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권 물 문제의 통합조정과 세계문화유산 관리 등에 관해서는 국가가 책임지고 의무를 다해야 하며, 이는 대한민국 헌법 정신에도 맞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수십 년간 울산시민들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식수 문제와 세계 인류문화유산 보존 문제가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오랫동안 평행선을 달려왔다. 오히려 울산시에 떠넘긴 채 불구경을 하듯 시간을 보내더니 급기야 지난해부터 국가유산청이 울산시민의 물 문제는 제쳐둔 채 반구대암각화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 움직이기 시작했다. 울산시민으로서 황당하기 그지없다.
울산시는 지난해 반구대암각화 원형보존을 위해 사연댐에 수문 설치를 하는 것에 정부를 믿고 승낙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국가적 차원에서 울산시민의 물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 믿었다. 이 같은 기대는 물거품이 될 처지가 됐다.
현재 경북 청도 운문댐의 물을 울산으로 끌어오는 것이 울산의 맑은 물 공급의 유일한 해법인데, 운문댐 물을 끌어 올 길이 요원하다. 지난 7월15일 대구시와 경북 안동시, 환경부가 낙동강 상류 안동댐 물을 끌어다가 대구 수돗물로 공급하는 대구시의 `맑은 물 하이웨이 사업` 추진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간 울산시와 국가유산청과의 긴 줄다리기로 인해 반구대암각화는 원형보존으로 끝날지 모르나, 울산시민들은 생명수인 맑은 물을 포기해야 하는 심각한 처지에 놓였다. 울산이 스스로 맑은 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 보니 울산도 배수진을 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울산시는 결국 정부를 상대로 운문댐 물, 1일 9천톤을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해 선택한 사연댐 수문 설치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기로 했다.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 할 경우 수위 조절 등으로 하루 9천톤의 물을 하류로 흘려보내야 한다. 울산 시민이 먹을 하루 식수 9천톤을 그대로 버려야 하는 상황이다.
반구대암각화 보존방법으로 사연댐 수문 설치를 택한 이상 울산시민도 정부에 맑은 물 확보해 달고 당당히 요구할 권리가 있다. 이제 울산이 선택할 선택지는 운문댐 물을 울산으로 공급해 줄 것으로 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선택지도 환경부의 배신(?)으로 실현 불가능하다. 대구시가 추진하는 `맑은 물 하이웨이`사업에 울산의 물 문제에 대한 해법은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대구시는 조속한 사업추진을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골자로 하는 `낙동강유역 취수원 다변화를 위한 특별법`제정까지 추진하겠다고 선언까지 했다.
예로부터 물과 땅은 백성과 나라의 근간으로 여겼기 때문에 국가가 관장하며 지역 형편과 균형을 맞춰 안배함으로써 백성들이 편안한 삶이 될 수 있도록 나랏일을 공평무사하게 처리했다. 정부도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해 생명수까지 내놓은 울산시민들에게 화답해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