 전력망이 흔들리는 날에도 돈다. 이 시설들은 "오늘은 태양광이 적으니 쉬자"고 말할 수 없다.
- EUV 장비는 재생에너지 인증서로 돌아가지 않는다.
- 첨단 식각 장비는 태양광 평균 발전량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 GPU 클러스터는 연간 장부상 매칭으로 냉각되지 않는다.
따라서 "호남이 RE100에 유리하다"는 주장은 오히려 약점이다. 그것은 반도체 산업의 전력 요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고백에 가깝다.
진짜 질문은 이것이어야 한다. "호남은 24시간 365일, 10GW급 고품질 무탄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가?"
밤 12시간 동안 10GW 부하를 재생에너지로 버티려면 단순 계산으로도 120GWh, 하루를 버티려면 240GWh의 ESS가 필요하다. 참고로 240GWh는 현존하는 세계 최대급 ESS(수 GWh 수준)를 수십~수백 개 늘어놓아야 하는 비현실적 규모다.
- 그 ESS는 어디에, 얼마로, 누가 짓는가?
- 그 비용은 전기요금에 어떻게 반영하는가?
- 주파수 안정도는 누가 책임지는가?
- 전압 강하는 누가 보정하는가?
- 순간 정전 리스크는 누가 부담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고 RE100을 말하는 것은, 전력망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4. 용수: "물이 충분하다"와 "초순수 시스템이 된다"는 다르다
대통령은 호남에도 영남·수도권만큼 물이 충분하다고 했다. 그러나 곧바로 질문이 따라온다. **그 물이 언제, 어디서, 어떤 압력으로, 어떤 품질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누구의 기존 사용량을 줄여서 팹에 들어오느냐**는 것이다.
내가 대학원 시절 가장 자주, 그리고 가장 귀찮게 했던 일이 가속기 냉각용 증류수 제조였다. 학교 수돗물을 작은 증류기로 24시간 증발·냉각시켜 말통 몇 개를 채우는 고된 작업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엄청난 전력과 물의 낭비였지만, 순수한 냉각수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물며 반도체는 그냥 물을 쓰는 산업이 아니다. 초순수(UPW)를 쓴다.
초순수는 수돗물이나 농업용수를 끌어다 바로 쓰는 물이 아니다. 입자, 이온, 유기물, 미생물, 금속 불순물을 극단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그 순도의 척도가 비저항 18.2MΩ·cm(25°C), 즉 이론적 한계에 가까운 초고순수다. 물속 불순물 하나가 웨이퍼 위에서는 결함이 된다. 결함은 수율을 깎는다. 반도체에서의 수율은 곧 돈이고, 수율은 곧 생존이다.
용인 클러스터의 용수 공급 계획만 봐도 하루 약 133만 톤 규모가 거론된다. 이는 인천광역시 인구 약 300만 명이 하루에 쓰는 물(약 107만 톤)보다 많은 양이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4.85억 톤이다. "물이 많으면 된다"가 아니라, 대형 클러스터 하나가 얼마나 거대한 물 시스템을 요구하는지를 보여주는 숫자다.
댐에 물이 있다는 것과, 그 물을 365일 안정적으로 공업용수로 돌릴 수 있다는 것은 다르다. 일시적 저수량과 헷갈리면 안 된다. 산업용수는 저수량(스톡)이 아니라 365일 끊기지 않는 유량(플로우)의 문제다. 매일 필요한 유량, 가뭄 시나리오, 관로, 정수·초순수 시설, 비상 저장 능력, 그리고 사회적 배분 합의가 모두 갖춰져야 한다.
장성호·담양호를 말하지만, 그 물은 원래 영산강 수계의 농업용수이자 지역 생활용수다. 가뭄이 오면 선택해야 한다. 논에 물을 댈 것인가, 웨이퍼를 씻을 것인가.
