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켈러, ‘C. S. 루이스와 같은 단일 인물의 삶과 저작에 깊이 몰두하면 그의 생각과 반응까지 통째로 익히게 된다’
마코 후지무라는 리디머교회에서 팀 켈러가 시간이 없어 설교를 준비하지 못했을 때를 매번 알아차렸다. 그럴 때면 켈러가 꼭 C. S. 루이스를 거론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감쪽같이 들어맞는 거에요. 그래서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어요.” 켈러도 이 ‘죄’를 인정한다. 루이스의 저작이 워낙 방대한 데다 그의 간행물이라면 켈러가 안 읽은 게 없을 정도니 그리될 만도 하다.
하지만 독서의 타이밍도 중요하다. 루이스를 처음 접한 대학교 초반에 켈러는 기독교에 과연 진리나 미덕이 있는지 자못 의문이었다. 그러다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믿은 직후 수 크리스티의 언니인 앨리게니칼리지 학생 캐시의 권유로 <나니아 연대기>를 알게 되었다. 루이스 전기도 여럿 읽고 그의 사적인 편지와도 친숙해져 있다 보니 켈러는 그의 어록과 일화와 예화라면 언제라도 수십 개쯤은 쉽게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요점을 안성맞춤으로 전달할 방도가 요긴할 때면 대개 그는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작가인 루이스를 선택한다.
켈러는 이렇게 말했다. “단일 인물의 삶과 작품에 그토록 깊이 몰두하면 흥미로운 일이 벌어진다. 그의 저작만 아는 게 아니라 그의 생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특정한 질문에 그가 뭐라고 답할지 또는 특정한 사건에 어떻게 반응할지가 감이 잡힌다.”
C. S. 루이스의 한 절친도 켈러의 영성과 지성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J. R. R. 톨킨은 ‘잉클링스’(The Inklings)라는 문학 토론 모임의 단골 멤버였다. 영어로 쓰인 가장 사랑받고 널리 읽히는 이야기 중 일부는 1930년대와 1940년대에 잉글랜드 옥스퍼드에서 모임 잉클링스에서 영감을 얻은 것들이다. 루이스와 톨킨의 토론은 기독교적 주제를 담아낼 상이한 공상을 낳아 각각 <나니아 연대기>와 <반지의 제왕>으로 결실했다.
루이스는 켈러에게 폭넓은 독서와 명쾌한 사고의 귀감이었다. 루이스 덕분에 켈러는 기독교에서 주장하는 진리와 미덕을 공적으로 변증하고 옹호할 때 생생한 예화를 활용하게 되었다. 반면 톨킨은 켈러에게 마음의 언어를 주었다. 이 언어는 팀이 가끔 케시에게 읊조리는 엘프어만이 아니라 일에 대한, 희망에 대한, 그리고 언젠가는 실현되기를 누구나 바라는 이야기들에게 대한 화법이다.
자신이 살고 섬기는 도시에 사상 최악의 비극이 닥쳤을 때도 켈러는 톨킨에게서 위로의 말을 얻었다. 2001년의 9‧11 테러가 일어난 지 5년이 지나, 팀 켈러는 유가족을 위한 추모 예배에 강사로 초빙되었다. 옛 쌍둥이 빌딩 자리에서 두 블록밖에 떨어지지 않은 로어 맨해튼의 세인트폴 채플(St. Paul’s Chapel)에서 열린 예배에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로라 부인도 참석했다. 켈러는 참사 후 첫 주일이었던 2001년 9월 16일에 자신이 했던 말을 설교 메시지에 소환했다. 이번에도 톨킨에게 기대어 예수님의 부활 소망에 대해 설교한 것이다.
“<반지의 제왕> 마지막 권에서 샘 갬지가 깨어날 때 다 잃은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친구들이 주위에 다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외치지요. ‘간달프! 나는 당신이 죽은 줄로 알았어요! 나도 죽은 줄로 알았고요! 이제 모든 슬픔이 거두어지는 건가요?’ 답은 ‘예’입니다. 성경의 답도 ‘예’입니다. 부활이 사실이라면 답은 ‘예’일 수밖에 없습니다. 장차 모든 슬픔이 거두어집니다.”
-콜린 핸슨, <하나님의 사람, 팀 켈러>(두란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