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소름 끼치고, 진저리 치고, 그냥 싫고 징그럽다.
노르스름한 애벌레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먹어봐요' 하면서 판매원이 권하기에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집어서 입속에 넣었다.
얼마 전에 본 과실파리의 애벌레다.
노르스름한 색깔, 몸길이 2.5~3센티나 되는 애벌레는 탄력이 좋아서 등허리를 굽혔다가는 스프링처럼 튕겨서 공중으로 날아간다. 한 뼘 정도의 공간으로 순간 이동한다. 늙은 호박을 반으로 쪼개다 보면 이 벌레가 꿈틀거리다가 공중으로 튀쳐 올라서 나를 깜짝 놀라게 한다.
이런 벌레를 식용하다니.
벌레를 일부로 키워서 먹을거리, 약재로 판매한다는 것쯤은 익히 알고 있었다.
누에고치, 굼벵이, 사슴벌레 등 이외에도 아주 가늘고 작은 애벌레까지 사육할 줄은 미쳐 몰랐다.
호박과실파리, 호박꽃과실파리 등.
호박과실파리는 호박꽃에 알을 산란하고, 애호박에 성충이 침을 박고 알을 깐다. 알이 성장하면서 호박 속살로 침투하고, 씨앗이 있는 언저리에서 자라면서 호박 속살을 파 먹은 뒤에 세상 바깥으로 나오는 애벌레다. 호박 속에서 성장하면서 호박을 썪게 만드는 해충이다.
나는 10월 중순에 시골 농업기술센터에서 영농교육을 받았다.
함께 교육받던 아내가 얻어온 티켓을 이용해서11월 2~5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역 부근의 코엑스에서 개최한 국제식품산업 박람회에 방문했다. 이틀간이나 농산품과 농업관련 소품, 소형농기구까지도 관찰 관람했다. 해외 40여 개국도 참가했다.
출시된 식품점에는 호박과실애벌레, 누에 번데기, 귀뚜라미 등 애벌레를 식품산업으로 전환한 이색적인 농산물도 있었다. 애벌레를 상품화한 기발한 착상과 아이디에는 박수를 보냈지만 그다지 낙관적인 미래식품으로 보기에는 아직은 아니었다.
살짝 구운 귀뚜라미는 차마 먹지 못했다.
무농약으로 농사 짓는 나는 벌레라면 끔찍히도 겁이 난다.
또 숱한 벌레들이 익충인지 해충인지를 구별 못하는 무식이 그대로 들어나고.
벌레가 있어야만 대부분의 식물은 수정하기에 식물은 현란한 색깔의 꽃, 냄새, 색깔 등으로 작은 벌레를 유혹한다. 작은 벌레는 꽃 속의 꿀을 빨아 먹으려고 움직이다보면 꽃의 암수술과 숫수술이 자연스럽게 교배해서 열매를 맺게 한다.
이처럼 좋은 익충도 있지만 대부분의 해충은 식물 뿌리, 줄기, 잎, 꽃, 열매를 갉아 먹고, 병 들게 한다.
거의 다가 그렇다.
호박과실파리벌레는1991년 경에 우리나라에 유입된 해충이란다.
진위여부는 나중에 재확인할 예정.
이런 해충을 식용으로 사육하다가 실수하여 이들 성충이 바깥으로 탈출하면?
해충들이 많이 친환경농사, 유기농업에 치명적인 해를 끼칠 게 뻔하다.
이런 이유로 국제삭품산업 박람회에 전시된 식용벌레 상품을 환영하기에는 좀 그랬다.
늙은 호박을 큰 칼로 반쯤 자르다 보면, 이따금 호박 속이 뭉텅 썩어서 딱딱한 덩어리가 된다.
호박 속살이 이미 썩어서 식용할 수 있는 부위가 거의 다 사라졌다.
노란 애벌레가 총총히 박히고, 살아서 꿈틀거리거나 톡톡 튀쳐서 바깥으로 탈출하는 경우도 있다.
호박과실파리 애벌레를 아파트 안에서는 어떻게 처리할 지가 난감하다.
뜨거운 물에 삶아서 죽인다? 화분 흙 속에 묻는다?
시골에서는 흙 속에 깊이 파묻혀서 죽일 수 있지만 서울 아파트에서는 처리하기가 무척이나 지난하다.
음식물 쓰레기통에 넣어 버린다고 해도 애벌레가 꿈틀거리면서 비닐봉지 바깥으로 탈출할 게 뻔할 터.
시골에서는 늙은 호박 속에 그득히 차 있는 애벌레조차 큰 물통에 넣고는, 물 잔뜩 붓고는 비닐로 꽁꽁 싸맸다.
한 달 뒤에 뚜껑을 여니 애벌레가 이따금 죽었다.
