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비대위원 비정치인 위주로… 나이 기준 세대교체론 신뢰 안해”
“조지 포먼, 내 나이때 챔피언 돼… 히치콕 감독은 60세때 ‘싸이코’ 찍어”
‘국힘, 검찰黨’ 비판한 민주당 향해… “검사 사칭한 분, 왜 절대존엄 모시나”
韓 불출마에 영남권 의원 긴장 고조
국회로 출근 국민의힘 한동훈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로 출근해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인선 관련 질문에 “당연히 비(非)정치인 위주다. 정치인 위주로 할 거라면 내가 이 자리에 나와 있는 게 이상한 일”이라고 답했다. 박형기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비대위원 인선 기준에 대해 “비정치인 위주”라며 “자기 땀 흘려 돈 벌고 가족을 보호하고 동료시민에 대한 선의를 가진 분들을 상징하는 분들을 모셔야 한다”고 밝혔다. 당 일각에서 나온 세대교체론과 관련해선 “세대를 나이 기준으로 갈라치기 하는 건 누군가에겐 정략적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겠지만 세상에 해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취임 첫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을 두고 당내에선 친윤(친윤석열)계 핵심 그룹과 영남 중진뿐만 아니라 윤석열 정부 장관, 대통령실 참모 출신을 향한 험지 출마나 불출마 압박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은 통화에서 “한 위원장이 자기 거취를 아주 초스피드로 결단했으니 (친윤계와 영남 중진들이) 고장난명(孤掌難鳴·한 손뼉으로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의 지혜를 새겨 같이 손바닥을 맞대 주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韓 “생물학적 나이 세대포위론 불신”
한 위원장은 27일 오전 국회 출근길에 비대위원 인선 관련 질문을 받고 “정치인 위주로 할 거면 제가 이 자리에 나와 있는 게 이상한 일”이라며 “정치를 바꾸는 상징적 모습을 보여드리는 면에서 비대위는 (비정치인을) 잘 모셔야 한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789세대’(1970, 80, 90년대생) 위주의 인선에 대해 “생물학적 나이를 기준으로 한 세대포위론이나 세대교체론이란 말은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2030세대와 노년층이 합심하면 승리할 수 있다며 강조한 ‘세대포위론’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열정과 동료시민에게 봉사하겠다는 선의에는 나이 제한이 없다”며 “이창호 (바둑) 사범은 10대에 세계를 제패했고, 조지 포먼은 내 나이 때 헤비급 챔피언을 했고,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은 60세 때 (영화) ‘싸이코’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을 ‘검찰당’이라고 비판하는 데 대해서는 “민주당은 검사를 그렇게 싫어하면서 왜 검사도 아니고 검사 사칭한 분을 절대존엄으로 모시는 건지 물어보고 싶다”며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비판했다.
● “의원 생각 있었지만 개인 바람보다 헌신”
한 위원장은 이날 “출마를 하셔야 할 분은 오히려 출마해야 된다. 불출마 자체가 미덕인 건 아니다”라고 했다. 전날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당내 인적 쇄신 칼바람이 불 것이란 관측이 나온 데 대한 반응이다. 그러면서도 한 위원장은 “국회의원이 돼 입법 활동을 통해 시민에게 봉사하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개인 바람보다 우리 전체의 승리를 위해 도움 되는 길을 찾은 것이다. 제가 말로만 헌신한다고 했으면 다들 말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했다. 총선 승리를 위해 헌신이 필수적이라며 기득권으로 여겨지는 세력의 ‘희생’ 필요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박민식 전 장관은 통화에서 “황금 같은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공관위 출범 전에는 결단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진퇴 여부에 대한 결정의 속도가 상당히 빨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현역 지역구인 서울 영등포을 출마를 검토 중인 박 전 장관은 “한판 붙어 보겠다”고도 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한 위원장이 불출마 선언부터 하면서 당에 구조조정 하러 왔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했고, 다른 비주류 의원은 “최근 ‘연판장’ 논란 등을 일으킨 친윤계 초선들이 타깃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영남권 의원들은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초선·대구 달서갑)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한 위원장의 불출마가) 시사하는 바가 크고 무섭다”며 “대구뿐만 아니라 전 지역에서 아마 불안하지 않다고 하는 국회의원은 거짓말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영남권 중진 의원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무래도 희생 요구가 강해질 것 같다”며 “우선 자율적 선택에 맡긴 뒤 공관위원회에서 컷오프(공천 배제)에 들어가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같은 우려에 윤재옥 원내대표(3선·대구 달서을)는 이날 연합뉴스TV 인터뷰에서 “본인이 희생했다는 명분으로 또 과도한 희생을 요구하거나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권형 기자, 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