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후회 안해?"
"무슨 후회?"
아난케(크리스)의 무심한 목소리가 에리스에겐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아니크를 그렇게 대하고 쫓아버리듯이 보내놓고선 아무것도 켕기는 거라곤 없는 듯 했다.
아니, 오히려 켕기는 것이 있다는 행동이라기보다는 그저 무덤덤할 뿐이었다. 에리스는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에드링 형이 뭐라고 할 걸? 함부로 보냈다고. 아... 물론 형에겐 리아 누나가 있긴 하다만...
아, 아니 샤이 형이 더 뭐라고 할거야...! 그, 그러니까... 어쨌든 임의로..."
"횡설수설할 거면 아예 이야기를 하지 마. 그리고 질질 짜는 거 마음에 안들어."
"왜에? 형 말대로라면 많은 유희를 다니면서 그런 죽음이나 눈물을 봤는 거 아냐?
올때마다 자기가 운명의 신이라고 나한테 아주 떠벌떠벌거리면서 이태껏 유희다닌 걸 이야기 하더니만.
그러고 보니까 요즘은 이야기를 안하네?"
"너한텐 말이 안통하니까. 그리고 지금의 유희는 굉장히 벅차다구."
아난케는 어느새 종이조각들을 뒤적이면서 뭔가를 찾는 듯 했다. 에리스는 의자에 앉아 그가 하는 행동을 봤다.
어떻게든 마음이 안든다는 듯한 표정이 절실했다. 이게 '유희'라니! 이건 어쩌면 자신의 영역까지도 영향을 끼칠 일이다.
그야말로 차원의 운명이 왔다갔다 하는 일인데 저렇게 태연자약한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만약 샤이 형이 천사가 되지 않고 죽으면 어떻게 할 거야?"
멈칫. 에리스는 순간 아난케의 손이 멈칫거리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이내 손은 빠르게 놀려졌다.
"어쩌긴. 그 녀석의 일이야."
"치이..."
"형 놀리지 마."
"알았어. 정말 헤이어 형만 아님 형같은 사람은 안 만났을 텐데."
"네 사촌 형 이야기는 그만 해라. 늘 웃음이나 흘리며 다니는 녀석 아무래도 마음에 안든단 말야.
그 녀석이 없으니까 이야기하건데, 늘 헤실헤실 웃고 다니는 것이 샤이를 닮아서 불안하다.
녀석 만나거들랑 그런 성격이나 고치라고 해라. 좀 여유만 부린다는 것이 다르긴 하지만,
샤이의 운명을 닮아갈까봐 두렵다고 좀 솔직담백하게 과장없이 이야기하라고."
아난케는 아무런 어조없이 말했고 에리스는 피식 웃었다.
"훗... 그 레퍼토리는 언제 바꿀꺼야? 헤이어 형 이야기만 나오면 맨날 그 이야기잖아."
"헤이어가 좀 잘 웃어야 하는 말이지."
에리스는 깔깔 웃었다. 그의 말이 무엇이든 너무 재밌다는 듯한 웃음이었다.
아난케는 기분이 나쁘다는 듯 에리스를 힐긋- 쳐다보다가 한숨을 쉬고는 한 주머니를 꺼냈다.
그리고는 에리스의 손 위에 올려놓았다. 에리스는 의아한 표정으로 주머니를 열다가 흠칫 놀랐다.
"이, 이건..."
그의 손가락에 집혀져 나온 건 남색의 가느다란 머리카락이었다. 그 정체를 안 에리스는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아난케는 그저 재밌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그를 보았다. 에리스는 그럴리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의 부정은 아난케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한순간에 멈쳐지고 말았다.
"그래. 티어의 머리카락이다."
"혀, 형이 이런 짓을...?"
"모두에겐 비밀이다."
아난케는 피식 웃으면서 주머니를 낚아채서 자신의 품속으로 넣었다. 에리스의 안색은 파래져 있었다.
그의 손은 바르르 떨고 있었다. 아난케는 그런 그의 표정을 즐기듯이 보고 있었다.
