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지난 9월부터 시행된 어린이 시내버스 무료화 효과를 조사했더니 하루 평균 3천600명이 시내버스를 이용했다고 한다. 이는 지난해 9월 한 달 하루 평균 2천900명이 이용했던 것보다 22.5% 늘어난 것이다. 아이들이 으레 승용차를 이용할 것이란 고정 관념을 깬 것이다. 진즉 이런 시책이 시행했다면 부모와 아이들 모두에게 좋았을 것이다. 부모는 없는 시간을 쪼개 어린이들을 실어 날라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고 어린이들은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자립심을 키울수 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지난 7월 초 민선 8기 후반기 주요 시정 방향을 시민 체감에 맞추겠다고 발표했었다. 전반기 2년 동안 투자유치 등 외적인 요소에 집중했으니 나머지 2년은 공동체 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김 시장은 그동안 투자유치, 적극 행정, 규제혁신 등을 추진해 왔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도시번영에 밑거름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이다. 하지만 생활과 직결된 소소한 것에서 시정 효력 여부를 직접 느끼는 게 시민들이다. 김 시장이 전반기 하드웨어에서 후반기 소프트웨어로 정책 방향을 바꾼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지난 9월부터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행된 시내버스 무료화는 내년 하반기 7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도 적용된다. 이럴 경우 양쪽을 지원하는데 약 38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한다. 하지만 울산시가 한해 약 130억원에 달하는 시내버스 적자보전금을 지원하는 사실을 감안하면 진작 서둘렀어야 할 시책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런 시민생활정책 대상이 한둘이 아니다.
문제는 이들을 실행하는 과정이다. 예컨대 7세에서 12세 사이 초등학생들이 시내버스 요금 무료 대상인데 그들을 어떻게 분간할 것인가. 요즘은 성장 발육이 빨라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분간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75세 이상 노인은 또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버스에 탑승하는 어르신들에게 일일이 신분증을 확인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이들이 버스를 타고 내리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안전 문제에서 이상이 생기면 그동안의 노력은 모두 헛수고가 되고 만다.
시민 체감 정책은 말 그대로 시민들의 느낌이 중요하다. 때문에 초등학생ㆍ어르신 시내버스 요금 무료화, 지능형 시내버스 정류장 확대 등은 세심한 사전 계획이 필요하다. 일자리, 투자유치, 정부사업 선정 등은 오류가 발생하면 다시 수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 그러나 체감 정책은 한번 삐끗하면 되돌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