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 제가 올린 글의 댓글을 보니
"그렇게 빈집들이 많은데 왜 일본은 해마다 백만채 이상을 공급한가요? 수요가 있는가 ? 아니면 임대주택으로 공급한것인지...."
라는 글이 올라왔네요.
궁금해 하시는 분을 위해 답을 적어 보려고 합니다.
한 20년 전에 저의 어머니께서 제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얼마 지나지 않으면 망할거야!"
제가 너무 의아해 하며,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에 대해 물어 보았는데, 답변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나라에 왠만한 집에 가면 TV, 냉장고, 세탁기가 다 있잖아. 앞으로는 TV, 냉장고, 세탁기를 만들어도 살 사람이 없을거야."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TV, 냉장고, 세탁기의 매출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더라도, 그때보다 더 많이 팔리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주택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의 경우 남아있는 주택이 800만호에 육박하지만, 여전히 주택을 만듭니다.
왜 그럴까요?
시장이 포화되더라도 제조업체가 살아나려면, 계속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합니다.
TV에 비유하면, HDTV, UHDTV, 곡면 TV, 3D TV, InterNet TV, 녹화되는 TV, 몇분전으로 되돌아가는 TV, PC모니터 겸용 TV, 게임기능이 있는 TV, 벽이나 천장에 붙이는 TV(프로젝션 TV) 등등 수많은 TV를 계속 만들어 냅니다.
개인적으로 봐도, TV가 너무 낡거나 고장이 나야 새로 구입하는 사람도 있지만, 새로운 기능이 있는 TV가 나오면 일단 지르고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스마트 폰의 경우는 고장이 나거나 분실하여 사는 경우보다는 새로운 기능(물론 보조금도 역할을 하지만)때문에 사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일본의 건설업체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존의 주택과는 차별화가 되는 새로운 기능이 있는 주택을 만듭니다.
도쿄의 경우, 지진으로 인해 고층 아파트를 짓지 않았지만, 최근 몇년 사이에 젊은 신흥부자 층을 겨냥하여 고층 아파트를 지어 팔았습니다. 내진 설계에 전망을 좋게 만든 것이 특징입니다.(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나오는 추성훈씨 집이 그런 경우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주택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방의 경우는 비어있는 단독주택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생활을 하려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전에 이 카페에 올라온 글을 보면, 대구의 경우 단독주택은 많이 비어 있지만, 아파트는 여전히 모자랍니다.
또, 최근에 분양하는 아파트를 보면, 레이아웃이나, 여러가지 기능을 추가하여, 부엌 일을 하는 여자라면 정말 갖고 싶도록 만들어서 팝니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당장 구입하고 싶도록 말입니다.
마찬가지로, 최근에 나오는 냉장고 - 문을 열면 투명한 벽이 있어서 내부가 보이도록 하거나, 양문을 모두 열어 큰 물건을 넣을 수 있도록 만든 냉장고 - 를 보면 정말 지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어쨌던 건설업자 입장에서는, 기존에 아파트를 살던 단독 주택을 살던 사람이, 새로 만든 아파트에 들어와 살고 싶도록 주택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면 분명 이런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동차를 보싶시오. 자동차 수명이 다 되어 새차를 구입하는 사람보다, 새로운 자동차(연비가 뛰어나게 좋든가, 디자인이 섹쉬하든가, 전기자동차이든가)가 나오면, 어쨌든 지르고 보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두 가전 제품이나 자동차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가 망하지 않듯이, 일본 사람들이 모두 집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건설업자들이 망하지 않습니다.
또, 건설업자 입장에서는 자신도 먹고 살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현대건설에서 냉장고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배운 것이 아파트 건설이면 어쨌던 아파트 건설을 해야합니다.
그러다고 해서 아파트를 만들어 팔기 힘든 것은 아닙니다.
기존의 아파트 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는 새아파트만 만들면 언제든 팔 수 있는 것이 주택시장입니다.
최근 정부에서 아파트 가격을 살릴려고 수많은 정책을 내 놓고, 언론에서는 부채질을 해대고 있습니다.