"형...! 그 행위가 얼마나 위험한 건지 형이 더 잘 알잖아! 차원의 터널에 그런 걸 넣었다니...!"
"이 몸이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 거야. 걱정을 마라."
"설마 그 생각이 명계를 없애버리겠다는 생각은...?"
"한번 예상해봐."
에리스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를 보았고, 아난케는 피시식 웃다가 에리스의 이마를 손가락을 쿡 찔렀다.
"그리고... 에리스..."
"어...?"
에리스는 잠시 아난케의 손가락에 시선을 집중시키다가 그의 말에 대답했다.
"헤이어... 네 사촌형한테 안부 전해라."
"어? 아, 알았어..."
에리스는 의아해진 듯 아난케를 보았고, 아난케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면서 종이조각들을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다.
.
늘 같은 풍경, 늘 같은 하늘, 늘 같은 공기, 늘 같은 얼굴들... 그리고 늘 똑같은, 똑같은, 똑같은!! 기분!
정말 싫다. 근 200여년간을 여기서 차원의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지내왔다.
차원의 문-. 아주 금기시 되는 문이자, 미지의 문이다.
인간이든, 마족이든, 엘프든, 어쨌든 그 종족의 종류를 떠나서 누구든 탐내고 알고싶어하는 문이다.
그런 문이자, 그리고 절대로 보통 녀석들이 열어서는 안되는 금기시 되는 문이기도 하다.
차원의 터널이란 길고도 아름다운 보랏빛의 터널은 이 차원과 차원, 세계와 세계를 연결하고 있다.
어쩌다 재수가 없어 잘못빠지만 아주 듣도보도 못한 신생 차원이나, 신생 세계에 빠지는 불상사가 생긴다.
아니만 그 반대로 아주 아름답거나 평소 자신이 이상향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세계에 빠지는 행운이 생기기도 한다.
아주 가끔씩 멍청한 명계의 관리 녀석들의 의해 영혼이 뒤밖여서 다시 돌아가서
차원을 넘어, 차원의 비밀을 아는 사람도 생긴다. 그리고 어쩌다가 다른 세계의 인연의 줄이 있어 넘어 아는 사람도 생긴다.
영혼의 법칙이란 매우 무궁무진한 지라 그런 일은 아주 가끔씩이지만 심심찮게 일어나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대개 그 세계에서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는 대단한 존재가 되곤 한다.
그리고 영혼의 배열을 잘못 정리하거나 인연줄인 운명의 줄을 잘못 배열해서 영혼이 제자리를 찾아갈 쯤이면,
그렇게 만든 장본인인 명계의 고위 관리들이나 천계나 마계의 중간이 세계에서 맡는 녀석들은 벌을 받곤 했다.
물론 가끔씩 면죄받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개 1000년 근신형이라는 아주 가벼운(?) 벌을 받는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제자리를 찾거나 새로운 세계에서 정착해서 살아가는 영혼들은 대개 웃기는 반응들이 보이곤 했다.
대개 다시 돌아가려고 하거나 잊지 못해서 향수에 걸리거나 하는 웃기지도 않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으레 그들은 그것을 포기하고 잘 먹고 잘 살고, 자신들의 종족보다는 몇십배는 더 오래살게 된다.
...재밌는 일이다. 그들의 일은. 누구라도 보면 부러울 만큼 아주 대단한 행운을 받는 것이다.
그리고 재밌고, 늘 다른 하늘을 보고, 늘 다른 풍경을 보고 늘 다른 기분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행복한 거다. 행운인 거다. 젠장... 난 지금 그들이 부러운 거다.
난 게이트 오플러, 커뮤리엄 스키나 티어라고 불리는 이 타임이란 도시의 수장이다.
200년을 오늘로 채우는 것이다. 얼마나 지겨웠는가! 그런 관리인들의 사정을 듣고 문을 열어주고 닫아주고...
제길, 제길, 제에길..!! 어느새 내 고귀하신(내 수하들이 그런다.) 입에선 이런 말들이 사정없이 나오는 것이다.
게이트 오플러라면 그들보다 더 기회가 많은 셈인데 왜 난 이런 답답한 높은 탑에 있어야 하는 가 말이다.
