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새바람같이는
이영광
나는 다시 넝마를 두르고 앉아 생각하네
당신과 함께 있으면, 내가 좋아지던 시절이 있었네
내겐 지금 높새바람같이는
잘 걷지 못하는 몸이 하나 있고,
높새바람같이는 살아지지 않는 마음이 하나 있고
문질러도 피 흐르지 않는 생이 하나 있네
이것은 재가 되어가는 파국의 용사들
여전히 전장에 버려진 짐승 같은 진심들
당신은 끝내 치유되지 않고
내 안에서 꼿꼿이 죽어가지만,
나는 다시 넝마를 두르고 앉아 생각하네
당신과 함께라면 내가, 자꾸 좋아지던 시절이 있었네
-시집 『아픈 천국』( 창비, 2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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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노트에 필사한 시가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팔구백 여 편은 되는 것 같다.
기억력이 가물거려서 베낀 거 다시 베낀 것 또한 여러 편 있을거다
그 중에서 두 번 필사한 높새바람같이는
참으로 가슴에 와 닿는 시
물론 이영광 시인의 시를 다 좋아하지만...
높새바람
그 바람 때문에 농작물이 말라 농민들의 애를 태우기도 한다는데
높새바람같은
그 바람 때문에
애가 마르던 한 시절이 누구에게나 있었거나
그 시절을 겪는 중일 수도 있겠다
다시 넝마를 두르고 싶다는 것은
애타던 그 시절이 다시 그립다는 뜻일테고
그 시절을 생각하면
낡아서 해진 옷을 두르고서라도
행복했던 한 시절을 눈앞으로 불러들이고 싶은 마음일게다
그 어떤 방법으로도 계산이 안되는
그 어떤 물질로써도 살 수가 없는
당신과 함께라면 내가,
자꾸 좋아지던 시절이 있었네
노랫말처럼 자꾸 흥얼거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첫댓글 당신과 함께라면 내가, 자꾸 좋아지던 시절이 있었네. 내가 좋아지던 시절..... 그리움이 연둣빛이네요^^
모든 그리움들이
나무에게로 갔나봐요
연둣빛 물을 길러올리는 중...
그 누구와 함께라면 무엇이라도 되어도 좋은 !
함께라면 내가,좋아지던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