분명 아파트 시장이 힘든 것은 사실입니다만, 분양시장에서는 수십대 일의 경쟁을 하는 곳도 수두룩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곳의 공통점은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가 주변의 아파트보다 싸기 때문입니다.
향후 우리나라 주택 시장도 공급과잉을 걱정해야 할 시기가 올 겁니다.
이런 시가가 오면 아파트 값 뿐만 아니라 땅값도 내립니다.
그렇다면, 건설회사에는 경매에 나온 토지나 급하게 처분 하는 토지를 건질 수 있다면, 주변의 헌 아파트 보다 싼 아파트를 만들 수 있고, 이런 아파트는 수십대 일의 경쟁률로 날개돋힌 듯이 팔릴 겁니다.
따라서 아파트가 남아돈다고, 건설업자들이 아파트를 짓지 않을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우리들 입장에서는 아파트가 남아도는 데, 아파트를 짓고 안짓고는 아무 차이가 없지만,
건설업자 입장에서는 생존의 문제입니다.
횡설수설 쓴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우리나라 아파트는 70년대부터 대거 짓기 시작했지요. 그전에는 아파트자체가 거의 없었습니다. 내구연한때문에 기존아파트도 이제 재건축대상이 많이 늘어날테고 이로 인한 신규수요도 무시못할 겁니다. 그렇게되면 그동안 별고려대상이 아니었던 감가상각이 중요하게 인식되겠지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역시, 쉽게 이해할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 합니다.
건설업체가 많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아파트는 더 많이 공급이 됩니다....아무튼 아파트가격이 어찌되는 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죠....ㅎㅎ...좋은글 감사요~~
논리적인 글 감사드려요.
읽을때 마다 공부가 되서 좋아요.
혼자 살기 편리해서라도 필요한 만큼 늘어나야겠지요.
사람이 무서워진 세상,
열린공간 보다는 문 닫고 들어가면 나 만의 공간이 편안하다고 느껴지는것 때문아닐까요?
님 글속에 대구나 부산쪽의 낡은 단독주택의 환경을 잘 파악하신다면 왜 대단지 아파트가 인기 많은지 아실텐데...
단독이 미국이나 서양국가의 그 단독주택이 아니잖아여 !!!
일반 계속 건설하는건 건설회사가 존재하기 때문일테고,
신규구매자는 더 새로운 주거수단을 원해서일테고
일본의 경우엔 반드시 건령을 따지더군요.
낡으건 엄청 싸고, 신규주택은 한국돈 100억도 넘던데요?
폭락 타령해본들 그건 뭐 옛날 영화속에 나오는 그런 2층짜리 목조주택, 1940년대 지은건물들이더군요.
토쿄사는 교포 블로그 보니까 토쿄 고급지 대형아파튼 분양가가 100억 넘었다는 것!
야후재팬에서 알아보니 후쿠오카의 60년대에 지은 2층짜리 건물은 200
엔 = 한국돈 2000만원.
재건축, 리모델링의 개념이 없어 그런지 감가상각을 적용하는것 같더군요.
그래도 뭐 그렇게 싸진 않아요. 토쿄 외곽지 세타가야구의 한동짜리 전용 15평짜리 아파트의 매물가는 = 1340만엔에 나와있더군요. 그것도 85년에 지은 낡고 설계도 안좋은것 .
정말 논리적이면서도 현실적인 글 이해가 잘 됩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분양하는 아파트가 그런 것 같습니다.~^^
저도 단독에 살고 싶지만, 주변여건이 외국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열악하더군요. 잘된 곳은 또 너무 비싸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파트를 원할 수 밖에 없더군요.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명쾌한 해설 감사합니다.
20년전 결혼때 TV가격이 지금 이랑 별차이 없습니다.
집값만 올랐습니다. 가전 제품 가격은 매년 떨어지는데
성능은 별나라갈지경입니다.
아마도 집값도 향후 그런 날이 있겠지요
매년 주택이 남아도 30만호이상을 짓지 않으면 경제가 돌아가질 않습니다. 그래서 관리비만 주어도 거주가 가능한시기가 올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