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겸 공화당 대선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암살 기도 사건이 또 일어나 미국민들의 우려가 큰 가운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 경영자(CEO)가 조 바이든 대통령이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겸 민주당 대선 후보를 암살하려 시도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 이상하다는 식의 글을 올렸다가 삭제해 입길에 오르고 있다. 당장 백악관이나 경호 책임이 있는 특별경호국(SS)에서는 민감한 반응을 내놓았다.
16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전날 트럼프 후보에 대한 두 번째 암살 기도가 의심되는 일이 일어난 지 몇 시간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엑스(X, 옛 트위터)에 다른 이용자가 "왜 그들은 도널드 트럼프를 죽이고 싶어하는 걸까?"란 글을 올리자 덧글로 "바이든/카멀라를 암살하려 시도하는 사람은 없다"는 글을 올렸다. 게시물에는 생각하는 얼굴을 묘사한 이모티콘까지 붙였다. 머스크는 X에서 1억 9700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해당 글이 공분을 일으키고 일부는 연방수사국(FBI)에 신고하며 수사를 촉구하자 머스크는 삭제한 뒤 후속 포스트에다 "내가 배운 한 가지 교훈은 어떤 그룹에서 뭔가 말하고 그들이 웃는다고 해서 그게 X 게시물처럼 그렇게 웃길 거란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라고 했다. 또 "맥락을 모르고 일반 텍스트로 전달하면 농담은 훨씬 덜 재미있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해명했다. 자신이 무얼 잘못했는지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고 웃기려고 그랬다는 식으로 엉뚱한 소리를 해대며 빠져나가려는 인상이 짙다.
트럼프 후보는 16일 폭스 뉴스 인터뷰를 통해 자신을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한 해리스 후보와 바이든 대통령의 수사(rhetoric) 때문에 이런 암살 기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비난했다.
머스크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를 지지한다고 진즉에 공개 선언했다.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에 대해 "무책임하다"며 "폭력은 비난받아야 할 것이지, 결코 장려하거나 농담해선 안 된다"고 개탄했다. SS도 머스크의 농담 트윗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후보는 지난 7월 펜실베이니아 버틀러에서 대선 집회를 갖던 중 총을 맞은 데 이어 지난 15일 플로리다 웨스트 팜비치 자신의 골프클럽에서 총구를 겨눈 무장 남성에 노출될 뻔했다. 용의자는 58세 라이언 웨슬리 라우스로, 트럼프 후보와 약 270~460m 떨어진 거리에서 총을 겨누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SS 요원에게 들켜 방아쇠를 당겨 보지도 못한 채 도주했으며, 곧 검거됐다. 트럼프 후보에게는 별다른 일이 없었다.
머스크는 지난 10일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해리스 지지를 공식 선언하자 X에 “좋아 테일러, 당신이 이겼어. 난 당신에게 아이를 주고 내 목숨을 다해 당신 고양이들을 지켜주겠어”라고 썼다. 스위프트가 '자녀 없는 고양이 숙녀'라고 서명해 J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가 아이를 낳지 않고 고양이나 돌보는 여성이 많다는 취지로 비아냥 거린 것을 꼬집은 포스트였는데 머스크는 이를 들먹여 스위프트에 반격을 가한 것이었다.
머스크는 혼인 관계가 아닌 여성에게 정자를 기증해 여러 차례 출산하게 했고, 적어도 12명의 자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가 스위프트를 성희롱했다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그의 트랜스젠더 딸인 비비안 제나 윌슨도 예외가 아니었다. 아버지를 극도로 싫어해 자신의 이름에서 ‘머스크’ 성을 파간 비비안은 X에다 “할 말이 없고, 혐오스러울 뿐”이라며 “아무도 타인이 자신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을 허용해선 안된다”고 했다.
한편 일간 뉴욕 타임스(NYT)의 지난 14일 보도에 따르면 세계 최고의 부자인 머스크는 20명 이상의 경호팀을 운영해 자신을 주변과 차단하고 있다. 경호 전문가들은 “머스크의 경호팀은 미니 ‘비밀경호국(USSS)’처럼 운영되며, 머스크는 기업 CEO가 아니라 국가 정상의 경호를 받는다”고 신문에 털어놓았다. 그의 경호팀은 대부분 군 출신으로 구성됐으며, 전원 무장 상태로 의료진을 대동한 가운데 머스크에 ‘보이저(Voyager, 여행자)’라는 암호명을 붙여 밀착 경호하고 있다. 지어 머스크는 화장실을 갈 때도 보디가드를 대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팀은 자동차 세차, 세탁물 픽업 등의 심부름도 떠맡는다. 머스크가 대중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소로 하는 것이다. NYT는 “머스크는 전 세계를 다니며 거물, 유명인사들과 만나고 대마초를 공개적으로 피우는 등 무서움을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한다”면서 “부와 유명세가 쌓이면서 위협도 커졌고 그만큼 경호도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기록이 확인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머스크가 매달 경호비로 사용한 돈은 평균적으로 14만 5000달러(약 1억 9000만원)다. 그러나 작년에는 240만 달러(31억 6000만원)를 경호 업체인 ‘개빈 드 베커 앤 어소시에츠(GDBA)’에 지불했다. 올해 1, 2월에 쓴 액수만 50만 달러다. 애플의 경우 지난해 팀 쿡 CEO의 경호 비용으로 82만 달러를 썼다. 아마존의 베이조스 경호비는 160만 달러다.
머스크는 지난 6월 테슬라 연례 주주총회에서 “최근 7개월 사이에 두 명의 미치광이가 접근해 나를 죽이려 한 적이 있다”고 밝히며 밀착 경호가 꼭 필요한 일이란 논리를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