사실 게이트 오플러인 나에겐 엄청나게 큰 약점이 있었다. 지금 머무는 이 탑에서 조금이라도 나오면 난 죽는다는 거.
그게 어느 형태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하룻동안만 잘 살다가 갑자기 죽는다는 것이다!!
내 조상들도 그랬고, 그리고 그 얼어죽을 피는 나에게도 물려져 내려왔던 것이다. 하나도 고.마.운. 일.은. 아.니.지.만.
"아으씨! 누가 게이트 오플러 되고 싶댔나? 진짜 싫어어어!"
"여전히 티어는 밝구나."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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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너무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이제야 올리는 군요.(...)
그나저나 이번의 시점은 커뮤리엄의 시점입니다.
차원의 터널에 대한 설명을 읽으실 때 웬지 공감도 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요...
하하..;어쨌든 좋은 하루 되세요^^
어쨌든 지금 스토리 진행상 과거의 이야기가 많이 나올 거에요^^
과거의 이야기라고 해서 그저 흘려버릴 생각은 없네요^^ 잘 읽어주세요^^
첫댓글 꺄아★안녕하세요^^ 저 잠수탔는데 아실지..ㅠ_ㅠ 지금한꺼번에 몰아서보니까 이해가 빨리빨리돼는게..-_- 신기하다고해야하나..-_+;; 티어의 과거라면... 티어도 얽히고 섞이고 비비고 볶고(-_-) 한 과거가 있나 보네요(하하) 지금 등장한 티어는 리우와성격은 비스므리 한것같은데..-_-;왜지?더 똑똑할것같은 느낌은..-_-
(그냥 넘어가 주시고.;)헤이어가 누군지 절실하게 알고싶은순간...-_- 끄윽 이편으로 인해 궁금증이 더욱더 확산돼어....돼어....ㅠ_ㅠ....그니까 제 꼬릿말의 결론은 오랜만에 차원보니까 너무너무재밌다♡란 겁니다..(뭐냐-_-)그럼 아리스님. 수고하세요(__)(--)♥(아참. 감기조심하세요ㅠ_ㅠ 끄윽-)
얼라야놀자님!! 오랜만이에요!! 반가워요+ㅁ+ 제가 님을 어떻게 잊겠습니까!! 요즘 얼라야놀자님이 안남겨주셔서 이분도 무슨 일이 있나 걱정을 했는데... 하하... 이해가 빨리 빨리 된다니까 너무 다행이네요~♥<-썩은 하트..; 쿨럭... 뭐 어쨌든 리우와 성격이 비스므리 한건 사실이랍니다^^ 어쩌면 똑똑할 수도 있구
말이죠^^♡ 이번 편은 헤이어를 궁금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ㅎㅎ... 어쨌든 님이 그런말 하시니까 제가 너무 행복하잖아요^^! 님이 부르는 제 애칭...ㅎㅎ 듣기 좋습니다요^^ 어쨌든 놀자님도 감기 조심하시고요, 좋은 하루 되시길...^^
재밌어요 ㅎ 아난케가 무슨 생각인지 .. 정말 모르겠네요 ㅋㅋ 티어가 .. 이런 성격인 줄은 .. 리우랑 비슷 ~?ㅋㅋ
^^커뮤리엄은 이쁘장하게 생겼지만 성격은 하하..; 좀 그렇죠?(퍽) 하하... 어쨌든 아난케가 무슨 생각을 했는 지 알아맞춰 봅시다~-ㅁ-;;
아난케가 무슨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갑자기 머리카락을 터널에 뿌리다니. 하아. 필연이란게 진짜 필연이라도 만들려고 그러나? 아니면 이 머리카락으로 하여금 수장을 우리 리우가 있는 곳으로 날리는 걸까요? 예상하는게 너무나 재미있네요~
