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나서기 두렵다” 잇단 흉악범죄… 2만명 피로 물든 중동전쟁
[동아일보 선정 2023 10대 뉴스]
국내
[1] 사회 불안 떨게 한 무차별 흉악범죄
“천국에선…” 신림역 희생자 추모 메시지 올 7, 8월 수도권 곳곳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흉악 범죄가 이어져 사회가 불안에 떨었다. 7월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골목에서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른 조선의 범행으로 숨진 희생자 추모 공간에 시민들이 포스트잇과 꽃을 가져다 둔 모습. 박형기 기자
올여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흉악 범죄가 이어지면서 사회가 불안에 떨었다. 7월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골목에서 흉기를 휘두른 조선(33)은 1명을 살해하고 3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8월 초에는 최원종(22)이 경기 성남시 서현역 인근에서 흉기와 차량 난동을 벌여 2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경찰은 사상 처음으로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했고 특공대와 장갑차를 시내에 배치했다. 온라인에 ‘살인 예고글’을 게시한 혐의로 200명 넘게 검거하기도 했다.
[2] 839일 만에 굿바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였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1월 30일 의료기관과 대중교통 등 일부를 제외하고 해제됐다. 2020년 10월 13일 전국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이후 839일 만이다. 3월부터는 대중교통 내부, 6월부턴 동네 병원과 약국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고, 코로나19 확진자의 격리 의무도 사라졌다. 큰 병원과 요양원 등 감염 취약 시설에선 아직 마스크를 써야 한다.
[3] 새만금 잼버리 파행… 정치권은 네 탓 책임 공방
잼버리 조기 퇴영하는 해외 대원들.
올 8월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세계 각국에서 약 4만3000명이 모인 메가 이벤트였지만 준비 부족으로 초반부터 파행 운영됐다. 미흡한 폭염 대책과 화장실 등 인프라 부족, 위생 불량이 겹쳐 쓰러지는 청소년들이 속출하자 국내외의 비판이 쏟아졌다. 미국 영국 등 일부 대표단이 조기 퇴영했고 태풍까지 겹치면서 결국 전원 철수가 결정됐다. 정치권은 이후 부실 운영 책임을 놓고 네 탓 공방을 이어갔다.
[4] 전세사기 전국 확산… 특별법에도 피해 이어져
지난해 말 불거진 전세사기가 올해 전국적으로 본격 확산됐다. 전세사기로 목숨을 잃는 사람까지 잇따르자 정부는 전세사기 특별법을 마련해 올해 6월 시행했다. 정부가 인정한 피해자 수는 현재 1만256명. 새로운 피해가 이어지는 데다 피해자로 인정돼도 경매 등 긴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해 내년까지 여파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은 특별법을 고쳐 피해자 인정 요건을 완화하고 사각지대를 해소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5] 누리호 3차 발사… 10번째 자력 위성 발사국
위성 싣고 발사되는 누리호.
5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의 3차 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한국은 자력으로 실용위성을 쏘아올린 세계 10번째 나라가 됐다. 향후 누리호 상용화를 추진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 시험 평가, 발사의 전 과정에 참여했다. 우주산업 주체가 정부에서 민간으로 넘어가는 신호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누리호에 실린 차세대 소형위성 2호는 지금까지 지구를 3000바퀴 넘게 돌며 백두산, 울릉도 등의 지형을 촬영했다.
[6] 부산 엑스포 유치 좌절… 대통령 사과까지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재계 총수 등 민관(民官)이 범정부적 역량을 총동원했던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가 끝내 좌절됐다. 유치위원회가 500여 일간 지구 495바퀴를 도는 전방위적 교섭을 벌였지만 11월 2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표결 1차 투표에서 119표를 얻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가 개최지로 선정됐다. 부산은 29표였다. 윤 대통령은 긴급 대국민 담화를 열어 “이 모든 것은 전부 저의 부족”이라며 머리를 숙였다.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는 취임 후 사실상 처음이었다.
[7] 전방위 물가 급등… ‘빵 과장’ 등 담당 공무원 부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발(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방위적으로 물가 급등세가 이어졌다. 올 10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8%로 미국(3.2%)을 앞지르면서, 11년 만에 ‘라면 사무관’, ‘빵 과장’ 등 품목별 물가 담당 공무원이 부활했다. 가격은 그대로 두고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가격 인상을 일컫는 ‘스트림플레이션’ 등이 일상 용어가 됐다.
[8] 킬러문항 없애자 준킬러, 역대급 ‘불수능’
6월 윤석열 대통령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킬러(초고난도) 문항’ 배제 지시는 대대적인 ‘사교육 카르텔’ 조사로 이어졌다. 킬러 문항 대비를 명목으로 수험생을 유치해온 사교육 업체 및 일타강사에 대한 세무 조사와 경찰 수사가 진행됐다. 11월 수능은 ‘킬러 문항이 없었다’는 정부 발표와 달리, 역대급 ‘불수능’으로 치러져 ‘준(準)킬러 문항’ 논란을 낳았다.
[9] 연예인부터 학원가까지 전국에 퍼진 마약
올해 언론에는 마약 관련 보도가 연중 이어졌다. 2월 배우 유아인의 마약류 상습 투약 의혹이 불거졌고, 4월엔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필로폰이 들어 있는 ‘마약 음료’를 청소년들에게 나눠 주고 부모를 협박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8월에는 현직 경찰관이 집단 마약 투약 현장에서 추락사하는 일까지 생겼다. 마약류 관련 범죄는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해 올 11월까지 검거 인원이 역대 최다인 1만7152명으로 전년 대비 38.5% 증가했다.
[10] ‘극한호우’로 잠긴 오송지하차도서 14명 참변
오송지하차도 안에서 침수된 대형버스.
올해 지구가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가운데 한반도는 봄철 남부지방 가뭄, 겨울철 이상고온 등 각종 이상 기후를 겪었다. 특히 여름에는 극한호우로 다수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7월 15일 충북 청주에 하루 256.8mm의 비가 내렸다.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물에 잠겨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운전자 등 14명이 숨졌다. ‘100년 빈도 강수량’ 기준으로 쌓은 미호강 제방이 붕괴되면서 지하차도가 침수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