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전에 받은 사랑을 이제야 갚습니다.
29년 전 나눔 사역을 시작하면서 제일 신경을 썼던 사역은 문서 사역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이슬비 전도 편지’가 유행했을 때입니다. 예수를 믿지 않는 지인들과 집에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장애인들에게 뭔가를 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필요한 것이 레이저프린트기였습니다. 당시 잉크젯 프린트는 금방 잉크가 번지는 일이 다반사였기에, 레이저프린트기로 출력하면 오래 보관해도 글자가 번지지 않으니 좋았습니다. 그래서 레이저프린트기를 달라고 새벽마다 기도했었습니다. 그러다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지인이 레이저프린트기를 사 주셨습니다. 레이저프린트기를 배달받고 처음으로 인쇄했는데 깨끗하게 인쇄되어 나온 것을 보고 얼마나 감격했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월간 나눔’이라는 60쪽짜리 선교 소식지를 발행하게 되었습니다.
며칠 전에 노회 하례 예배차 부천 목양교회를 갔었습니다. 제가 처음 신앙생활을 시작했고, 이규환 목사님으로부터 세례와 집사 직분을 받았던 모(母) 교회입니다. 수많은 목사님과 사모님들이 모여서 예배를 드리고, 총회장이신 이규환 목사님이 덕담으로 여호수아 1장 1절부터 9절까지 본문으로 세 가지를 축복해 주셨습니다. ‘첫째는 하나님께서 주시니 받으라. 둘째는 하나님께서 주신 것을 차지하라. 세 번째는 하나님께서 주셔서 차지한 것을 잘 지키라.’라고 덕담해 주셨습니다. 목회와 사회복지 사역과 선교사역을 하면서 나에게 꼭 필요한 덕담이셨습니다.
목양교회 6층 식당에서 한우 갈비로 푸짐하게 차려주신 점심을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2층에서 커피를 마시며 친교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목사님과 사모님들이 한분 두분 빠져나갈 때 은퇴하신 박 목사님께서 반갑게 인사를 해 주십니다. 3년 전에 자오쉼터에서 시찰 예배를 드렸었는데 그때의 감격이 지금도 있다며, 언제 기회가 되면 누가 태워다 준다면 다시 방문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노회장님과 시찰장 목사님께 3월 11일 시찰 예배는 자오쉼터에서 드리자고 했습니다. 예배로 영의 양식을 먹고, 예산에서 돼지 농장을 하시는 사촌 처남 장로님께 돼지 한 마리를 사 와서 직화구이로 육의 양식을 해 먹자고 했습니다. 은퇴하신 박 목사님께서 다시 한번 자오쉼터에 가게 되었다며 좋아하십니다.
은퇴하신 박 목사님께 요즘 어떻게 지내시냐고 여쭸습니다. 찬양 집을 만들고 있는데 잉크젯 프린트기의 토너가 망가져서 중단되고 있다고 하십니다. 지인에게 가서 프린트하기도 하는데 그것도 은근히 눈치가 보이더라고 하십니다. 순간 내가 처음 레이저프린트기를 후원받았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은퇴하신 목사님이 하나님 아버지의 일을 하고 계시는데, 프린트기가 수명이 다 되어 중단하고 있다니, 그 문제를 제가 해결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통장을 조회해 보니 60만 원이 있었습니다. 박 목사님께 계좌를 달라고 하여 40만 원을 입금해 드렸습니다. “목사님 40만 원 입금해 드렸으니 무한잉크젯 프린트기를 사서 사용하세요.”라고 말씀드리니 내 조막손을 잡으시며 감사를 표현하신 은퇴하신 박 목사님 목소리가 떨리셨습니다.
오늘 저녁에 전화가 왔습니다. “양 목사님 오늘 프린트기가 왔는데 이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어디 가서 설교할 일이 있으면 이 간증을 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하십니다. 하나님 일하시는 목사님께서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로 즐겁게 사명 감당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29년 전에 지인으로부터 내가 받았던 사랑을 이제야 갚게 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나님 일을 하는 분들에게는 언제나 동역자가 생긴다는 경험을 말씀드렸습니다. 하나님 나라에 가실 때까지 건강하게 사시며 하나님 일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기도하고 하나님은 일이 되게 하십니다. 마라나타.