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원자력공학자 "윤석열 일오염수 발언, 뭘 알고 한건가"
조현호 기자 입력 2021. 07. 07. 21:28
[인터뷰]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 명예교수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경미한 문제'라 머리에 박혀있다"
"정치적으로 풀 문제 아니다? 섣불러…일의 태평양 테러에 맞게 대응해야"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원로 원자력공학자이자 방사능 위험성 전문가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을 과거엔 문제삼지 않았고, 정치적으로 볼 문제가 아니다'라고 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발언에 위험성과 상황에 관해 뭘 알고 말한 것이냐고 반박했다. 그는 윤 전 총장이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출을 경미한 문제라는 인식이 머리에 박혀있으며, 정치적으로 풀 게 아니라는 말 역시 섣부르다고 비판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7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같이 밝히며 이 문제를 일본의 태평양을 향한 테러로 보고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오히려 국제원자력기구의 우리 정부 대응을 두고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다면서 “이런 사정을 뭘 알고 얘기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6일 대전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석박사생을 만난 뒤 취재진과 만나 '후쿠시마 원전 방류를 한국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과거에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크게 문제를 안 삼았다”며 “그때 그때 어떤 정치적인 차원에서 볼 문제가 아니고, 일본 정부나 우리 각국들과 협의를 해서 투명하게 사람들이 의문 갖지 않도록 그렇게 진행되도록 국제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은 5일엔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만나 “원전이라는 게 저비용 친환경 에너지인데, 국민들이 안전성에 대해 조금 걱정을 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오해하고 있는 게 많다”면서도 윤 전 총장이 출마선언 때 '법을 무시하고 세계 일류 기술을 사장시킨 탈원전'이라고 한 말을 들어 “엄청 반가웠다”고 덕담했다. 주 교수는 대표적인 친원자력계 인사로, 일본의 오염수 해양방류 보다 괴담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더 무섭다고 주장해온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방출 안전론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에 원로 원자력 공학자이자 탈원전에는 거리를 두고 있는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7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의 발언을 비판했다.
서 명예교수는 '과거 문제삼지 않아왔다'는 주장에 “우리 정부의 기관들이 일관성이 결여된 견해를 내온 것은 맞지만, 현 정부가 침묵했다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아니다”라며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할 수 있다는 강경발언도 했다. 나는 오염수 방류 결정을 일본의 태평양에 대한 테러로 보고,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가 지난 4월1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김현정의 뉴스쇼 갈무리
'정치적 차원에서 볼 문제가 아니다'라는 윤 전 총장의 주장에 서 명예교수는 “여러 기관 가운데 외교부의 경우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맞고, '한일 협의체 설치'나 '해양법재판소 제소 검토' 등이 그런 해법의 하나”라며 “하지만 (정치적이 아니고) 이 문제를 과학적으로 푼다? 이미 과학을 뛰어넘은 문제”라고 반박했다. 서 명예교수는 “이 문제는 인문 사회과학의 문제이기도 하고, 정치외교의 문제, 국격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이걸 정치적 풀 문제 아니다라고 말한 것은 섣불리 잘못된 발언을 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로 인한 안전성이 큰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것 아닌가라는 질의에 서 명예교수는 “우리 한국원자력학회부터가 일본 발표자료와 큰 차이없이 위험성이 미미하다며 안주하는 분위기이니 (그런 사람들 얘기만 들으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해 오대양으로 퍼져가면 1조분의 1로 희석된다고 하나, 중요한 것은 방류과정에 침적되고 증발하면서 해저에 있는 넙치등에 흡수돼 먹이사슬을 거쳐 우리 밥상에 올라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라고 반박했다. 서 명예교수는 “고작 몇십군데 조사해보고 문제없다고 할 것인 아니라 수십만군데를 조사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서 명예교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문가검증단에 김홍석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방사선평가실 책임연구원이 포함된 사안과 관련해 “국제원자력기구는 원자력을 옹호하는 곳이고, 일본이 분담금을 훨씬 많이 내고 있다. 이미 안전하다는 답을 갖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자화자찬할 일이 아니다”라며 “윤 전 총장이 이런 사정을 과연 알고 그런 말을 던진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눈으로 안전한지를 확인하기까지는 조심하고 확인해야 한다”며 “주한규 교수 등을 만난 것은 이미 별 사안이 아니라고 인식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윤 전 총장이 주한규 교수와 카이스트 석박사 대학원생을 만나면서 탈원전 비난 언급을 하는 것을 두고 서 명예교수는 “후쿠시마나 삼중수소 등을 문제삼으면 우리 얼굴에 침뱉기로 돌아올 수 있으니 (친원전쪽이) 후쿠시마를 치워야 한다는 인식을 한다”며 “그래서 윤 전 총장이 (오염수 방류 문제를) 경미하게 생각하는 것이 머리에 박혀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서 명예교수는 “저 역시 탈원전에 반대하는 입장이고 원자력이 어느정도 비율(3분의1)은 유지해야 한다고 보지만, 후쿠시마 문제를 덮고 가는 것은 반대”라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혹독하게 따지고 국제법적으로 책임을 묻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활어를 가장 좋아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인 우리에겐 오염수 방류가 직격탄이라서 그렇다”고도 했다.