대만은 이미 이 문제를 겪었다. 2021년 가뭄 때 대만은 농업용수를 줄이고 TSMC에 물을 우선 배분했다. 일부 농지는 휴경에 들어갔고, 농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이것이 반도체 용수의 현실이다.
호남에서 이런 선택이 가능하겠는가. 농업용수 보(洑) 문제로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났을 만큼 농업 정서가 강한 지역에서, 가뭄 때 농업용수를 끊고 삼성·SK 팹에 먼저 물을 주겠다고 정치가 말할 수 있겠는가.
물이 충분하다는 말은 쉽다. 그러나 반도체 용수는 양(量)의 문제가 아니라 순도·유량·압력·관로·비상성·사회적 배분의 문제다.
5. 인력: 전공정 팹은 숙련 엔지니어로 돌아간다
반도체 전공정은 땅과 돈만 있다고 되는 산업이 아니다. 사람이 핵심이다. 그것도 아무 인력이 아니라 노광·식각·증착·이온주입·CMP·세정·계측·결함분석·수율관리·공정통합·장비유지보수·데이터분석을 아는 숙련 인력이다.
팹은 24시간 돈다. 공정은 멈추지 않는다. 장비 하나가 흔들리면 엔지니어가 즉시 붙어야 한다. 수율이 1%만 흔들려도 막대한 손실이 난다.
용인·평택·화성·이천·청주에 반도체가 몰린 것은 우연이 아니다.
- 성남·판교에는 팹리스·소프트웨어 인력이 있다.
- 수원·기흥에는 연구개발 인력이 있다.
- 화성·평택에는 삼성의 양산 인력이 있다.
-이천·용인·청주에는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인력이 있다.
- 천안·아산에는 반도체와 상당 부분 공정·장비·인력이 겹치는 디스플레이 산업(삼성디스플레이)이 있다. 2023년 디스플레이 특화단지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 그리고 서울이라는 거대한 인재 공급원이 뒤에 있다.
배우자 직장, 자녀 교육, 병원, 생활권, 문화 인프라까지 모두 인력 정착의 조건이다.
대덕연구단지만 해도 대전이라는 대도시를 끼고 정부출연연구소·KAIST·기업 연구소가 모인 한국 과학기술의 대표 거점이다. 그 정도 기반이 있어도, 수도권과의 거리·배우자 직장·자녀 교육·생활권 문제로 인재 유치와 정착이 늘 쉽지 않았다.
그런데 광주·전남에 메모리 전공정 팹을 정치적으로 밀어 넣겠다고 한다.
후공정 패키징 분야라면 현실적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전공정은 다른 게임이다. 미국이 대중(對中) 장비 수출을 통제할 만큼 전략적 핵심 영역이고, 장비·공정·소재·수율·분석·유지보수 인력이 한 덩어리로 움직여야 한다.
유치전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고 숙련 공정 엔지니어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공정 엔지니어는 10년, 20년 현장에서 길러진다. 그리고 그들의 가족도 함께 움직여야 한다. 이걸 무시하면 공장은 지어도 수율은 안 나온다.
6. 배후 생태계: 클러스터는 지도 위 동그라미가 아니다
반도체 전공정은 단독 공장이 아니다. 거대한 생태계다. 소재·부품·장비·가스·화학물질·초순수·폐수처리·진공·플라즈마·계측·테스트·소프트웨어·물류·보안·장비사 대응망이 한 몸처럼 붙어야 한다.
ASML 장비가 흔들리면 ASML 엔지니어가 움직여야 한다. AMAT 장비가 흔들리면 AMAT 엔지니어가 와야 한다. TEL, 램리서치, KLA, 세메스, 원익, 동진쎄미켐, 솔브레인 같은 기업과 인력이 시간 단위로 붙어야 한다.
이게 클러스터다. 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한다고, 지자체가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고, 국비 몇 조를 붙인다고 생기지 않는다. 사람이 모이고, 기업이 모이고, 기술이 모이고, 거래 관계가 쌓이고, 실패와 개선의 기억이 누적되어 만들어진다.