아난케가 무슨 생각이 있는진 아직은 아무도 모르죠. 머리카락을 뿌린 사건은 전에 있어서 터널이 뒤틀려 버린 사건을 지칭하는 겁니다. 어쨌든 어떻게 할까요? 이 녀석은 알 수 없어서 말이죠^^ 어쨌든 리플 감사합니다^^
왜 '헤이어'라는 이름이 낯익은 거죠? 리스님 설명 좀 해 주세요~ 근데 아난케를 좀 잘 못쓰시는 듯 싶어요 아니, 지금의 아난케는 크리스가 아니어서 그런 건가요? 크리스는 좀 괴짜스러운 면도 있고 상상불허를 예측케 만드는 요상한 인물이었는데 아난케가 되어버린 그는 무뚝뚝해진것 같아요 원래 운명의 아이의 의미심
장한 성격도, 명계토박이 크리스의 괴짜스러운 장난끼 많은 성격도 아닌.. 저는 처음에 대천사가 샤이들의 편인 줄 알았는데 그녀석 알면 알 수록 가식적으로 보이고 가증스러워 보이고 다크와 아니, 카이와 힘을 모아 처단을 해 버렸으면 좋겠는데.. 역시 티어의 머리카락은 아난케가 넣은 거군요 지금에 와서 생각하는 거
지만요 리스님은 항상 제가 궁금하다고 꼬릿말에서 노래를 불렀던 궁금증들을 대게 다음 편 내용이나 뭐 그 다음 편 쯤에서 글로 밝혀주곤 하셔요 후후, 한마디로 흥미진진? 아니면 궁금핵결? 요즘 개구리중사 케로로를 열심히 보는데 (진짜 코믹) 거기서 모아가 항상 네글자로 말하는 걸 한 번 해 보고 팠어요; 건필하세요
리스님, 제가 감상방에다가 리스님께 감상밥 차려놨어요 혹시 못 보실까 꼬릿말 남겨요
헤이어란 이름은 이미 전에도 언급이 되었습니다^^ 에리스가 아난케한테 사촌 형인 헤이어 형만 아니었으면 만나지 않았을 거라고 말이죠! 어쩌면 그것 때문에 그럴 수 있고... 아!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라고 아시려나? 거기에 H가 들어가는 건 뭐가 있나 그런 게임을 할때 헤이어라는 이름이 나왔다고 전 기억하고 있거
든요... 아마도 그 영향도 있을 듯^^ 그리고 아난케가 이렇게 무뚝뚝해진건 조금 화가난 거죠. 하하.. 하지만 곧 괴짜스러운 사랑스러운(?) 우리들의 크리스로 돌아올 거에요!♡ 하하..; 조금 업되었군요..; 어쨌든 대천사를 알면 알수록 점점 화가나게 되어버리죠.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고 밑에 녀석들이 아무렇지
않게 해하려는 것만 봐도 그렇죠. 언젠가는 카이도 누명을 벗고 그들과 함께^^ 그날이 오긴 좀 힘들겠지만 후후... 그러는게 속 시원하고 좋죠. 어쨌든 아난케가 무슨 생각이 있는진 지금 아무도 모릅니다. 어쩌면 아난케의 여동생인 피케와 아버지인 데스티니까지도 모를 수도 있죠. 하하..; 그런데 님은 알아차리셨군요.
리플에 달려있는 궁금증을 곧장 풀어낸단걸...; 리플들은 저에게 있어서 좀 중요하답니다. 쓸때 제가 잊었던 부분을 곧장 기억시켜주는 역할을 하니까요. 그리고 궁금증이 생기면 제가 깔아뒀던 복선이 생각이 나서 후후... 그래서 전 오히려 님들에게 더 감사를 드린답니다.^^ 어쨌든 흥미진진하다니까 저도 기분이 좋네요
하하^^ 모아 말하는거 재밌죠. 케로로도 굉장히 웃기고요^^ 큭큭... 전 노란 녀석이 재밌던데요? 노란 녀석이 은근히 아난케와 통하는 것도 있는 것 같구... 둘 붙여놓으면 아마 최강의 팀이 되지 않을까요! 이제 불상사를 당하는 건 아마도 샤이쯤?^^ 멋지다(퍽!) 뭐 어쨌든 감상밥을 올려놓으셨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모르게 더 써버렸네요^^ 어쨌든 감사히 받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