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종 칼럼] 플라스틱 쓰레기와 자원순환 | 내일신문
다이아몬드 2021. 7. 21. 20:46
http://blog.daum.net/diamond1516/692
2021-07-21 12:42:43 게재
--------------------------------------------------------------------------------------------------
서울 은평구에는 '그린모아모아'라는 쓰레기 배출 주민 프로그램이 있다. 주민들이 페트병 등 플라스틱 폐기물을 깨끗이 비우고 헹구고 분리해서 섞지 않은 상태로 배출해 재활용품의 가치를 높이자는 일종의 자발적인 주민운동이다. 플라스틱 쓰레기 재활용 방법을 고민하던 김미경 구청장이 앞장서면서 이 사업이 탄력을 받았다고 한다. 이렇게 분리배출된 플라스틱 폐기물은 이를 재활용할 주체, 즉 기업을 만나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은평구의 그린모아모아 프로그램은 아웃도어 패션기업 블랙야크와 만났다. 환경보호 등 ESG 경영에 관심이 많은 강태선 회장은 페트병 등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한 등산의류 제작팀을 만들어 작년부터 운영중이었는데, 주민이 자발적으로 플라스틱 폐기물 분리배출을 잘하고 있는 은평구 서대문구 마포구 관계자들과 협의해서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블랙야크는 페트병과 플라스틱컵에서 폴리에스터 실(原絲)을 뽑아 만든 원단으로 각종 의류를 만들어 매장에서 판매한다. 500㎖짜리 생수 페트병 8개를 원료로 쓰면 티셔츠 1개를 만들 수 있다. 긴 바지는 같은 크기 페트병 15개가 필요하다. 깨끗하게 분리 배출된 무색 페트병으로 뽑은 원사는 다양한 색깔로 염색할 수 있어 패션에 적합하다.
패딩점퍼 한벌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는 좀 다르다. 페트병 18개와 냉커피 컵 10개가 필요하다. 냉커피 컵은 투명한 것 같지만 색이 들어가 있다. 따라서 커피 컵으로 만든 원사는 염색을 원하는 대로 할 수 없으므로 그냥 솜, 즉 패딩으로 만들어 점퍼 안에 넣는다. 스타벅스와 협약을 맺어 카페에서 수거한 냉커피 컵을 재활용한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갈 길 험난
플라스틱 쓰레기는 전 인류의 문제다. 아파트 단지 쓰레기 수거함에 수북이 쌓이는 플라스틱은 일부일 뿐이다. 산림 밭 하천이, 그리고 세계의 바다가 플라스틱 오염으로 더럽혀지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이 해양과 대기를 오염하고 있다. 장차 일어날 플라스틱 오염의 부작용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오늘날 플라스틱은 거의 석유에서 추출한 합성물질이다. 값싸고 편리하기 때문에 매년 생산량도 늘어나고 쉽게 버린다. 플라스틱은 만드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해 지구기온을 높이고, 버려진 플라스틱 폐기물은 그 자체가 생태계를 파괴하고 배수구를 막는 등 자연순환을 방해하고, 소각하면 유해물질을 공기로 내뿜는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는 자원순환경제의 틀로 끌어들여야 한다. 이게 세계 전문가들의 일치된 목소리다. 하지만 원유에서 플라스틱을 만들어 쓰는 것보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것은 비용에 프리미엄이 붙을 수밖에 없다. 즉 가격이 비싸진다는 얘기다.
은평구 주민들이 분리배출한 페트병이 아웃도어 의류가 되어 나오는 과정을 보자. 페트병을 수거하고, 이를 쪼개서 플레이크(조각)로 만들고, 다시 이를 녹여 칩을 만든다. 이 칩으로 뽑은 실로 원단을 만들고 염색한다. 이 원단을 베트남 봉제공장으로 보내 옷을 만든다. 이렇게 여러 단계로 이루어진 재활용 과정에서 블랙야크가 직접 관여하는 공정은 원단을 베트남으로 보내 옷을 만들고 매장에 뿌리는 것이다.
그 이전 단계는 여러 기업이 참여해야 하는데 경제성이 없어 기업들이 꺼린다. 블랙야크도 아직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한다. 블랙야크가 환경부 등 정부의 협력을 얻어 일관작업이 되게 컨소시엄으로 추진하고 있다. 환경부와 시범사업으로 경찰청에 약 1만벌의 페트병 재활용 티셔츠를 제작해서 공급했다. 그러나 정부발주 참여는 여기까지다. 정부에 조달하는 제품생산엔 대기업인 블랙야크는 참여할 수 없다. 페트병을 원료로 해서 만든 의류는 회사 전체 제품의 약 10% 내외라고 한다. 그 이상 생산하는 것은 원가손실 감당이 어렵단다.
폐플라스틱 재활용에서 일본과 대만이 한국보다 선진국이라고 한다. 1kg 당 플라스틱 칩 원가는 원유에서 그냥 뽑을 때 450원 정도인데 페트병을 재활용해서 만든 플라스틱칩은 대만산이 1.7배 비싸고 일본산이 2.8배 비싸다. 국산은 이들보다 더 비싸다. 이들 가격차를 비교해보면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의 갈 길이 험난함을 알 수 있다.
지구·다음세대 지킨다는 마음으로 협력
한국은 작년 폐페트병으로 만든 플라스틱칩 7200톤을 수입했다. 원유로 직접 만든 칩보다 2배 이상 비싼 원료를 사는 이유가 궁금하다. 아마 기업이 플라스틱 재활용의 이미지를 홍보하려는 일종의 마케팅 전략, 즉 환경세탁(greenwashing)용 제품생산에 쓰였을 수도 있겠다는 추측을 해본다.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이라는 큰 틀의 환경문제 해법으로 자원순환경제가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살펴본 것처럼 정말 어려운 일이다. 주민들이 열심히 분리배출하고 정리해 놓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거 차량이 다시 섞어 실어가는 일들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정부 기업 소비자가 지구를 구하고 다음 세대의 환경을 지킨다는 심정으로 협력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