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MELINDA BECK
환자의 호흡을 분석해서 진단할 수 있는 질환이 늘어나고 있다. 궁극의 비관혈, 비침범성 의학 테스트가 개발되기 일보 직전이다.
호흡 테스트라는 개념은 기원전 400년 전 입냄새와 질병의 상관관계에 관한 논문을 쓴 히포크라테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후 수백년이 지난 현재, 간이나 신장에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특유의 구취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
최근 과학자들이 질병 유무를 알려주는 입냄새를 발생시키는 화합물 수천 가지를 규명해냈다. 질량분석기만 있으면 야구장 1,000개 규모 크기에 한가득 채운 탁구공 중에서 특별한 탁구공 한 개를 찾아내는 것과 같은 확률로 1조분의 1 수량을 감지할 수 있게 되었다.
연구진은 날숨의 생물지표(biomarker)를 분석하면 간과 신장 질환뿐만 아니라 천식, 당뇨병, 결핵, 위장관 감염, 이식장기 거부반응까지 진단할 수 있는 테스트를 개발 중이다.
클리블랜드 클리닉 레너 연구소 폐혈관 프로그램 소장인 래드 A. 드웨이크는 “혈액검사로 진단가능한 부분을 이제는, 휘발성분이 있기만 하면 날숨 테스트로 진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호흡 테스트는 또한 혈액검사보다 고통이 적고, 결과가 빨리 나오며, 비용도 적게 들 뿐만 아니라 환자가 잠들었거나 운동 중일 때도 필요하다면 여러 번 쉽게 반복 검사할 수 있다.
호흡 테스트는 혈액검사가 밝혀내지 못하는 영역까지 진단하기도 한다. 이 달 흉부종양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콜로라도 연구진은 환자 7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실험에서 폐결졀에서 발견된 종양이 양성인지 악성인지 호흡 분석을 통해 88%의 정확도로 규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호흡 테스트로 폐암의 유형과 병기도 알아낼 수 있다.
이달 말 ‘호흡 분석 국제 컨퍼런스’를 공동 주관할 예정인 크리스티나 데이비스, UC 데이비스 기계항공공학과 교수는 “스타트렉에 나오는 트라이코더(목이나 어깨에 걸고 다니는 파우치 크기 만한 가상의 소형 스캔 장치로, 의학/기술 목적으로 사용됨)처럼 의학의 성배가 발견된 것”이라며 “호흡을 불어넣으면 의학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려주는 설명이 팝업창처럼 뜬다”고 말했다.
데이비스 교수는 휴대용 소아 천식 모니터도 개발 중이다. 휴대전화처럼 생긴 이 모니터에는 튜브가 달려있어, 아이가 낮동안 이 튜브에 호흡을 불어넣으면 일산화질소 수치를 분석해 염증 유무를 알려준다. 이렇게 분석한 데이터를 주치의에게 전송하면 처방전을 내리는 것. (이 모니터는 천식 환자 대부분이 폐에서 호흡이 얼마나 빨리 나갈 수 있는가를 측정하는 최대호흡률측정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호흡 테스트는 아직 연구 단계에 머물고 있어, 의료용으로 시판되기 전에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실시해 표준화와 인증이 필요한 상태다. 한편 연구진은 날숨에 포함된 수천 가지 분자를 분석해 어떤 농도가 정상치인지 규명하고 해당 농도가 어떤 질환을 의미하는지도 연구하고있다.
산소, 질소, 이산화탄소, 휘발성 화합물이 포함된 호흡은 마치 지문처럼 사람마다 각기 다르다. 실온에서 증발되고 구취의 원인이 되는 화합물은 몸 안팎을 들어가고 나간다. 날숨에는 비휘발성 화합물도 들어있다. 이 화합물은 건강 정보가 풍부하게 들어있는 단백질, 항체, 펩타이드, DNA의 미세한 입자다.
날숨에는 대기 중에서 들이마신 ‘분석 불가능한 물질’도 다수 들어있다. 오염물질, 페인트, 가구, 카페트 섬유 분자 등은 호흡 샘플링을 방해한다. 어떤 음식을 먹는가, 어떤 약을 복용하는가, 얼마나 자주 양치질을 하는가가 모두 호흡 샘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심박수, 연령, 건강 상태 등 다른 변수에 따라 임상실험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드웨이크 소장은 “의료진과 FDA의 승인을 얻으려면 호흡 샘플에 들어있는 화합물이 어떤 질환과 관련돼있는지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장내에 기생하는 위궤양 원인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테스트 하려면 환자가 탄소동위원소로 만든 요소(urea) 캡슐을 삼켜야 한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존재하면 요소가 이산화탄소로 분해된다. 이산화탄소는 혈관을 통해 폐로 이동한다. 그런데 탄소동위원소는 환자의 날숨에서도 감지된다.
그 밖의 호흡 테스트는 다양한 형태의 질량분석기를 사용해서 특정 휘발성 유기물을 발견하고 측정한다. 과학자에 따르면 질량분석기는 경찰이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음주 측정기보다 수십억 배 민감하지만 복잡하고 비싸다고 한다.
여러 전문가들은 호흡 테스트가 성공하려면 마치 ‘전자 코’처럼 냄새를 인지하는 배열형 센서(Sensor array)가 개발돼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사람과 동물이 냄새를 유발하는 화합물의 정체는 정확히 모르면서도 익숙한 냄새를 곧잘 식별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배열형 센서는 질량분석기보다 작고 값싸며 환자가 머리맡에 두고 실시간으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휴대성이 좋다. 하지만 센서는 인간이나 동물과 달리 어떤 패턴을 찾으라고 프로그래밍해서 훈련시켜야 한다.
피터 마조니 클리블랜드 클리닉 호흡기연구소 폐암 프로그램 소장은 환자의 호흡이 훑고 지나가면 색상이 달라지는 센서를 테스트하고 있다. 이 센서는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소재 첨단의료기업 메타볼로믹스가 제조했다. 흉부종양학회지 12월호에 발표된 논문에서는 환자 229명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실시했는데, 폐암 진단율 정확도가 80%에 달했다. 민감도를 높인 대규모 임상실험이 현재 진행 중이다.
마조니 소장이 이끄는 연구진은 향후 호흡테스트에 반영할 특정 패턴을 개발하기 위해서 폐암 발병 유무에 상관없이 가능한 한 많은 환자의 호흡 샘플을 수집하고 있다. “호흡 테스트 샘플만 보고 ‘이 폐기종 환자는 60세로 30년간 흡연을 했다’고 간단하게 진단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이렇게 확실한 진단이 가능하다면 이 세상에서 암은 사라질 것이다. 우리 연구가 아직 갈 길이 멀다.”
마조니 소장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호흡 테스트를 CT 스캔과 병행함으로써 불필요한 조직검사 회수를 줄이는 날이 오기도 희망한다. 그는 “폐를 단층 촬영한 결과 결절이 발견됐는데 호흡 테스트 결과는 음성으로 나오면 조직검사는 굳이 할 필요가 없으니 6개월 후에 재검사를 받으면 되겠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클리블랜드 클리닉 연구진은 유방암과 대장암을 진단할 수 있는 호흡 테스트도 연구 중이다. 이들 질병은 유사한 화합물을 혈류와 날숨에 내보낸다.
연구진은 테스트의 표준화와 인증에 어려움이 많지만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데이비스 교수는 “앞으로 1년에서 4년 사이에 획기적인 연구 성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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