그래도 믿을 수가 없어서 흙 구덩이를 깊게 판 뒤에 그 속에 붓고는 흙을 두툼하게 쌓아서 묻어버렸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니 흙 속에 묻어도 애벌레가 기어 나온다 하니 처치 곤란하다는 뜻.
나로서는 쳐다보는 것만으로 혐오스러운 애벌레를 집단으로 키워서 농장에서 식용과 약용으로 키우고, 식품공장에서 가공한 뒤 판매하는 상품에도 별로다.
그런데도 나는 국제식품박람회에서 구운 애벌레 몇 마리를 손가락으로 집어서 먹었다.
어떤 맛과 냄새, 식감이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으로 먹어봤지만 소량으로서는 어떻다고 평가할 수가 없었다.
다만 이색적인 식품산업으로 전환 육성하려는 의도가 그다지 희망적으로는 여겨지지 않았다.
예전, 시골에서 밤톨을 줍고는 밤 속을 갉아먹는 밤벌레를 생으로 씹어 먹은 적이 있는 나로서는 식품박람회에서 보는 벌레, 살짝 구운 애벌레쯤이야 먹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나는 시골 태생이기에 어린시절부터 작은 동물을 숱하게 보았고, 메뚜기 등도 구워서 먹어 본 적이 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는 그때보다 감성이 더욱 무딘 늙은이로 변했기에 애벌레쯤은 아무 것도 아니다.
이런 나와는 달리 도시에서 성장한 자식들은 애벌레 하나만 보아도 기겁하며 혐오스러워 한다.
애비인 내가 애벌레의 맛과 냄새까지도 알려고 일부러 먹었다는 사실을 알면?
아비를 야만인으로 여길 게다.
사실은 나도 벌레가 싫다.
나는 서울에 오면 이따금 성남 모란시장에 구경 간다.
중학교 친구가 실버농장 텃밭 3평을 무료로 얻었다며 새내기 농사를 짓기에 내가 구경삼아 갈 때마다 들르는 모란시장이다.
5일장인 모란시장에는 이색적인 상품이 나온다. 길이가 한 뺨도 될 것 같은 지네, 굼벵이, 말벌류, 누에 번데기, 지렁이, 사슴벌레(꽉지벌레) 등도 시선을 끈다. 누군가가 돈 주고 사기에 이런 벌레 상품이 늘 전시되는 것이겠지.
21세기 최첨단 과학시대인데도 왜 벌레를 키우는 산업이 새롭게 등장한 것일까?
근본적인 원인과 책임은 우리나라의 농업정책을 다루는 정부에 있다.
작물농사를 지어봤자 소득이 별로인 까닥에 무엇이라도 돈벌이를 강구해야 하는 농산촌 사람들의 막다른 선택일까?
더우기 금년 쌀값은 20년 전으로 하락하였단다. 해마다 지속적으로 하락한다.
일부 농민은 논농사, 밭농사 대신에 엉뚱한 벌레산업으로 전환해야 하는 현실이 무척이나 아쉽다.
'흔한 것이 가장 소중하다'는 소박한 심성을 지닌 나로서는 호박과실애벌레 육성산업이 무척이나 그렇다.
결코 바람직하지 않는 이색농업으로 여겨진다.
애벌레 맛?
생으로도 씹어 먹었던 늙은이, 나로서는 아직도 애벌레는 별로다.
첫댓글 벌레 라면, 내 근처를 지나기는것 만으로도
생기겁을 하여 발버둥을 치는 사람입니다.
어릴적 가까이에서 본 깨벌레는 꿈이 볼까 무섭습니다.
남편이 제가 전원생활을 못할꺼라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벌레때문이라고 공격합니다.
그걸로 가지 말자 하는데 곰내님 말 들으니 실감 나네요.
실지 앞으로 각종 벌레나 곤충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텐데
그걸 식용으로 개발 한다면, 일거 양득이 되지 않을까?
요즘 그런게 나오고 있기도 하던데
다만 벌레의 형상을 유지 한채로 먹으라 한다면,
굶어 죽어도 못 먹을것 같아요. 동결 건조 시켜서 분말로 만들어
쿠키나 빵 같은걸로 제품을 만든건 먹을것 같아요.
단 포장에 벌레그림은 사양
오늘은 4일, 9일에 서는 모란시장.
모란시장으로 구경간다는 계획은 접었습니다.
비가 내리기에. 모란시장은 재래시장. 서민들이 득실벅실거리는 삶의 현장이지요.
어리숙하고, 교양과 세련미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뒷골목길에서나 활개치는 그런 시장이지요.
징그러운 비암(뱀)도 팔고, 온갖 푸성귀들도 나오고,... 최첨단 도시 서울에서 살짝 벗어난 성남 모란시장이 오히려 정감이 가지요.