'법을 무시하고 세계 일류 기술을 사장시킨 탈원전'이라는 윤 전 총장의 대선출마 선언문 주장을 두고 서 명예교수는 “거기에 '법'이 온다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며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그나마 탈원전을 하면서 잘한 것은 신재생 전력 비율을 많이 높여 두자리수까지 올라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사능 오염수 방류 보다 괴담이 더 무섭다'는 친원전 학자들의 주장을 두고 서 명예교수는 “과학적 사실이 불분명할 때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에 따르면, 예를 들어 일본 정부가 오염수 137만톤을 100배로 희석하려면 1억3700만톤이 넘는 바닷물이 필요한데, 엄청난 전기료가 든다. 어차피 희석않고 그대로 방류해도 30년 지나면 오대양으로 다 퍼져서 희석되는데 일본이 굳이 돈을 들여 할 리가 있겠느냐는 의심이다. 서 명예교수는 “더구나 정화작업을 해도 세슘과 스트론튬의 경우 70% 이상은 그대로 남아있다”며 “그렇다면 우리는 더욱 조심하는 게 맞는다”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이 탄소중립 대신 '탄소 중심'이라고 쓰인 마스크를 착용한 사진이 보도된 것과 관련해 서 명예교수는 “어떤 의도로 했든 실수였든 낯설고 해괴하다”며 “20세기가 '탄소중심사회'였지 21세기에는 '탄소중립'을 외치고 있는데, 왜 저런 용어를 썼는지는 모르겠다”고 촌평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6일 카이스트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MBC뉴스데스크 갈무리
▲JTBC가 7일 썰전라이브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쓴 마스크에 탄소중립이 아닌 탄소중심이라고 쓰여있는 모습을 방송하고 있다. 사진=JTBC 갈무리
한편, 실제로 '과거엔 문제를 안삼았다'는 윤 전 총장의 발언은 현재 여당 뿐 아니라 국민의힘에서도 성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과 다르다. 지난해 10월 일본이 오염수 방류 방침을 밝혔을 때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달 20일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일본에) 강력한 우려를 전달해야 한다”며 “외교채널을 가동해 일본을 압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국민의힘 소속의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그해 26일 긴급 토론회에서 “방류 결정을 유보할 것이 아니라 방류 결정을 취소할 것을 일본 정부에 단호히 요구한다”며 “이미 결정해 놓고 듣는 의견수렴은 위선”이라고 성토했다. 원희룡 지사는 지난 4월13일 일본이 방류 결정을 하자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바다를 공유한 인접국과 국민들에 대한 폭거로 엄중 규탄한다”며 “우리 정부도 '유감표명'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행동할 때가 되었다”고 촉구했다. 원 지사 본인은 4월19일 제주 주재 일본총영사를 초치하기도 했다.
국민의힘도 4월13일 윤희석 대변인 명의의 구두노평으로 “우리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고 환경 파괴를 불러올 방출 결정의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한다”고 했고,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도 이튿날(4월14일)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일본의 일방적인 결정은 그 조치도 태도도 모두 용납하기 어렵다”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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