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정적’ 나발니, 시베리아 감옥서 3주만에 발견
수감중 행방 묘연했다 소재 확인
측근 “영하 20도 가혹한 곳 고립”
美국무부 “조건없이 석방을” 성명“이 지역은 방문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편지를 보내는 것조차 거의 불가능하다.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곳이다.”
러시아의 대표적인 야권 지도자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47·사진)가 내년 3월 러시아 대선을 앞두고 외딴 시베리아 감옥으로 이감된 사실을 확인한 뒤 그의 측근이 한 말이다.
나발니 대변인인 키라 야르미시는 25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하르프 지역의 교도소에서 나발니를 찾았다”고 밝혔다. 나발니는 이전까지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약 235km 떨어진 멜레코보 교도소에 수감돼 있었다. 하지만 이달 6일 변호인과의 접견을 마지막으로 행방이 묘연해졌다. 이곳으로 이감되는 과정에서 측근들과의 연락이 차단된 것으로 보인다.
26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북극권의 영구 동토층에 위치한 이 교도소는 겨울이면 영하 20도 밑으로 떨어지는 혹한으로 악명이 높다. 이 때문에 주로 중범죄자들을 수감시켜 ‘북극 늑대’ 교도소로도 불린다. 모스크바에서 북동쪽으로 약 1900km 떨어져 있고, 1950년대 소련의 강제노동수용소인 ‘굴라크’에서도 가장 가혹한 탄광으로 꼽힌 보르쿠타에서 약 100km 더 가야 한다.
나발니의 동료이자 반부패재단(ACF) 대표인 이반 즈다노프는 “정부가 대선이 다가오기 전에 나발니를 이곳에 고립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도소 내 나발니의 산책 공간이라며 공개한 사진을 보면 성인 한 명이 겨우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비좁고 사방이 콘크리트로 막혀 있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나발니의 소재가 파악된 것을 환영하는 성명을 내고 “나발니를 조건 없이 석방하라”며 러시아의 반체제 인사 탄압을 규탄했다.
이청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