한국 반도체의 핵심은 이미 분명하다. 성남–수원–화성–용인–안성–평택–이천–청주–천안–아산으로 이어지는 경기 남부·충청 반도체·디스플레이 벨트다. 삼성 평택·화성, SK 이천·용인·청주, 판교 팹리스, 수원·기흥 연구개발, 소부장 기업, 글로벌 장비사 대응망이 수십 년 쌓인 결과다.
대만 신주(新竹)도 마찬가지다. 신주는 타이베이에서 약 70km 떨어진 곳으로,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낙후지가 아니다. 신주에는 ITRI(공업기술연구원)가 있었고, 국립칭화대·국립양밍교통대가 인접해 있다. 그 유명한 TSMC가 바로 그 ITRI에서 분사해 나왔다.
대만은 반도체를 정치적으로 유배 보낸 것이 아니라 대학·연구소·인재·기업 생태계가 이미 붙어 있는 곳에 국가 지원을 집중해서 성공한 것이다.
결론: RE100 구호가 아니라 물리량을 내놓아라
반도체는 타이밍 산업'이다. 라인 하나에 수십조 원이 들고, 그 라인이 1년 늦으면 한 세대가 통째로 뒤처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TSMC는 미국 애리조나·일본 구마모토·독일 드레스덴으로 팹을 확장하고, 미국은 칩스법으로, 일본은 라피더스로, 중국은 국가 자본으로 전공정 캐파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 살벌한 경쟁에서 한국이 쥔 거의 유일한 무기가, 경기 남부·충청 벨트에 수십 년 쌓인 전공정 생태계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정말 하겠다면, 정치 구호 말고 숫자를 내놓아야 한다.
- 전력: 몇 GW를, 어느 발전원에서, 어떤 송전망으로, 몇 년도에, 어떤 예비율과 주파수 안정도로 공급할 것인가? 이미 계통이 포화돼 신규 접속까지 막힌 지역에서, 태양광·풍력의 변동성은 몇 GWh의 ESS로 보정할 것인가?
- 용수: 하루 몇만 톤을, 어느 댐에서, 어느 관로로, 어떤 정수·초순수 공정을 거쳐, 어느 압력과 안정도로 공급할 것인가? 가뭄 때 농업용수와 하천유지용수를 줄일 것인가? 그 사회적 합의는 누가 책임지는가?
- 인력: 몇 명을, 어느 대학과 기업에서, 몇 년에 걸쳐 양성할 것인가? 그들이 가족과 함께 정착할 주거·교육·병원·생활권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
- 생태계: 소부장 기업과 글로벌 장비사를 어떤 시간 반경 안에 배치할 것인가? ASML·AMAT·TEL·램리서치 엔지니어가 몇 시간 안에 현장에 도착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400조 원을 "호남에 배치"하겠다는 것은 산업정책이 아니다. 그것은 정치 일정에 맞춘 " 관치(官治) 배치"이고, 잘 돌아가는 기업의 자본과 인력을 강제로 쪼개 옮기는 "약탈"이다.
문제는 새 팹이 안 생기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한정된 숙련 인력과 소부장 대응망을 둘로 쪼개는 순간, 지금 세계 최고 수준으로 돌아가는 경기 남부 벨트의 경쟁력까지 함께 흔들린다. 없던 클러스터 하나를 정치로 억지로 세우려다, 있는 클러스터 하나를 정치로 잃는 것이다.
그 대가는 지금 잘나가는 삼성과 SK만 치르지 않는다. 대한민국 전체가 치른다. 그리고 그 청구서는, 물리량을 외면한 오늘의 정치가 아니라 우리의 다음 세대가 받아 들게 된다.
半導體 Fab은 끝내 標가 아니라 物理量으로 돌아간다. 정치가 그 물리량을 이기려 들면, 지는 쪽은 언제나 <政治>가 아니라 <産業>이다.
2026.06.28(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