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일자리 역습… “구글, 3만명 광고판매 조직 구조조정 추진”
유튜브 광고 등에 AI 의존도 커져
언론사 NYT도 “AI 업무적용 실험”
AI 등장에 화이트칼라 수난 예고
“대체 어려운 블루칼라 각광” 전망도
인공지능(AI)이 화이트칼라(사무직) 일자리를 더 빠르게 대체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구글은 AI 도입에 따라 광고 판매 조직의 직원 3만여 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 돌풍과 함께 예고됐던 화이트칼라 수난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더인포메이션은 한 소식통을 인용해 “구글의 북미 대기업 광고 영업 부문 수장 숀 다우니 총괄이 얼마 전 회의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대기업 고객 영업 부서 직원 재배치 등 감원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 화이트칼라 수난 시대 오나
구글 매출을 책임지는 핵심 부서의 광고 판매 조직이 구조조정을 하는 배경은 AI 도입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색엔진과 유튜브 등에 붙는 광고 판매의 AI 의존도가 커지면서 기존 판매 직원을 재배치하거나 줄일 필요성이 생겼다는 의미다. 구글은 2021년 개발한 AI 기반 광고 플랫폼 ‘퍼포먼스 맥스(PMax)’에 올 5월 생성형 AI 기능을 탑재했다.
이미 메타, 아마존 같은 빅테크들은 지난해 말부터 경영·사무직군 인력을 크게 줄인 바 있다. 올 초 구글도 설립 이후 가장 많은 1만20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전체 임직원의 6%에 해당한다. 당시 고금리 상황에서 비용을 절감할 뿐만 아니라 AI 자동화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로 풀이됐다.
미국에서는 AI 친화적인 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금융, 유통 기업에 이어 최근에는 언론사 뉴욕타임스(NYT)도 AI의 업무 적용 가능성을 실험하겠다고 밝히면서 화이트칼라 직군 자리를 위협하는 상황이 더욱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성형 AI는 보고서 작성은 물론이고 그래픽디자인, 소프트웨어 코드 개발같이 사람 머리로 하던 일을 점점 잠식해 나가고 있다. 지난달 미 구인 플랫폼 레주메빌더가 이미 AI를 도입했거나 도입 계획이 있는 750개 기업 임원들에게 ‘2024년 AI 도입에 따른 감원 가능성’을 묻자 44%가 “감원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세계 2위 자산운용사 뱅가드그룹 모티머 버클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생성형 AI를 도입해 보니 상당수 인지 작업이 (인간의) 일상적인 수준임을 발견했다”며 “많은 사람들은 인지 작업이 갑자기 자동화되는 혁명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CEO도 올 5월 “전체 직원의 약 30%에 이르는 8000개 일자리를 5년 안에 AI로 대체할 계획”이라며 “주로 인사(HR) 부문 경영 지원 기능이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 AI 덕에 뜨는 블루칼라
화이트칼라의 수난과 더불어 AI로 대체하기 어려운 블루칼라(생산직 육체노동) 직종이 각광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20세기 말 디지털 혁명으로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대학 졸업자 수요가 급증하며 이들과 고졸 블루칼라 직군의 임금 격차가 커졌다. 하지만 혁명이 한계에 이른 2015년 무렵부터 다시 좁혀지고 있다”며 “로봇 투입 전까지는 생성형 AI 도입으로 육체노동이나 정서적 보육 같은 직종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AI가 일부 직업은 대체하겠지만 생성형 AI에 명령을 내리는 ‘AI 프롬프터’ 같은 새로운 직업이 급증할 수 있다는 낙관론도 나온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AI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미국 900여 직종 가운데 3분의 2가 AI(도입)에 따른 자동화에 노출돼 있지만 해고보다는 (AI) 보완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역사적으로 자동화가 대체한 일자리는 생산성 급증에 따른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상쇄돼 왔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오늘날 근로자 60%가 1940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