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옛 동대문운동장자리에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일반에게 공개되는 날 입니다.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이자 세계 디자인의 관문으로 야심찬 출발을 하는 날 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월이 흐르다 보면 만물이 변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 뭐라 할 수는 없지만 동대문운동장에 대한 추억들이 소록소록 피어나는 것은 적지않는 삶을 산 나에게는 어쩔수 없는 일이겠지요.
청소년기에 TV에서나 보던 축구,야구를 동대문운동장에서 처음 접한 것은 군입대를 얼마 앞둔 1974년 11월입니다. 군입대를 앞두고 무료히 시간을 보내던 나는 당시 종합축구선수권대회가 열리던 동대문운동장으로 거의 매일 향하였고 차범근, 황재만, 최종덕,허정무,조광래,김희태 등 또래들이 공차는 모습을 보면서 축구에 매료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군제대 후 효창운동장과 동대문운동장은 나의 여가시간을 소비하는 중요한 곳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교통이 불편하엿던 효창보다는 고교,대학,실업축구의 준결승전이상을 소화하든 동대문운동장을 많이 찾았습니다. 80년대들어 프로축구가 시작되고 대우로얄즈의 광팬이었던 나도 자연히 동대문운동장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운동장에서 많은 사람들도 사귀게 되었고 경기가 있는 저녁에는 소주와 안주를 한봉지씩 사가지가 가서는 스탠드 상단에서 술판을 벌리고 축구를 보며 회포를 풀고는 하였습니다. 일화축구단이 창단되고 서울에 유공, 럭키금성, 일화 3팀이 공동으로 홈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방문의 빈도는 더 심하여 졌습니다. 당시 3팀의 연간회원권(10회입장권)을 구입하였으니 연 30회이상을 다녀왔다고 보면 될것입니다. 그러다 90년 중반 한팀씩 지방연고지로 떠나면서 이미 광팬이 되어 있던 나도 목동이나 안양으로 나들이의 장소를 옮기게 되고 동대문운동장은 서서히 나의 기억속에서 사라져 갔습니다. 2002년 월드컵을 개최하면서 상암에 축구전용구장이 생겼고 동대문운동장은 서서히 그 명성을 잃어 갔으며 급기야는 풍물시장으로 변하였고 이제는 역사속으로 이름을 넘기고 말았습니다.
기억에 남는 경기를 열거하여 보면
1. 1970년대 말 대통령배축구 준결승전 마산공고와 신흥실고와의 경기에서 당시 마산공고 2학년 미들필드가 혼자 3골을 넣으면서 관중들을 놀라게 하였습니다. 그 이름 이흥실.
2. 80년 518 민주항쟁 며칠 전 비 오던 날 오후 대통령배 전국축구선수권대회 결승전. 연세대와 충의(현 상무)와의 결승전에서 연세대의 정해원이 센터써클에서 부터 단독으로 치고 들어가서 5명을 제치고 골 넣었던 모습.
3. 1990년 월드컵 1차예선 마지막경기 말레이지아전. 토요일 더운날씨에 만원관중 때문에 성화대 밑에서 그날따라 부진한 조민국이를 욕하면서 관람했는데 우리 뒤에 조민국선수의 작은 아버지가 있는걸 알고 많이 당황하였었고 후반게임이 안풀려서 당시 유행하던 가요 미스고를 관중들이 합창을 하자 이태호선수를 투입시켜주던 이회택감독의 쎈스
4. 1991년 프로축구 대우와 일화의 경기에서 페날티에리어 모서리에서 작렬하엿던 김주성의 발리슛.
5. 1995년인가 우크라이나와의 국대평가전에서 김도훈선수가 페날티에리어 정중앙에서 18m 오버헤드킥 골.
역사속으로 사라져 가는 동대문운동장에 관한 추억은 저만의 것이 아닙니다. 스포츠를 사랑하고 즐기는 모든이의 것입니다.
아래사진은 87년 아내와 큰아들과 함께 간 동대문운동장 모습입니다. -동대문운동장을 보내며 오래된 축구광이 . . .
사족: 삶의 무게에 상암에도 1년에 몇회정도만 관람하는 처지지만 프로축구의 침체기가 너무 길지않나 생각합니다. 원하건데 서울 잠실에 프로축구팀이 1개 더 생기고 부산현산 홈구장을 구덕경기장으로 옮겼으면 합니다. 찬란하였던 대우로얄즈의시절이 다시 오기를 기다려봅니다. 그런 마음에서 23일 일요일 상암으로 가 보렵니다. |
출처: 맑고 향기로운 원문보기 글쓴이: 바다
첫댓글 저도 5번은 티비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
저는 슈퍼리그 개막전 경품추첨에서 제일먼저 호명 되었을때....1등이 오토바이였는데....꼴지라서 사인볼... 확률상으로는 내가 오토바이 받아야되는데...동대문 운동장 그립습니다....
5번 김도훈의 우크라이나전 오버헤드킥 골은 94년입니다.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앞두고 평가전가졌던 걸로 기억합니다~
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 끝나고 이듬해 가을로 알고 있습니다.