촌태생인 제가 비록 도회지로 전학가고, 서울에서 40년이 넘도록 살았어도 마음만큼은 시골사람인가 봅니다.
덜 세련된 어리숙하고 맹한 촌사람이기에 이런 잡글도 쓰나 보니다.
긴 댓글에 빙그레 웃으면서 꾸벅꾸벅 고개 숙입니다.
메뚜기 그리고 번데기 ㅎㅎ
그나마 익혀서 먹으니 그래도 이국사람들 눈에는
징그러울 듯 ㅎㅎ
이국사람들은 오히려 더욱 즐겨할 것 같은데요?
사실은 저도 별로이거든요. 철부지 악동시절에는 그랬지만 노년인 지금에는 동물보다는 식물이 훨씬 더 좋습니다.
시골 텃밭에 나는 흔한 풀(잡초)들이 더 구미를 당기거든요.
텃밭 30평에 호박을 심고는 방치했는데도 크고 작은 호박이 100통.
남한테 줘도.... 그거 내년 6월까지 나와 안식구가 다 먹어야 하남유? ㅠ.ㅠ
'흔한 것이 더 소중하다'는 심성으로 아무 거나 잘 먹습니다. 식물이라면.
언제 기회가 되면 구운 애벌레 사 드릴까요?
댓글 감사.
모란시장에 갈 계획은 틀렸네요. 비 내리는 월요일...
저희집에 호박이 여러덩이 있는데 그 속에 벌레가 살고 있을까봐 은근히 겁이 납니다
만약에 쪼갰을 때 벌레가 나오면
도시에서 처리하기도 난감하고
에휴~~~
귀뚜라미가 미래의 대체 식량으로 전망이 밝다지요
별로 내키지가 않습니다
전 그냥 굶을래요ㅎ
제가 남한테 늙은 호박을 선물하기를 꺼려하는 이유가 바로... 호박애벌레가 있을까 봐...
그런데도 때로는 나눠 드리지요.
일전 시사 때에는 대전에서 시골로 오신 분한테 다섯덩어리. 대천 사시는 분한테는 한 덩어리...
속으로는 찔끔 하지요.
베리꽃님은... 한번 후라이팬에 볶아 보세유. ㅋㅋㅋ.
에효 징그러
어찌 벌래를 보는것만으로도 징그러운데 그것을 먹어요
만약에 호박을 짜르다가 벌래가 나오면
무조건 수도가에 가서 뜨거운 물로 사워를 그리고는 모두 쓰레기 봉투에
죄송합니다. 징그러운 벌레 이야기를 글 써서.
하지만 시골에서 살자면 숱하게 많은 작은 동물을 보게 되지요.
저야 뭐 늘 습관이 되었기에.
댓글 감사.
커다란 늙은 호박 두덩이
잘 모셔두었는데
걱정되네요 벌레 튀어 나올까봐....
해마다 푹 삶아
꿀넣고 먹는데 올해는 잘 못할것같습니다 ㅎㅎ
앞으로
단백질 대체 식품으로
벌레가 또오르는 추세라지만~~~
잘보고갑니다 즐건날되세요~~**;
걱정 안 해도 될 겁니다.
시중에 나온 호박은 호박꽃이 피었을 경우 대체로 농약을 살짝 쳤을 겁니다.
저처럼 농약을 전혀 안 치는 건달농사꾼이 짓는 호박이 문제이겠지요.
늙은 호박 가운데 어쩌다 발견되기에 걱정 안 해도 될 겁니다.
많이 구해서(얻으면 더욱 좋고) 푹 고와서 드세요.
늙은 호박은 건강에 참으로 좋다고 합니다. '흔한 것이 가장 소중하다'는 말처럼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식품이 우리 몸건강 마음건강에 좋지요.
댓글 고맙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설사하니 굼뱅이 등 곤충산업이 쬐금 활성화된다고 해서, 사람과 가장 친한, 어쩌면 가족같은 반려견에 비하겠어요?
염려는 뚝 그치고는 더욱 애견사업에 힘 쓰세요.
저, 사실은 비위가 무척이나 약합니다.
제가 잘 구운 벌레를 몇 점 집어먹은 이유는 벌레의 맛, 냄새, 씹는 질감, 목구멍으로 삼키는 느낌 등을 알려고 먹어본 것이지요.
그런데... 아직은 아니네요.
먹을 것이 넘쳐나는 세상에 징그러운 벌레가지 먹어야 하는지는 극히 의문입니다.
저는 개는 이제는 키우지 않습니다.
정이 들면, 그 정을 뗀다는 것이 엄청나게 힘이 들데요.
이쁜이(개 이름)가 노쇠하여 죽어서.. 감나무 밑에 묻던 날 정말로 슬프대요.
늙은 엄니도 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