그 당시 황선홍선수가 슬럼프였고 김도훈선수가 군복무중이였어며
붉은악마가 100명가량 처음 등장한 게임입니다.
그날 붉은 악마를 보고는 쟤네들은 무엇하는 애들이지 하고 궁금해 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
@바다 저도 요즘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아서 한 번 찾아봤는데
94.09.11 1-0승 홍명보
94.09.13 2-0승 황선홍, 김도훈
이네요~ㅎㅎ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전이 맞습니다.
@캐논슛팅 예 감사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하하하
연배가 있으시니 질문 한가지만.....대통령배국제축구대회란것이 70년대엔 park's컵이라 불리운게 맞나요? 왕도 아니고 대통령인데 저런게 정말 있었는지 궁금해서요
네 박스컵이라고 했습니다.....
대통령배-박스컵-대통령배
그 당시 추억이 아련히 떠오르네요,,
유공 코끼리 축구단이 1년이면 한두번 평택에도 내려 왔었는데,,
경기 열리는 날이면 공설 운동장 주변엔 먹거리 풍물시장이 열리고 흡사 잔칫날과 같은 풍경이 연출되곤 했습니다.
놀이 문화가 시원찮았던 그시절엔 대단한 행사이곤 했지요.
동대문 운동장과 더불어 그 시절 축구는 또다른 쎈치한 문화가 있었어요.그립네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맞습니다.평택에는 가지 못하였는데 TV중계는 보았습니다.
천안 오룡경기장은 두번인가 일화게임 보러 갔었습니다.
왠지 문체가 예전 하이텔 축동에서 뵙던 글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따뜻한 글 잘 봤습니다. 고맙습니다.
전 화랑과 청룡이 생각나요 ㅎ
화랑엔 허정무, 청룡엔 김종부 어렴풋이 기억나내요
청룡이 아니고 충무 아니었나요? 나는 왜 충무로 기억하고 있는거지?? 아~~ 이럴때 나이를 먹는구나~~ 하고 느낌 ㅠㅠ
@독도 화랑과 충무가 맞습니다~
오랜만에 연륜이 묻어나는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잘봤습니다.
개인적으로 동대문 운동장 철거는 근현대 스포츠 역사상 가장 기념비적인 상징물을 없앤 멍청한 짓이라 생각합니다! 왜 우리는 무조건 새것만 찾을까요.... ㅠ_ㅠ 아무튼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82년 고려대 연세대 축구정기전이 마지막으로 동대문에서.... 당시 이태호선수의 프리킥으로 고려대가 승리..안타까운 일은 당시연세대 총감독이셨던 주영광 mbc해설위원 선생님께서 그 충격으로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일이 기억납니다..82년 고려대 멤버는 단일팀으로는 지금까지 통털어 최다 국가대표보유 팀으로 기억합니다..김석원 이길룡 이상룡 김창효 정종수 정용환 조긍연 이학종 박양하 함현기 조민국 이태호등 스타팅멤버 콜키퍼 김현태 제외하고 모두 전,현 국가대표...다음해 김종부 신연호 노수진등 입학..정말 후덜덜한 멤버였죠...
그런 것 같습니다. 그 당시에는 국대에 연고대선수가(그 당시에는 국대선수가 18명 선발하였음)1/3은 되었지요.
한국의 웸블리 동대문운동장을 없앤건 희대의 뻘짓입니다.
동감입니다.
근데 이흥실은 80년대 아닌가유? 글구 김종부는 화랑/충무 시대가 아닌디...ㅠㅠ
이흥실감독은 61년생이니 79년 마산공고 맞는 것같고 김종부는 화랑충무세대는 아니죠...
@길음동 그해 마산공고는 결승에서 변병주,박경훈등이 있던 대구청구고교에 져서 준우승하였는데
대회 최우수선수상은 이흥실선수가 받은걸로 기억합니다. ^_^
@바다 그때 제 모교(부산동래고)도 전국 강팀중 하나였는데 대통령금배는 출전하지 않았죠...김호감독님 윤성효,정용환등 전력이 좋았는데...부산에서 벌어진 청룡기,협회장기에서 마산공고와 경기할때 굉장히 잘하는 선수가 마산공고에 있었는데 이흥실선수였나봅니다...그당시 광주금호고는 우승전력은 아니었는데...요즘 말하는 티카타카축구로 신선한 충격을 받은 기억이납니다...
@길음동 반갑습니다. 저는 동래중출신입니다. 이차만감독이 3년 선배이고 최덕주 윤성효,최용수가 후배입니다.
깊이가 묻어나는 글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아드님이 제 또래정도겠군요 제가 84년생이니......
예 큰애가 빠른 84년생입니다. 올 5월에 장가갑니다. 같이 축구보던 재미가 있었는데 이제 작은 녀석만 남았습니다.ㅎㅎ
무장공 비야님 저보다 한 살 형님이시군요 ㅎㅎ
아~ 그 시절 생각나네요....이회택, 박이천, 정강지, 김재한, 이세연,정규풍,이차만.....아~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